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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금양호 수색중단…'이대로 잊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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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4-25 11:40:44 수정 : 2010-04-25 11: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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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사고로 침몰한 저인망어선 금양98호에 대한 수색 중단을 결정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된 7명을 찾기 위한 정부의 추가 수색지원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가족들은 선체를 인양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선체 인양을 위한 예산 확보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금양호 침몰사고 24일째를 맞아 실종자 가족에게 남은 것은 답답함과 서러움뿐이다. 실종자 가족 대책위원장인 이원상(43.실종선원 이용상씨 동생)씨는 25일 "금양호 실종 선원들도 천안함 장병들과 같은 생명인데 우리는 정부와 국민의 관심 밖에 있다"라고 말했다.

◇수색중단..추가 실종자 발견 못해

지난 2일 오후 8시30분께 서해 대청도 서쪽 55km 해상에서 선원 9명을 태운 쌍끌이 저인망어선 금양98호가 침몰했다.

백령도 해역에서 다른 저인망어선 9척과 함께 천안함 실종자 수색을 마치고 조업구역으로 출발한 지 3시간여 만의 일이었다.

해양경찰청은 사고 직후부터 현재까지 함정과 항공기를 동원해 대청도 해역에서 수색작업을 펼쳐왔지만 침몰 다음날인 지난 3일 고(故) 김종평(55)씨와 람방 누르카효(35)씨의 시신을 발견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7명의 생사가 불분명한 가운데 해경은 지난 14일 잠수용역 전문기업인 '언딘'을 수색업체로 선정하고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중수색을 추진했다.

민간 잠수팀은 기상악화로 대청도 근해까지 피항했다 돌아오기를 반복한 뒤 지난 21~23일 사고해역에서 3차례 입수를 시도했으나 실종자 수색에 실패했다.

해경과 잠수전문업체 관계자는 지난 23일 인천해경 대회의실에 모인 실종자 가족 10여명 앞에서 금양호 수중수색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양호가 깊이 80m의 심해(深海)에 가라앉아 잠수사들의 안전이 우려되고 선체 입구에 어망, 밧줄 등이 쌓여 있어 내부 진입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날 수색에 참여한 작업선박 3척은 금양호 침몰해역에서 아예 철수했다.

◇실종자들 변변한 가족조차 없어

현재까지 찾지 못한 금양호 실종자는 김재후(48) 선장과 박연주(49) 기관장, 정봉조(49)씨, 이용상(46)씨, 안상철(41)씨, 허석희(33)씨, 인도네시아인 유수프 하레파(35)씨 등 7명이다.

남들처럼 어엿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을 33~48세의 남성들이지만, 배를 타기 시작한 뒤로는 가족과 떨어져 대부분 혼자 살았다.

부모(박연주) 또는 홀어머니(허석희)가 살아 계신 경우도 있지만 부모가 사망했거나 아내, 자녀가 없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금양호 선원 가운데 가장 먼저 숨진 채 발견된 김종평씨는 장례절차를 협의할 가족을 찾지 못해 인천의 한 병원에 시신이 안치된 지 19일 만에야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인천시 중구 연안동주민센터에 모여 있는 실종자 가족 대책위원회 구성원들도 실종자들의 직계가족은 없고 형제와 친.인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 전주, 포항 등 전국에서 모인 가족들은 실종자 처우와 장례.분향소 문제 등 건의사항을 공문으로 만들어 유관기관에 보내고 있지만 "속 시원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가족들은 낮에는 인천시 중구 연안동주민센터 2층 회의실을 지키고 밤에는 하루 3만원 하는 모텔방에서 지내고 있다.

◇무관심 속 정부 지원 절실

해경은 선체 인양을 요구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의견을 중앙정부 등에 전달했지만 인양이 실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해경은 선체 인양을 본격 추진하려면 정부 예산 확보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해경 관계자는 "수중수색 방침이 관계부처 장관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인 만큼 선체 인양을 새롭게 추진하려면 같은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미 5억원에 가까운 정부 예산을 확보해 수중수색이 진행된 만큼 선체 인양을 위한 추가 예산 확보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종자 가족들은 15일 천안함 함미 인양에 이어 24일 함수마저 인양되자 금양호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의지가 사라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연안동주민센터에는 가족 10여명만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지난 열흘 가까이 아무도 찾지 않았다.

지난 9일 국무총리 주재의 천안함 관련 관계장관 회의에서 금양호 실종자 수색 지원이 처음으로 논의되고 나서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9일)과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11일)이 가족들을 찾았을 뿐 이후 정부 관계자의 발길은 뚝 끊겼다.

금양호 침몰 직후 정부 차원에서 실종선원을 `의사자(義死者)'로 지정한다는 논의도 나왔지만, 표면상으로는 아무런 진척이 없다.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 선원에 대한 분향소 설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이다.

가족들은 해경의 수중수색을 통해 실종자를 찾을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수색이 끝나면 합동 분향소를 차릴 계획이었지만 수색이 중단되면서 기약이 없어졌다.

가족들은 이날도 연안동주민센터에 모여 "선체를 인양해 실종자를 찾겠다"는 정부의 답변만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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