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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화학자 필라이가 1996년 물을 동력원으로 바꾸는 길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물에서 휘발유를 뽑아낼 수 있다니 그 얼마나 놀라운 경사인가. 인도가 에너지 부국으로 거듭날 판국이었다.

비용도 저렴했다. 잡초를 물에 넣어 우려내면 황색의 가연성 액체가 나온다는데 뭔 거금이 들겠는가. 1ℓ를 뽑는 비용은 3센트에 불과했다. 적어도 필라이 주장에 따르면 그랬다. 지방정부는 20에이커의 연구 부지를 제공했다. 뜨거운 격려였다. 결과는? 시쳇말로 ‘꽝’이었다. 필라이 연구는 그 어떤 결실도 거둬내지 못했다.

황당한 물 소동이 수두룩하다. 필라이 연구도 그렇지만 70년대 초반까지 수년 동안 구미 학계를 뒤흔든 이른바 ‘폴리워터(Polywater)’ 소동도 빼놓을 수 없다. 러시아 연구진이 발견했다는 이 물은 밀도, 비등점 등이 특이한 것으로 보고됐다. 윤활제, 마모방지제 등 다양한 용도가 속속 제안됐다. 결과는? 역시 ‘꽝’이었다. 증류수에 규소 성분이 잘못 첨가된 것이란 진상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물이 기억을 갖고 있다’는 추론이 불가피한 논문을 80년대 발표한 프랑스 과학자 벵베니스트 연구팀이 빚은 논란도 유명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물은 정보 운반체처럼 행동한다. 주류 학계는 비과학적이라며 등을 돌렸지만 벵베니스트는 바이오 회사까지 차리며 ‘마이 웨이’를 외쳤다.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물과 꿈’에서 “우리는 물에 사람을 아프게 하는 질병과 정반대의 미덕을 부여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치유의 바람을 마음속에 품고 인정 많은 물질을 꿈꾼다”고도 했다. 물을 소재로 한 사기극이나 소동이 빈번한 이유일 것이다.

또 물 소동이다. 유명 사립대 의대교수인 김모씨가 어제 불구속 입건됐다. 건강에 좋은 ‘생명수’를 만든다는 생수 제조제 등을 시중에 팔아 2006년부터 최근까지 17억여원을 챙긴 혐의다.

김씨는 면역력을 키워 주고 당뇨병, 종양 등에도 효험이 크다고 생명수를 홍보했다고 한다. 전문기관 소견은 딴판이다. 약효가 있기는커녕 식수로도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전문기관 판단이 맞는다면 구정물이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한 셈이다. 책임은 어찌 물어야 할까. 생명수로 배를 채우도록 해야 할까.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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