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30대여성들의 반란> ② 골드미스들의 비애

입력 : 2010-11-11 00:52:59 수정 : 2010-11-11 00:52:5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펙 화려할수록 남자친구 찾기 더 어려워
어렵다는 고시 붙어도 결혼시장에선 '찬밥'
'괜찮은' 남자들은 젊고 예쁜 20대 여성 선택
"조건 까다롭지 않은데 남자들 지레 겁 먹어"
"남자들은 고시에 합격하면 주변에 소개해준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자들은 그런 사람이 거의 없어요."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통상부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은 합격 이후 주위에 소개해준다는 사람이 많았겠다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외교통상부의 김모(31) 서기관은 "여자 외교관 중 독신이 꽤 있다"면서 "내가 시어머니라고 해도 외교관 며느리를 싫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명문대를 나와 민간 메이저 경제연구소에 다니는 김모(33.여)씨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연봉도 꽤 높은데다 주 5일 근무제도 철저히 지켜지는 편이어서 주말이면 친구들과 좋아하는 뮤지컬도 보고 요가도 한다.

하지만 본인 생각은 좀 다르다.

김씨는 "과거엔 이런 생활이 좋았는데 이젠 외롭다"면서 "남들은 잘만 결혼하는데 난 남자친구도 없이 이렇게 늙어가는 게 아닌가 가끔 두렵다"고 말했다.

김씨가 남자 만나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도 아니다.

소개팅도 기회만 있으면 무조건 나간다는 게 김씨의 자세다.

하지만 소개팅에 나오는 사람이 없다.

소개팅을 시켜주겠다는 주변의 지인들은 하나같이 "너랑 적어도 비슷한 사람은 소개해줘야 할 텐데 그런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기다려보라"는 '공수표'만 남발한다.

김씨는 "올해 초에 마지막으로 소개팅을 했던 것 같다"면서 "작년만 해도 자주 했었는데 요즘엔 기회가 통 없다"고 말했다.

30대 여성들의 미혼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른바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직업을 가진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화려한 '스펙'이 걸림돌로 작용해 짝을 찾기 더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능력 있는 30대 남자들은 젊고 예쁜 20대 여성을 선택한다.

그렇지 않아도 괜찮은 남자 찾기가 어려운데 적당한 짝의 상당수를 20대 여성들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 고시 합격한 골드미스들 "안에서 찾자"

사법연수원 졸업을 앞둔 여성 고모(33)씨가 느끼는 혼인시장의 체감지수도 싸늘하다.

고씨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2년여간 소개팅을 한 번밖에 못해봤다"면서 "소개팅이 추진되다가도 사법연수원에 있다고 하면 남자들이 지레 부담스러워하며 만남을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님들이 회식 때만 되면 여자 연수생들한테 '밖에서 찾기 쉽지 않으니 안에서 짝을 찾아라'고 조언하셨는데 무시했었다"면서 "그래 볼걸 하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외무고시에 합격한 여성 외교관들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해외 공관에 나가 근무해야 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짝을 찾기 더 어렵다.

여성 외교관 이모(33) 씨는 "괜찮은 남자들은 해외에서 근무해야 하는 시간이 많고 아이도 키우기 힘든 여성 외교관과 결혼하는 것을 꺼린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여성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여성 외교관과 결혼하는 남자는 정말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등의 자조 섞인 말들도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교부 안에서 연애와 결혼을 하려는 여성들이 많다.

잦은 야근이나 해외근무를 이해해주고 운이 좋으면 같은 공관에 배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외무고시의 남녀 합격자 수가 비슷해지면서 20∼30명 정도인 한 기수에서 적어도 4∼5커플은 탄생한다고 한 외교관은 전했다.

여성 외교관 김모(31) 씨는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선배 외교관과 6년 전 결혼했다.

김씨는 "독신인 여자 선배들을 보면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외로워보였다"면서 "일 못지않게 가정을 꾸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는 굳이 안에서 찾으려고 안 하지만 여자는 안에서 찾아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 "평범한 남자 찾는다고?"

골드미스들은 어떤 남자를 찾느냐는 질문에 상당수가 조건은 따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눈이 높아서 짝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레 겁먹고 제대로 사귀어보지도 않는 남자들의 자격지심이 문제라고 항변한다.

출판사 사장인 박모(34) 씨는 "처음에는 돈도 잘 벌고 학벌도 되는 남자를 찾았지만 이제는 이런 것도 없다"면서 "나랑 성격이 잘 맞고 가정적인 평범한 회사원이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특별한 조건이 없는데도 소개팅이 추진되다가 내가 박사논문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 다 부담스럽다고 거절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사법연수원생 고씨는 사시 합격 후 헤어졌던 전 남자친구를 다시 만났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고씨는 "남자친구가 사시 합격한 여자친구에 대해 남들이 어떻게 얘기할까 너무 많이 신경 쓰더니 결국 헤어졌다"면서 "난 남편감의 직업이나 연봉을 그리 따지지 않는데 남자들이 자격지심을 느끼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경제연구소에 다니는 김씨는 "남편감에 특별한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냥 종합적으로 봐서 '이 사람이다' 하는 느낌이 있으면 되고 경제력은 나보다 조금 더 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자들은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전모(36) 씨는 "여자들이 말하는 '평범한 사람'의 기준이 너무 높다"면서 "특히 본인은 괜찮다고 하더라도 남자의 경제력이 본인보다 떨어지면 친구나 가족의 눈을 의식해 결국은 헤어지자고 하더라"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