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입학사정관제 끊이지 않는 논란 왜?

입력 : 2010-02-25 03:07:34 수정 : 2010-02-25 03:07: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선발학생 2년새 8배 ‘과속’에 잇단 부작용
MB 교육정책의 상징… 도입 대학 폭증해
또다른 사교육·서류대필 비리 우려 커져
이명박(MB) 정부가 추진한 핵심 교육개혁 중 하나인 입학사정관제 관련 비리에 대해 24일 경찰이 수사에 나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토착비리 척결을 강조하고 나선 터라 이번 수사는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당시부터 또 다른 사교육 조장 등 부작용을 빚고 서류 대필 등의 비리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MB정부 핵심 정책…2년 새 9배로 폭증=입학사정관제도는 성적 위주로 학생을 뽑다 보니 입시 학원에서 길러진 인재만 우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잠재력과 소질,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할 목적으로 2009학년도 입시에서 도입된 제도다. ‘현재 성적’보다 ‘미래 가능성’에 주목해 학생을 뽑자는 취지였다. 특히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하면서 이 전형을 통해 선발된 대학 신입생은 2009학년도 첫해 4000여명에서 2011학년도에는 9배인 3만7000여명으로 늘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논술도 없고 시험도 없이 100% 면담만으로 대학에 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정부와 대학에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이 다음 달부터 직접 나서는 ‘교육개혁대책회의’ 첫 번째 주제가 입학사정관제일 정도로 현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으로 자리잡았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9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을 도입한 대학은 41개 대학이었으나 2010학년도 입시에서는 97개 대학으로 늘었다. 2011학년도 입시에선 118개교에서 총 모집인원의 10%인 3만7628명을 이 전형으로 뽑는다.

◆끊이지 않은 논란과 잡음=입학사정관제는 잠재력을 지닌 학생을 선발한다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부작용과 부정 개입 가능성을 놓고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우선 교육 당국 의도와 반대로 오히려 사교육 시장을 키운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았다. 입시 학원에서 만들어진 인재를 뽑지 않겠다는 게 도입 배경이었지만 강남 등 유명 학원가에선 미국의 입학사정관 출신을 강사로 초빙하면서 수강생을 끌어모으는 실정이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86개 대학 입학처장과 입학사정관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입학처장 86명 중 48명(55.8%)이, 입학사정관 109명 중 37명(33.7%)이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 완화에 효과가 없다’고 답했을 정도다.

교육계에선 쉬쉬 했으나 비리나 부정의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근 일부 사립대가 2009학년도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내신 1등급 학생만 뽑은 걸로 드러나면서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입학사정관에게 제출할 입시 서류를 학원이 대신 써주는 일도 다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학사정관에게 내는 서류 중 자기소개서는 직접, 추천서는 담임교사가 써야 하지만 대학마다 전형방식이 달라 교사나 학생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액을 받고 대필해 주는 학원이 적지 않다. 수험생이 아닌 제3자가 서류를 썼거나 일부 내용을 부풀리고 허위 서류 등을 내더라도 확인이 쉽지 않다. 정광희 한국교육개발원 대입제도연구실장은 최근 열린 교육정책토론회에서 “미국은 1930년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기까지 8년간 연구했다”며 “너무 급하게 진행되면 공정성 문제나 학생과 학부모 혼란 등 다양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영 기자
■입학사정관제 관련 일지
2007년 6월 입학사정관제 지원계획 확정·발표
〃 8월 입학사정관제 시범대학 10개교 선정
2008년 8월 입학사정관제 지원대학 40개교 선정
2009년 5월 입학사정관제 가이드라인 발표
〃 6월 입학사정관 전문양성·훈련프로그램 지원 대학 5개교, 선도대학 15개교 선정
〃 7월 입학사정관제 지원 대학 32개교 선정
■입학사정관제 관련 MB 어록
―“점수 위주 선발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입학사정관제 확대 지원”(2009년 2월23일 라디오연설)
―“대학, 입학사정관 전문적 결정 존중해야” (2009년 4월28일 주요대학 총장 간담회)
―“입학사정관에 전직 대학총장을 선발할 것” (2009년 6월24일 전국 시도교육감 간담회)
―“임기말쯤 상당수 대학이 거의 100% 입학사정관제로 바뀌게 될 것” (2009년 7월27일 라디오 연설)
―“입학사정관제로 사교육비 줄이겠다” (2009년 11월28일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입학사정관제 기준을 정확히 해 빨리 정착시켜야” (2009년 12월22일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
―“입학사정관제 단계적 확산 바람직” (2010년 1월15일 주요대학 초청 간담회)
―“입학사정관제 등 교육개혁 직접 챙길 것” (2010년 2월22일 라디오연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