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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간인 사찰증거 파일’ 조직적 삭제 의혹… 정말 몰랐나

입력 : 2010-11-06 02:58:59 수정 : 2010-11-06 02: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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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증거 파일’ 조직적 삭제 의혹… 정말 몰랐나
수사 일주일 만에 돌연 중단… 기기보유 불구 외부삭제 의문
‘대포폰’ 해명도 설득력 떨어져
민간인 불법사찰이 드러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속한 국무총리실이 컴퓨터 하드디스크 삭제기기인 디가우저(Degausser)를 보유했고 검찰이 이를 확인까지 했던 사실이 5일 드러나 ‘은폐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이 내용은 재판기록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불법사찰 내용을 삭제하는 데 해당 기기를 쓴 흔적이 없어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8월 11일 중간수사결과 발표 이후에야 총리실 관련 수사에 나섰다는 점 등에서 의혹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

◆‘내부 삭제’를 왜 빨리 접었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9월8일 추가 수사결과를 설명하면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수원에 있는 업체의 디가우저 장비를 이용, 김종익씨 사찰 내용 등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4개를 완전히 삭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확인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했다.

검찰은 은폐의혹과 관련, “‘진경락 과장 지시로 혼자 삭제했다’는 총리실 기획총괄과 장모 주무관의 진술만 나왔다”면서도 ‘총리실에도 디가우저 장비와 사용내역이 있다’는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다. ‘BH 파일’과 ‘대포폰’(차명폰)에 이어 새롭게 미공개 내용이 확인되면서 검찰 수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검찰이 총리실 디가우저를 넘겨받아 은폐의혹 조사에 나선 지 1주일 만에 수원 업체가 등장한 점도 석연찮다. 검찰은 애초 수원의 업체에 대해 “2∼3곳 정도”라고만 언급했을 뿐 똑 부러지게 특정하지 못했다. 검찰이 수원 업체의 이름과 언제 누가 컴퓨터를 운반했는지 등도 확인하지 못한 채 총리실 ‘내부 삭제’ 가능성을 배제해 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신경식 1차장검사는 “당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했고 수원 업체가 유력하다고 판단해 총리실 쪽 수사가 진행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수원 업체에서 지웠다”는 장 주무관의 진술만 믿고 조사를 마무리지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포폰’ 해명도 설득력 떨어져

청와대가 총리실 측에 제공해 문제가 된 ‘대포폰’에 대한 검찰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찰은 이날 “(총리실)장 주무관이 불법사찰 증거를 지우려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훼손한 지난 7월7일 경기도 수원의 한 컴퓨터 전문업체를 찾아가기에 앞서 최모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차명폰을 빌려달라고 한 뒤 청와대 근처에서 전화기를 넘겨받아 그날 바로 돌려줬다”고 밝혔다. 장 주무관이 하드디스크를 훼손한 날에만 쓸 차명폰을 받으려고 청와대 근처에 갔다는 걸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신 차장은 “수원 업체도 수사 초기엔 특정하지 못했지만 결국 찾아낸 것처럼 검찰이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며 “수사결과에 의문이 생길 순 있지만 검찰이 결과를 은폐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총리실 관계자는 “2006년 국정원이 ‘불용PC 처리 지침’을 하달한 뒤 청와대는 물론 교육부, 행안부 등 대부분의 부처가 디가우저를 구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원관실 직원들이 굳이 수원 업체까지 찾아가 하드디스크를 지웠다는 설명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신 차장은 “총리실 외에 다른 부처도 디가우저를 갖고 있다는 건 우리가 몰랐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여러 부처가 보유한 디가우저가 동원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부실수사 논란마저 제기된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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