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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책] 호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있는 글을 쓰고 싶다"

입력 : 2009-03-23 09:48:57 수정 : 2009-03-23 09: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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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의 다카포' 발간 1년 후의 이야기

[세계닷컴]

몇 해전부터 스타들이 내놓는 책들이 출판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자서전에서 에세이, 소설, 학습서 그리고 종교 서적까지 그 종류도 폭넓다. 점차 다양한 장르와 전문성을 갖춘 연예인들의 책들은 완성도와 친근함을 제공해 대중들에게 큰 호응으로 얻고 있다.

스타들이 글로 대중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또 이들이 스스로 느끼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될까. 이에 세계닷컴은 출판을 통해 또 다른 방식의 소통을 선택한 스타들을 만나 이들이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편집자주 >

 


"다른 사람이, 나와 똑같은 종류의 기쁨을 안다는 것을 확인할 때의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은 책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선물이다. 호란의 글은 바로 그런 확인을 나에게 준다. 그의 손에 오르한 파묵의 책을 쥐여주고, 그가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며 그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금태섭 변호사)

첫 인상은 무척이나 도도했다. 그리고 동시에 단단해보였다. 하지만 이야기하는 내내 굉장히 부드럽고 유쾌한 느낌이 전달되어 왔다. 프로젝트 그룹 '클래지콰이' 보컬이자 어쿠스틱 밴드 '이바디'의 멤버로 활동 중인 호란 (본명 최수진)은 지난 해 3월 음악과 책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 '호란의 다카포'(도서출판 마음산책)을 출간했다.

남성잡지 '맨즈헬스'에 북칼럼을 연재한 것이 인연이 되어 책 출간까지 이어진 것이다. '호란의 다카포'는 연예인 책 출간 붐 속에서도 특별한 느낌을 대중들에게 줬다. 많은 연예인 책들이 출판사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다녀온 여행집이라든가, 사진 화보집 혹은 외국어 학습서 수준에서 그치는 상황에서 음악과 책 그리고 사람에 관해 진지하게 접근한 '호란의 다카포'는 재미와 지적 수준을 동시에 누리게 했다.

그리고 호란과의 짧은 인터뷰는 추후 술 한잔을 가운데 놓고 긴 시간 책의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떠들고 싶을 만큼 유쾌했다. (인터뷰 날짜를 잡다보니 우연하게도 호란이 책을 출간한지 정확하게 1년째 되는 날에 만남을 가졌다)

- 책이 나온지 딱 1년이 되었는데 판매는 잘 되었는가.

글쎄. 어느 정도를 분기점을 잡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한 1만부까지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이후에는 얼마나 판매가 되어는지 모르겠다.(웃음)

- 지난 해 이바디 쇼케이스와 겸해 출판기념회도 가졌다. 책을 낸 계기가 무엇인가.

'맨즈헬스'라는 남성잡지에 북칼럼을 한 2년 넘게 하고서는 그만두었는데, 그 북칼럼을 보고 출판사들에게서 연락이 많이 왔다. 그런 와중에 출판사 '마음산책'에서 제시한 컨셉 등이 잘 맞아서 책을 냈다. 사실 북칼럼으로 시작했는데, 음악이야기도 있고, 에세이도 있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기게 되었다.

- 책에 음악과 책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책에서 호란이라는 사람을 볼 수 있나.

처음 1판 1쇄에서는 북칼럼이 먼저 들어갔다. 그런데 2판부터 바뀌었다. 왜냐하면 음악이야기가 더 가볍고 재미있는 내용이고, 북칼럼은 책에 대한 내용이라서 사람들이 어렵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저는 양쪽에 다 나의 입장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음악 칼럼은 음악 주변에 대한 이야기라서 조금 자유롭게 쓴 것이 없지 않아 있다. 북칼럼은 책이라는 소재가 있으니까 조금은 제한한 틀 안에서 썼다.

- 개인적으로도 책 이야기보다는 음악 이야기부터 눈이 갔다. 책 이야기는 아무래도 먼저 소개된 책을 읽어야 하니까.

그런 것도 있다. 음악 에세이 같은 경우에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사람에 대한 에피소드다. 그냥 사람사는 이야기인 셈이다. 음악이 하나의 코드가 되었을 뿐이지,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아니다. 그래서 더 일상적으로 읽기가 쉬웠던 것 같다. 하지만 북칼럼은 사람 사는 이야기가 아니고, 무슨 '내가 이 책을 읽고 고속도로변에서 벚꽃을 느꼈어'이런 느낌이 가질 것도 아니다. (웃음) 그러나 나는 북칼럼에 대해서 애정이 많은 편이다. 왜냐하면 사실 내가 북칼럼을 쓰면서는 눈치 안보고 썼다. 그래서 책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저자들의 말을 통해서 나의 주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오히려 음악 에세이는 부드럽고 재미있기는 하되, 나의 주장을 드러낸 것은 덜하다. 예를 들어 책 내용 중 '벨소리 유감' 같은 경우에는 뮤지션으로서 더 강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은 재미있고 밝고 사람들이 봤을때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길 바랬다. 책같은 경우에는 예를 들어 오쿠다 히데오의 '걸(Girl) 같은 경우에는 30대에 대해 좀더 주장을 할 수 있었고, '섹시한 세종'의 경우에도 우리 한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할 수 있었다.

 


- '호란의 다카포'라는 제목을 짓게 된 연유가 뭔가.

'박찬욱의 오마주와 몽타주'라는 제목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영화인이 자신의 글을 발표하면서 영화 용어를 썼고, 그 영화용어가 책의 성격과 굉장히 잘 맞았다. 그게 재미있어서 나도 '다카포'라는 제목을 지었다. 사실 처음에 '호란 날다'라는 가제를 출판사에서 제의를 하기도 하고, 그런 류의 감성적인 제목들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런 느낌의 감성을 싫어하기도 했고 나도 '오마주와 몽타주'같은 위트가 보이는, 중의적인 제목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 용어 중에 뭐가 있을까 한참 생각을 했다. 그때 생각난 것이 '플레이리스트'(play list)도 있었다. 노는 리스트, 책으로도 놀고 음악으로도 놀고. 그리고 '라이브러리'(library)라는 제목도 있었다. 책도 라이브러리지만, 음악도 라이브러리라고 하잖냐. 그런데 합주를 하다가 악보에 다카포라고 써있는 것을 보니까 이게 괜찮아 보였다. 표기도 한글로 3글자 딱 깔끔하게 떨어지고, 발음도 기본 발음들로 이뤄졌고, 의미도 좋다. (웃음)

- 어느 인터뷰를 보니까 본인에게 작가라는 명함이 추가된다는 기사 제목이 싫다고 하던데.

'작가 명함 하나 추가요'라는 제목이 싫다라기보다는 너무 선정적인 말인 것 같았다. 물론 좋은 의미로 나에게 과분한 칭호를 준 것이겠지만. 이 책을 쓰면서도 그리고 책이 나온 후 다시 보면서도 참 갈길이 멀구나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겨우 몇 개월 지나서 봤는데도 말이다. 그때 쓰면서도 나의 치기를 빼자, 나의 자의식을 빼자, 내가 잘났다는 것을 생각하지 말자, 나는 그냥 담담하게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쓰자라는 생각하고 썼음에도 불구하고, 몇 개월 지나서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멋내려고 했던 것이 보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치기들이 보였고, 영글지 못한 모습들이 보였다. 그 영글지 못한 글을 부끄럽게 내놓으면서 그 수많은 내공있는 작가들, 아직 책으로 자신을 내놓지 못한 작가들을 제치고 내가 감히 작가라는 타이틀을 단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런데 글이라는 것이 쓰고나서 며칠 뒤에 보면 부끄럽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것은 아무리 글실력이 뛰어나도 바뀌기 쉽지 않을 듯 싶다.

태도의 차이인 것 같다. 만일 내가 미숙하더라도 글에 올인해서 충분히 글에 시간을 할애하고, 다른 작가분들이 매달리듯이 글에 매달렸다면 나의 글은 미숙했었도 작가라는 칭호를 받는 것을 기뻐했을 것이다. 마치 이런 것과 똑같다. 나는 지금 노래를 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아마추어가 노래를 좋아했기 때문에 자기 일을 하면서 짜투리 시간을 할애를 해서 음악을 했다고 하자. 그러고나서 음악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즐기는 것 이상의 오만을 가지게 되면 나 역시도 그런 현상에 씁쓸할 것이다. 나는 글에 대해서 그런 오만함을 가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 MBC 이흥우 피디가 '종합문화형 인간'이라고 평가했다. 어떻게 보면 본인의 영역이 가수 등을 넘어서 그런 것 같다. 특히 몇몇 프로그램의 MC를 맡아서 그런 것 같다. 대개 가수들이 예능쪽 MC를 맡는 것과 다르다.

내가 틈새 시장을 잘 공략한 것 같다. 연예인 MC의 틈새를. 아나운서와 연예인의 사이를 잘 공략한 것 같다. (웃음) 글쎄. 그런 평가가 나는 기쁘지만 좀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보이는 내 자신이, 내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빠르더라. 그러니까 실제로 나가 내실을 키우고, 내 글을 다듬고 연마하기 이전에 사람들은 어떤 한두가지 액션으로 나를 이만큼 크게 키워놓으신 게 많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따라가야한다. 바닥을 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존심 때문에도 그렇고, 현실적으로도 그렇다. 그런 것들이 나한테는 큰 숙제 중의 하나다. 마치 계속 머리 앞에 당근이 달려있고, 뒤에서는 계속 채찍이 치는 꼴이다. (웃음) 한동안 솔직히 일말의 오만함을 가진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어린 나이도 아니고, '20대에 갓 데뷔한 스타일쉬한 가수가 이런이런 일을 한대'라는 기득권같은 것은 나에게 남아있지 않고, 나 자신으로 평가받을 시간이 오고 있다는 시간이 들었다. 그 분들의 평가가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 그런 것들을 유지하려면 평소 책같은 많이 읽고 고민 많이 하겠다.

북칼럼을 2년 넘게 한 것을 끝내고 한동안 책을 안 읽었다. 북칼럼을 할 때 한 달에 책을 몇 권을 읽고 그 중 한 권을 선정해 써야하니까, 이제는 좀 쉬자 싶더라. 책도 좀 쉬자. (웃음) 내가 항상 주장하는 것이 독서는 노는거다 공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였는데, 그게 일이 되어버리니까 못 놀겠더라. 그래서 한동안 만화책만 읽었다. (웃음) 그런데 그러다보니까 나의 글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지고,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언어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요즘 좀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해 다시 공부를 해야될 시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너무 정신적으로 놀았나 싶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이 좋은 것 같다. 내가 원래 벼락치기형 인간이라서 압박이 없으면 공부를 안하기 때문이다. (웃음)

- 음악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이 서로 도움이 될 듯 싶은데.

양날의 검인 것 같다. 서로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 부분도 분명 있는데, 뭐랄까 한쪽에 완벽하게 올인을 해야되는 필요성을 느낄 때가 있다. 음악적으로 깊게 쭉 가던가, 글적으로 깊게 끝까지 쭉 가야하는데. 뭐가 옳은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사이에서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한다면 어떤 책이 있을까.

지금 책을 끊은지가 오래되어서. (웃음) 재미있는 책이야 너무 많다. 근래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김연수의 '캐비닛'였다. 그리고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책이 있다. 이건 소설은 아니고, 정신과 의사가 쓴 임상 사례에 관한 책인데 너무너무 재미있다. 일반적으로 심리학 관련 책, 정신과 관련 책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에 안 빠지면서 굉장히 삶에 대해 긍정하는 책이다. 굉장히 묘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심리학 책이나 정신분석, 꿈의 해석 이런 것들을 쉽게 풀어 쓴 것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사람들에게 너무 왜곡된 이미지를 잘 심어주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사람들이 '내가 이런 이미지였구나''어머 내가 이런 증상이 있구나' 이런 이미지를 주는 책들이 싫다. 그런데 이 책은 임상 사례들을 풀어내면서 글솜씨가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그 병을 가진 사람들을 긍정적인 자세로 바라본다. 그런 것이 독특해서 보면서 눈물이 났다.

- '책을 끊었다'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 얼마나 데었나 싶다.

: 데인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버릇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이번달은 쉽게쉽게 만화책만 읽자라고 했는데, 계속 만화책만 읽게 되더라. (웃음) 그 만화책의 세계는 심오하다.

- 공감한다. 과거 '20세기 소년' 읽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 그렇다. '20세기 소년' 정도 되면 만화책의 마이클잭슨 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웃음) 만화책계에도 비틀즈, 존레논, 밥딜런 등 다 있다. '20세기 소년'의 음악성으로 따지만 팝의 범주에 속한다. 굉장히 만화책의 세계도 깊다. (웃음)

- 향후에 다시 책을 낼 계획은 있는가.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계획을 내서 책을 낸다는 것은 나에게 굉장히 과분하고 건방진 이야기 같다. 글을 쓰고는 싶다. 지금도 새로이 EBS에서 라디오 하면서 중간에 하루에 한번씩 에세이 쓰고 있기도 하다, 북칼럼까지는 아닌데, 짤막하게 책에 대해 한 주에 한번씩 연재할 일도 생겼다. 글 쓰는 것이 재미있고 나에게 소중한 일이다. 만일 내가 다시 책을 낸다면 그 자체가 가치 있어서 책을 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호란'이라는 이름이 없어도 가치있다라는 글이 나왔다고,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으면 책을 내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책에 욕심내고 싶지 않다. 이는 야심차게 '난 글만으로 인정받겠어요'라는 것이 아니라, 그게 글에 대한 예의고, 다른 작가에 대한 예의고, 책에 대한 나의 경의의 표현이다. 나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해서, '책을 냈다'라는 경험을 갖기 위해서 출판사로 가고 싶지는 않다.

호란은 최근에도 항상 심통 난 표정으로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에밀리의 자유분방한 언행, 사회를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이 담긴 '에밀리 더 스트레인지'의 한국어판 번역에도 참가했다. 또 호란이 이끄는 이바디가 미니앨범 '송스 포 오필리어'(Songs for Ophelia)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사진 허정민 기자 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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