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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건설 지역을 가다] "세종시에 밀려 역차별 당하는 것 아니냐" 우려감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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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31 18:54:32 수정 : 2010-01-31 18: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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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기업, 땅값 비싸다고 이전 꺼려” 정부 지원 요구
주민들 “발파진동·먼지·소음 시달려” 대책 마련 호소
“세종시도 원안이 뒤집히는 마당에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제대로 들어올지 모르겠네요.”

지난 29일 오후 충북 음성군 매동면 두성리 일대. 충북 혁신도시 1공구 구간인 이곳엔 문화재 발굴과 벌목 흔적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이곳에 살던 210가구 중 113가구는 떠났고, 아직 남아 있는 97가구 주민들은 “혁신도시를 위해 집과 선산 등을 내준 주민들의 마음을 정부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세종시 수정안으로 혁신도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충북 음성군 맹동면 두성리 충북 혁신도시 제1공구에서 성토 작업을 하기 위해 굴착기가 흙을 덤프트럭에 싣고 있다.
청주=김을지 기자
그도 그럴 것이 이곳 1공구는 2008년 9월 착공했지만 지장물 철거와 수목 제거, 문화재 시굴조사만 이뤄졌을 뿐 도로건설 등 본격적인 작업은 시작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공정률이 5%로 10개 혁신도시 중 최하위다.

혁신도시 지구 선정에 관한 정부와 충북도의 이견, 보상가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 분묘와 시설물 철거를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사업 추진 속도를 느리게 하는 데 한몫을 했다.

마을 주변에는 아직 철거되지 않은 대형 축사나 빈 가옥 등이 남아 있어 황량한 느낌마저 들었다.

충북 혁신도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기업유치를 위한 52만8000㎡의 산업용지가 자리 잡고 있지만 입주 의사를 밝힌 기업은 단 한곳도 없다. 5공구에 산업용지가 조성될 예정인데 착공도 안 됐다.

애초 오기로 한 12개 공공기관 중 8개가 이전계획을 승인받았으나 2곳만 청사 설계에 들어갔다. 부지를 매입한 기관은 없다.

충북도청 혁신도시 행정지원팀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 계획의 조속한 마무리와 기업유치를 위한 추가적인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시 중구 우정동에 들어서는 울산 혁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공구는 오는 6월 말 완공목표로 60%의 진척도를 보이며 부지 조성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나 2공구와 3공구는 13%, 7.7%로 낮다.

이곳에 들어설 11개 공공기관 가운데 2곳은 이전 재원 부족과 타 기관과 통합 문제로 아직까지 이전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혁신도시 땅값이 비싸다며 부지매입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수차례 지방이전 기관 대표들이 모여 부지 값이 비싸다는 점을 정부 측에 설명했다”며 “세종시와 같은 조건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수준으로 부지매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간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도시 주변 주민들의 심한 반발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도심 한가운데 들어서고 있는 혁신도시와 인근 중구 복산1동 671 일대 송골마을 사이에 높이 20m, 길이 100m 안팎의 축대 벽이 쌓이고, 연결도로가 막혔다.

주민들은 “바람 길도, 조망권도 막히고 도로마저 차단돼 섬처럼 마을이 고립돼 마치 감옥에 갇힌 듯하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또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소음, 발파진동 등으로 바깥에 빨래를 널지 못하거나 수면에 방해를 받는 등 각종 생활 불편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혁신도시 인근 송골마을 주민 763명은 혁신도시 공사로 인한 피해 내용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민권익위원회, 국토해양부에 진정하고 해결책을 촉구했다.

경북 김천시 농소면 일대에 조성 중인 혁신도시는 1공구(60%)를 제외한 2∼4공구가 11∼30%의 더딘 공사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분양이 이뤄진 지역은 공동주택 지구 2필지 등 전체의 9%에 불과하고, 이주기관들은 분양받지 않았다.

경북도 의회는 “세종시 수정안이 지역 역차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김천 혁신도시, 포항·구미 부품소재 전용공단 조성 등이 세종시 사업과 중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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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혁신도시는 토지분양이 무더기 유찰되면서 개발에 차질이 우려된다.

지난해 말 전북개발공사가 혁신도시 내 상업용지와 근린생활시설용지 등 일반 용지 총 29필지에 대한 분양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입찰자는 3명에 그쳐 3필지에 대해서만 우선 분양할 계획이다.

이 용지는 대규모 주거단지 한복판 노른자위인 데다 한 필지 면적이 1000㎡ 안팎의 소규모여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용 공동주택용지는 각각 3만∼4만㎡ 규모 3필지의 경쟁 입찰에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아 자동 유찰됐다.

사정이 이러하자 전북개발공사는 이 용지에 대한 공개 입찰을 포기하고 곧바로 수의계약으로 전환했으나 아직 계약을 희망하는 건설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공사와 함께 혁신도시를 개발하는 LH의 토지 공급도 미분양 사태를 빚고 있다. LH는 지난해 말 각각 1만5000㎡인 블록형 단독주택용지 3필지를 경쟁 입찰에 부쳤지만 두 차례 모두 유찰됐다.

토지분양이 잇달아 실패하면서 2007년부터 5개 금융기관과 교부채 발행 등으로 2600여억원을 차입한 전북개발공사의 부담도 덩달아 커져 혁신도시가 계획대로 2012년까지 완공될지도 미지수다. 이미 184억원의 이자를 갚은 바 있는 전북개발공사는 아직 내야 할 이자도 600여억원이나 된다.

전북도는 지리적으로 충남과 근접해 세종시의 직격탄을 받을 가능성이 큼에 따라 행정·정무부지사를 반장으로 한 ‘세종시 종합대책반’을 구성해 혁신도시 차질 대응방안 마련과 차별화한 기업유치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전북도 의회는 “세종시 수정안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폐기한 무책임한 태도로, 새만금 사업과 전북혁신도시 조성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수정안이 철회되지 않으면 전북도민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주 서귀포시 신시가지 동쪽 서호·법환동 일원에 조성 중인 제주 혁신도시에는 진입도로를 내고 터를 닦는 굴착기 등 중장비 소리가 요란하다. 제주 혁신도시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2007년 9월에 1공구에 이어 2008년 12월에 2공구를 각각 착공했다. 전체 공정률이 50%에 육박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토지 및 지장물 보상도 2008년 8월 완료됐다.

이전대상 9개 공공기관 중 8개가 지방이전계획 승인이 완료됐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대구로 가게 된 한국정보사회진흥원과 통합해 한국정보화진흥원으로 출범해 상반기에나 제주와 대구를 놓고 이전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시행자인 LH는 지난해 말 1㎡를 기준으로 47만3853원의 단위면적당 일반택지 조성원가를 공개하고 올해 토지 분양을 시작으로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약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혁신도시 토지분양 실적은 지난달 기획재정부와 계약한 서귀포해양경찰서 부지 2만3947㎡(113억원)다.

제주도는 ‘친환경 국제교류·교육연수도시’라는 개발콘셉트에 맞춰 회의산업, 교육연수, 주류산업을 선도산업으로 설정, 기업과 연구소 등 유치전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조만간 이전 기관 연계 기업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제주 혁신도시지원 관계자는 “투자 유치가 원활해지려면 조성원가 인하가 필연적이어서 도로와 상하수도, 공원 조성 등 기반시설 비용에 대한 국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혁신도시 내 특목고 설치비 국고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원도 원주시 반공동 일원에 들어서는 원주혁신도시는 지난해 12월28일 한국관광공사가 180억여원에 3만여㎡의 이전부지 매입 계약을 처음으로 체결해 조성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관광공사는 상반기에 기본 및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공사를 시작해 2012년까지 지방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원주시의 한 관계자는 “강원 혁신도시는 수도권과 가까워 공공기관 이전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며 “부지매입을 하지 않은 나머지 기관들도 올해 예산에 부지매입비용을 편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제주·대구·전주·청주·춘천=유재권·임창준·전주식·박종훈·김을지·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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