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 로니 혼은 루이스 부르주아 이후 세계가 주목하는 여성작가다. 그는 시각적인 기독교 문화에 비해 언어적인 유대문화 배경에서 성장했다.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언어사용 방식을 구사했던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를 그는 특히 좋아한다.
◇이경호, 아니 라티 |
전시장 바닥에 놓인 핑크색 얼음조각 두 쪽도 인상적이다. 사실 유리로 만든 것이다. 얼음의 무거움과 핑크의 가벼움이 미묘한 뉘앙스를 만들어 낸다. 그는 투명한 물과 얼음 같은 대상에서 건져 올린 생각들을 주석 달듯 작품으로 만들어 간다. 관람객은 이자벨의 연기나 디킨스의 소설을 보듯 그의 작품을 이해하면 된다.
평창동 갤러리세줄에서 27일까지 함께 전시를 열고 있는 아니 라티와 이경호의 작업도 한 편의 시나 소설을 보듯이 감상하면 된다.
라티는 파리 곳곳의 하늘에 나선형 궤적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빨간 풍선을 뒤쫓으며 복잡한 도시의 생활양식과 덧없는 삶을 “하루 밖에 지속되지 않는 빨간 풍선”에 대입시킨 영상작품을 보여준다. 85세의 건축가 요나 프리드만의 얼굴이 보이기도 하고, 정신분석학자인 펠릭스 가타리의 음성과 시적인 배경음악이 어우러진 영상은 마치 영혼의 속삭임 같다. 무료하면서도 몽환적인, 그러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이다.
이경호는 10원짜리 동전들이 컨베어 벨트에서 순환되는 설치와 영상작품을 보여준다. 조용하면서도 다이나믹한 작업이다. 두 사람 모두 감수성을 살짝 건드리는 시적 모티브가 작업의 근간이다.
감성적이고 시적이라 강한 임팩트가 있다. 단순한 센티멘탈을 넘어선다. 언어 이전의 명상의 세계에 가깝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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