전문가들 “투명성 강화위해 외부감사제 도입 필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라고 맡긴 국민의 ‘정성’을 멋대로 사용하면서 자기네 급여는 다른 기관보다 매년 높게 올렸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었다.
공동모금회 이사진 전원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나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모금회는 통상 다음해 사업을 위해 12월부터 모금활동에 나서는데, 이번에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뢰 회복을 위해 모금회 운용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외부감사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래프팅, 바다낚시에도 수천만원 ‘펑펑’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 직원들 ‘쌈짓돈’으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2006년부터 5년간 124차례나 단란주점이나 노래방 등에서 업무용 법인카드를 긁어 1990만원을 썼다. 182차례에 걸친 내부 워크숍 비용으로 3억4800만원이 지출됐으며, 스키장과 래프팅, 바다낚시 등 비용으로 2870만원이 집행됐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중앙회 감사팀이 피감사 기관인 지회 직원 등과 노래방, 맥주집 등에서 1100여만원을 쓴 사실도 드러났다.
경기지회 직원 2명은 허위문서를 작성해 3300여만원을 횡령했고 인천지회는 사랑의 온도탑을 매년 재활용하면서도 2006년부터 매년 980만∼1400여만원을 지출했다고 회계장부를 꾸몄다.
물품 구매도 엉망이었다. 500만원 이상 공사계약은 사무총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고객모금사업 활성화를 위한 명예의 전당 구축공사’는 1650만원에 달했지만 담당자 전결처리했다.
인천·경기지회는 승합차 62대를 구입하면서 중앙회 구매가격(15% 할인)을 참고하지 않고 시중가격으로 구매해 8390만원을 더 지출했다.
◆기부 위축 막기 위해 투명성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다른 기관보다 더욱 투명성이 강조되는 공동모금회 특성상 신뢰 추락으로 모금액이 줄어들면 결국 어려운 이웃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모금액 3318억원 중 12월 한 달에 ‘사랑의 온도탑’ 행사 등으로 절반이 넘는 1754억원을 모금했다. 올해에는 지난달까지 1618억원을 모금했는데 기부가 집중되는 연말 모금이 부진할 경우 기부금 사용처 축소 등 내년 사업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공동모금회의 각종 비리 등이 알려지면서 이미 지회마다 약정된 소액기부 철회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최근까지 모금액은 지난해보다 20억원 정도 줄어들었다.
이날 공동모금회 이사진이 전원 사퇴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한 극약 처방으로 해석된다. 모금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모금액이 줄면 사업 차질이 생겨 어려운 이웃이 힘들게 한겨울을 날 가능성이 높다”며 “모금회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부감사제 실시, 시민위원회 도입 등을 통한 투명성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사업보고서를 정부기관뿐 아니라 국회에도 내도록 해서 자체 감사기능을 더 높이고 외부감사제와 시민위원회를 도입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로 이사회가 모두 퇴진했는데, 어려운 이웃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행정공백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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