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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허위 글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20억 달러 가량 소모된 것으로 추산하면서 미네르바 구속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미네르바가 인터넷 논객으로 한참 이름을 날릴 때이긴 하지만 정체도 불분명한 사람의 짧은 글 하나 때문에 귀중한 외환보유액이 20억 달러나 축났다는 설명에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는 것이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미네르바의 허위 글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을 20억 달러 이상 추가 소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말 환율이 갖는 특수 성격상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원.달러 환율을 낮추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는데 미네르바의 글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의 달러 매수 규모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연말 환율은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의 결산이나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과 금융기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운채 지켜보는 상황이고 정부 역시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은 여러차례 노정된 바 있다.

쉽게 설명해서 1억 달러의 외화부채가 있는 기업의 경우 매매기준환율이 938원일 때는 부채가 938억원으로 잡히지만 이듬해 연말 환율이 1,300원으로 상승하면 부채는 1천300억원으로 껑충 뛰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연말에는 키코(KIKO) 등 환율변동 파생상품 가입 기업의 손실 규모가 연말 환율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이어서 당국의 물밑 작업이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다만 이런 작업은 은행과 공기업, 대기업 등에 대해 권유 이상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재정부의 해명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네르바의 글은 시장의 불안을 자극, 갑작스런 달러 매수세 급증을 불러왔다는 것이 재정부의 설명이다. 이는 재정부가 그의 체포에 앞서 검찰에 제출한 소견서에도 설명돼있다.

재정부는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2시 미네르바의 글이 인터넷에 게재된 뒤 달러 매수세가 폭증하는 바람에 오후 2시 30분 이후 달러 매수 주문이 1일 거래량의 39.7%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는 평소 오후 2시 30분 이후 달러 매수 주문이 1일 거래량의 10~20%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2~4배 가량 늘어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시장심리는 다음날까지 이어져 30일은 같은달 1일 평균 달러 수요 38억 달러보다 22억 달러 많은 60억 달러의 외환수요가 집중됐다.

외환수요가 늘어날 때 달러를 공급해주지 않으면 환율은 급속히 상승하기 때문에 시장을 세심하게 모니터링하던 정부는 급히 해명자료를 내는 한편 외환보유액을 동원, 달러를 내다팔 수밖에 없었으며 이과정에서 추가 소모된 달러가 20억 달러 이상 된다는 것이 재정부의 주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작년 12월 29일에는 대형 수출업체가 달러 거래를 자제하고 개인이나 중견기업의 달러 수요가 집중되던 때인데 개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미네르바의 발언으로 개인 거래량이 폭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네르바 때문에 외환 보유액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으며 검찰 조사에서 당일 거래량이나 외환 수급 등을 고려할 때 미네르바로 인해 20억 달러 정도 추가 소모된 것 같다고 말했다"면서 "이는 단순한 추산일 뿐 공식적인 수치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미네르바가 단순한 익명의 네티즌이 아닌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논객이라는 점도 그를 구속하는데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네르바가 단순한 익명의 네티즌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그는 이미 공인이 된 사람으로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김태동 교수 등도 언론에서 미네르바를 언급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연말의 비상 상황에서 누군가 한마디 하면 달러를 팔거나 사려고 할 때 참고하는데 특히 유명 애널리스트 등의 말 한마디가 나오면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미네르바가 지난번 공문 운운했을 때도 본인 스스로 공인 행세를 하면서 한 행동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지금 같은 불확실이 높은 시점에서 그런 얘기는 환율과 주식시장 참가자들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시장 일각에서는 문제가 된 12월29일 미네르바의 글이 외환보유액에 20억달러의 손실을 끼쳤을 지는 의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미네르바가 인터넷상에서 경제 비평가로 유명하지만 프로인 외환딜러들이 주도하는 외환시장이 외환 거래를 해 본 적도 없는 비평가의 글에 휘청거린다는 것은 다소 과장된 주장이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개인들이면 모를까 은행이나 기업 딜러들이 미네르바의 글을 보고 거래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거래량이 급증한 것은 오비이락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딜러도 "인터넷 글에 수억달러를 거래하는 딜러들은 없다"며 "미네르바 얘기를 듣고 달러를 사고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네르바를 구속한 검찰은 그가 인터넷에 올린 글로 인해 달러 매수세가 증가,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소모하게 될 것임을 알고 글을 작성했기 때문에 공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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