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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 경관 해치고 굉음 시달려… 주민들 "혐오시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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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4-20 09:25:13 수정 : 2009-04-20 09: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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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의 현주소] <上> 풍력발전 몸살 앓는 ‘관광 제주’를 가다
◇제주도에 딸린 무인도 중 가장 크고 천연보호구역인 차귀도가 선명하게 보이는 해안선을 한경풍력발전단지가 점령하고 있다.
“소음이 얼마나 심한지 밤에는 귀신이 나올 것 같아요. 더 이상 고통을 참을 수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예정이에요.”

아름다운 해안선이 마음에 들어 3년 전 제주도 북제주군 한경면 신창리에 정착, 갤러리를 연 화가 A(45?여)씨. 한경면의 자연 풍광은 그림작업을 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한경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선 지난해 2월부터 그는 ‘소음 공포’와 싸우느라 육체와 정신이 피폐해져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했다.

지난 3일 만난 A씨는 “높이 100m가 넘는 발전기 9대에서 뿜어지는 터빈 엔진의 굉음 등으로 온전한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됐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풍력발전기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차귀도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해안 풍광도 빛을 잃었다.

아름다운 풍광과 환경으로 2007년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해안선과 산 등에 우후죽순으로 세워지는 풍력발전기 때문이다.

19일 제주도에 따르면 올 3월 현재 33기 총 46㎿(메가와트)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또 올해 공사가 완료되거나 인허가가 난 것만 26기(73㎿)에 이른다.

도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풍력발전기를 지속적으로 증설키로 했다. 풍력발전을 통해 도내 수요 전력을 2015년, 2020년에 각각 15%, 20%까지 충당한다는 목표다.

제주도 관계자는 “청정도시라는 이미지 제고를 위해선 풍력발전기가 더 들어서야 한다”며 “자연경관을 훼손한다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라고 주민 반대를 일축했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은 제주도가 주민의 삶을 담보로 무리하게 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내 첫 상업발전에 성공한 제주시 구좌읍 행원풍력발전단지 인근에 사는 B(60)씨는 “풍력발전기는 혐오시설일 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소음뿐만 아니라 날개가 돌아가면서 생기는 그림자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껴 바람부는 날은 아예 밭에도 안 나간다”고 목청을 높였다.

행원 지역은 아름다운 해안선으로 인해 관광객이 많이 찾았던 지역이지만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15기의 풍력발전기로 인해 그 빛을 잃었다. 주민 C(53)씨는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는 이유가 자연 그대로를 느끼기 위한 것이지, 풍력발전기는 아니지 않으냐”며 “더러 차 타고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은 있지만 오히려 지역경제는 죽었다”고 꼬집었다.

자연경관 파괴는 행원 인근에 건설된 흉물스러운 대형 숙박시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단지를 중심으로 4년 전 들어선 숙박시설은 찾는 손님이 없어 폐가를 방불케 했다.

화산섬 제주를 상징하는 기생화산 ‘오름’이 밀집된 중산간 지역도 풍력발전의 ‘광풍’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성산 일출봉과 한라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풍력발전단지는 공사가 끝나 가동 준비를 마친 상태다. ‘용눈이 오름’ 등 아름다운 기생화산이 밀집한 제주의 중산간 초원지대의 주인도 이제 풍력발전기 차지가 된 것이다.

관광객 김모(34?여)씨는 “경관을 해치면서까지 발전기를 지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산읍 삼달리에서는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만들기 위해 공사 차량이 흙먼지를 날리며 분주하게 다니고 있다. 삼달리는 제주에서 바다와 한라산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 조용히 휴식을 가지려는 사람에겐 필수 관광코스다. 그러나 조만간 그런 평화는 깨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민들은 대놓고 풍력발전에 대해 반대하지 못하고 있다. 업체에서 지원하는 마을발전기금 때문이다. 불만을 터트리는 사람은 ‘역적’으로 몰리기도 한다. 주민 D(45)씨는 “돈 때문에 풍력발전단지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마을발전기금으로 우리 마을의 가장 큰 보물인 자연을 팔아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제주=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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