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진 사회부 기자 |
2002년 6월29일 제2연평해전이 터지기 직전인 6월13일과 27일 대북 통신감청을 총괄하는 국군 모 부대장 한철용 장군(예비역 소장)은 ‘북한이 우리 해군 함정을 표적으로 삼아 ‘발포’라는 도발용어를 세 차례나 사용했다’는 특별첩보 보고서를 국방부와 합참 정보본부에 보냈다. 하지만 군수뇌부는 이 첩보보고를 묵살했다. 북방한계선(NLL)을 수차례 넘나든 북 경비정의 의도적 침범도 해군 등 예하부대에 ‘단순 침범’이라고 전파했다.
참다 못한 한 장군은 2002년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장에 출석, 특별첩보가 담긴 ‘블랙 북’(대북첩보 보고서)을 흔들며 “군수뇌부가 북한 도발징후를 묵살하고 단순침범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이에 국방부는 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한 장군을 보직해임, 강제 전역시켰다.
천안함 침몰에 대한 불신은 이러한 군의 행태가 아직도 국민들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군이 이 점을 깨닫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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