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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TV·인터넷 24시간 뉴스공세에 ‘뉴스위크’ 설 땅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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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5-17 15:49:48 수정 : 2010-05-17 15: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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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측 매각 결정… 77년 전통 美 시사誌의 ‘몰락’
지난 5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매각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타임과 더불어 미국 시사주간지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뉴스위크의 매각 소식에 미국 언론계는 “한 시대가 끝났다”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던 뉴스위크는 어떻게 몰락하게 됐을까. 지금 전세계의 언론들은 뉴스위크 몰락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1933년 창간한 뉴스위크는 1961년 워싱턴포스트에 인수된 뒤 199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다.

전성기 때 뉴스위크는 타임과 함께 미국의 2대 시사주간지로 불리며 미국 여론을 선도했다. 매주 월요일 아침 가판대에 두 주간지가 배포되면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두 잡지가 어떤 주제의 기사를 실었느냐를 두고도 이슈가 될 정도였다. 잡지의 성격은 차이를 보였는데 타임이 보수적이고 친공화당적인 성격인 반면 뉴스위크는 베트남전 등의 주요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독자층을 확보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뉴스위크의 위기가 시작됐다. TV와 인터넷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2000년 상반기 314만부였던 뉴스위크 발행부수는 지난해 상반기엔 197만부로 줄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810만달러로 전년의 1540만달러보다 82.5%나 늘어났으며 수입액도 2008년 2억2740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6550만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처럼 경영난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5일 도널드 그레이엄 워싱턴포스트 컴퍼니 회장은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미 투자은행에 뉴스위크 매각 추진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인터넷의 승리?=뉴스위크가 몰락하게 된 이유에 대해 언론인들은 크게 세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유가 TV와 인터넷의 공세를 견뎌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루퍼트 콘웰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뉴스위크 매각 결정은 인터넷과 TV가 (잡지에 대해) 승리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후퇴기에 광고시장이 침체되면서 뉴스위크도 큰 타격을 받았다”면서도 “그렇다고 경제가 다시 좋아진 뒤에 뉴스위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콘웰 기자는 “TV를 통해 24시간 뉴스가 흘러나오는 현실에서 시사 주간지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의문”이라며 “인터넷에선 수분, 수초 단위로 새로운 뉴스와 시각이 제공되는데 누가 1주일이나 늦은 뉴스위크를 보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뉴스위크의 몰락을 인터넷 등 뉴미디어에만 돌릴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인터넷 등으로 인해 잡지시장이 위기인 것은 맞지만 뉴스위크의 경우엔 생존전략을 잘못 잡은 탓에 몰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몰락의 시초는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뉴스위크는 “단순한 사실보도를 전달하는 수준을 벗어나겠다”며 언론사로는 파격적인 전략을 발표했다. 뉴스위크는 뉴스 전달을 포기하는 대신 분석기사와 칼럼, 해설기사, 사진 등 전문화된 고급 정보를 제공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발행부수와 직원 수를 줄여 비용절감을 시도하고 전문직 등 고소득층을 독자로 끌어들이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지면 쇄신은 독자에게 전혀 어필하지 못했다. WP에서 미디어를 담당하는 하워드 커츠 기자는 “잡지로서는 혁신적인 지면쇄신이었지만 개인적으론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심지어는 뉴스위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새로운 지면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미 비슷한 컨셉트의 잡지가 미국 내에 셀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도 뉴스위크가 생존전략을 잘못 잡았다는 의견을 뒷받침한다.

◆예고된 몰락?=지나친 구조조정으로 인한 예고된 몰락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008년부터 뉴스위크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그해 상반기에 직원 110여명을 해고한 뉴스위크는 12월에도 60여명에 대한 바이아웃(Buyout)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바이아웃’은 직원들의 조기 퇴직을 유도하기위해 계약 만기 전에 연봉을 지급하거나 계약 조건을 수정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말 그대로 뼈(취재 능력)까지 깎아버려 결국 뉴스위크는 언론으로서의 경쟁력을 잃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저널리즘이란 기자라는 노동력을 활용하는 노동집약형의 취재를 통해 진실을 찾는 것”이라며 “뉴스위크는 계속되는 인원 감축으로 인해 이러한 상식을 지키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WSJ는 또 “‘뉴스는 발로 쓰는 것’이라는 철칙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이 뉴스위크의 몰락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뉴스위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뉴스위크가 가진 영향력과 매체 파워 등을 고려해 볼 때 앞으로도 이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직까지 세계의 여론을 선도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매체인데다 다른 매체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뉴스위크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만큼 몰락 위험을 딛고 재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12일엔 뉴욕지역 주간지 ‘뉴욕 옵서버’가 경제 부문의 유력 매체인 ‘톰슨로이터’와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모회사인 ‘올브리튼 커뮤니케이션’이 뉴스위크 인수전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프와 지난해 비즈니스위크를 인수한 블룸버그통신도 인수를 희망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인수 의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함께 뉴스위크 인수를 위한 펀드가 조성돼 여러명의 구매자가 잡지를 매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풍연 기자 jay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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