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철원군 육군 모사단 최전방 소초(GP) 내무반에서 발생한 수류탄 폭발사고와 관련해 5군단 헌병으로 구성된 사고조사단이 ‘고의 투척’ 용의자를 5∼6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5군단 헌병대의 한 관계자는 24일 “단순한 안전사고가 아닌 고의적인 투척에 의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전체 소대원 30명 중 내무반에서 잠자던 22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집중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황실에서 근무하던 GP장(소위)과 병사 2명, 부GP장실에 있던 부GP장(중사)과 분대장(하사), GP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병사 2명, 취사장에 있던 병사 1명 등을 차례로 불러 당시 상황을 조사했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혐의점은 확인하지는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들을 상대로 사고 당시 잠을 자지 않았던 인원을 조사했는데 (용의자가) 5∼6명 선으로 좁혀졌다”고 전했다. 보통 GP에서는 ‘불침번’ 근무를 서지 않는다.
사고조사단은 특히 이번 사고에서 수류탄의 ‘안전클립’과 ‘안전핀’이 떨어진 지점과 수류탄 폭발 지점이 각기 다른 점으로 미뤄 내무반 밖에서 수류탄을 던졌다기보다는 누군가 병사들 취침 상태까지 살핀 뒤 내무반 안에 수류탄을 놓고 밖으로 도망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에 터진 KG14 경량화 세열수류탄은 ‘안전손잡이’를 놓고나면 3∼5초 사이에 폭발한다. 이에 따라 조사반은 내무반에 있던 병사 22명 중 일부도 분리 신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병영 내 구타나 욕설 등에 의해 앙심을 품고 저지른 범행일 수도 있다고 보고 이 부분도 정밀 조사 중이다.
조사단은 다만 군이 2005년 5월 경기 연천 총격사건 때 충격을 받은 병사 등을 상대로 무리하게 조사하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을 의식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한편 사고 GP는 3개 근무초소를 운영해야 하지만 최근 GP 시설공사를 하면서 사고 전날에는 1개 초소만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GP에는 병사 2명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육군 관계자는 “사고 당일 GP장 판단 하에 경계초소를 3개에서 1개로 축소 운영했다”면서 “8∼11월 진행된 GP시설 개선공사에 따른 소대원들의 피로감을 고려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GP 초소에선 곧잘 GP장 임의로 경계근무를 축소하는 사례가 있어온 만큼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군기문란에 따른 문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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