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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강진] 15층 건물 순식간에 ‘폭삭’… 전기·가스 끊겨 고통

입력 : 2010-03-01 02:03:51 수정 : 2010-03-01 02: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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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약탈·여진 공포에 뜬눈 지새워
구리광산·정유시설 가동 중단도
규모 8.8의 대지진이 휩쓸고 간 칠레는 여진의 공포 속에서 주민들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진앙으로부터 115㎞ 떨어진 콘셉시온에서는 15층짜리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리고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이었다.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27일 새벽에 발생한 지진은 거의 2분 동안 계속되면서 칠레 전역을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AFP통신의 산티아고 통신원은 “산티아고 전체 건물들이 마치 젤리가 흔들리는 것처럼 휘청거렸다”고 전했다. 2900㎞ 떨어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도 지진이 느껴질 정도였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재난 복구에 나섰다.

가장 피해가 컸던 콘셉시온에서는 건물 붕괴로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공포의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서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사망자가 잇따라 발견되는 등 참사 현장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진앙에서 325㎞ 떨어진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누에스트라 세뇨라 교회의 종탑이 무너지는 등 일부 건물이 붕괴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테무코의 한 주민은 “내 평생에 이번 같은 지진은 처음이다.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며 악몽의 순간을 전했다.

산티아고 국제공항은 폐쇄됐고, 모든 노선 운항도 잠정 중단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통신과 전력, 가스 공급이 끊기면서 피해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더했다. 콘셉시온에서는 일부 주민이 약국과 무너진 곡물 창고에 들어가 약탈하고, 치얀에 있는 교도소에서는 수감자 209명이 탈옥했다고 현지 TV가 전했다.

칠레 해안에서 700㎞ 떨어진 칠레령 로빈슨 크루소 섬에는 쓰나미(지진해일)가 덮쳐 5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컸다. 중부 해변 도시 탈카우아노 등 11개 도시에도 이날 높이 2.34m의 대형 쓰나미가 상륙했다.

여진의 공포도 생존자를 괴롭히고 있다. 건물이 흔들거리는 여진이 계속되면서 주민 수천 명은 귀가를 포기하고 거리에서 한뎃잠을 청했다. 콘셉시온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여진이 계속되는데도 도둑 때문에 불안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폐허 속에서도 사랑하는 가족을 찾으려는 생존자들의 몸부림은 계속되고 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많은 생존자는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통해 구조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은 칠레 강진으로 잃어버린 친인척과 친구를 찾을 수 있는 사람찾기 웹사이트인 ‘퍼슨 파인더’를 즉각 가동했다.

재난위험평가업체인 EQECAT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강진으로 인해 칠레는 150억∼300억달러의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칠레 국내총생산(GDP)의 10∼15%에 해당한다. 특히 칠레 최대 산업인 구리 광산도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 구리 가격이 오르는 등 원자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칠레 정부는 이번 강진으로 국영 광산회사인 코델코가 엘 테니엔테어와 안디나 구리 광산에서 채굴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칠레의 거대 정유시설 2곳도 강진 피해로 가동을 중단했다.

김청중 기자
■칠레 주요 지진 일지
발생연도(지역) 규모 피해(사망자수)
2007년(안토파가스타) 7.7 2명
1985년(발파라이소 연안) 7.8 177명
1971년(발파라이소) 7.5 90명
1960년(발디비아) 9.5 1655명
1939년(치얀) 8.3 2만8000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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