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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에 선 아이들] '우울증 늪'에 쉽게 빠져…청소년 정신건강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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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1-01 23:02:59 수정 : 2009-11-01 23: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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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진료 작년 10만건… 5년새 119%↑

초중고생 17.5% 정신건강 정밀검진 필요
15살 이소영(가명)양은 한 달 전부터 갑자기 말수가 줄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 집에 돌아오면 방문을 잠그고 꼼짝도 안 할 때가 많다.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밥도 굶기 일쑤다. 엄마는 ‘사춘기 때문이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며칠 전 소영이의 방을 치우던 엄마는 ‘죽고 싶다’ ‘왜 태어났지’ ‘죽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등의 글이 빼곡히 적힌 종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하고 있던 소영이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정신과 치료를 받기로 했다. 소영이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학업성적이 떨어지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자신을 멀리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청소년들이 ‘우울증의 늪’에 빠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우울증 진료현황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우울증 진료건수는 2004년 4만8782건에서 2008년 10만6830건으로 5년 새 119% 증가했다. 특히 10대 여성의 경우 진료건수 증가율이 153%로 모든 연령별·성별 분포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소아청소년광역정신보건센터와 학교보건진흥원이 서울시내 39개교 중·고교생 1만30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9년 우울증 학생 선별 및 관리사업’에서도 2180명(16.7%)이 1차 선별검사에서 초기 우울증세를 드러냈고, 우울증 척도가 심각해 병원치료를 권고받은 청소년도 456명(3.5%)에 달했다.

청소년 우울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자칫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성인에 비해 감정의 기복이 크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울증 환자의 15∼20%는 자살 위험성이 있으며, 실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80% 정도는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안동현 한양대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자살을 시도하는 아이들의 상당수가 우울증세를 보이는데도 우울증 치료에 소극적인 게 사실”이라며 “정부에서 실시하는 자살 예방 정책에 우울증 치료 지원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뿐만 아니라 청소년 정신건강 전반에 걸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올 4∼8월 전국 470개 초·중·고교생(초등학교는 1·4학년, 중·고교는 1학년) 12만61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9 학생건강검진 선별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2만1497명(17.5%)이 정신건강 정밀검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9%보다 4.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정밀검진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울·불안·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서·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학교 급별로는 중·고교생이 각각 17.8%, 17.6%로 나타났고, 초등생도 15.6%로 드러나 거의 모든 청소년기에 고르게 분포했다.

청소년의 우울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지만 7세 이후부터는 성인 우울증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재발률이 60∼70%에 이르며, 성인이 된 후에도 정신적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불안장애, 등교 거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인터넷 중독 등 다양한 정신질환과 함께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우울증은 청소년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만큼 평소 주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화를 잘 내거나 부모나 교사에 대한 반항·불평 불만이 늘고 죽음에 대해 말한다면 상담을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안용성·엄형준·조민중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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