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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구글의 천체망원경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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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6-09 20:30:43 수정 : 2008-06-09 20: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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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우리 우주는 나이가 135억년이고, 23%의 암흑물질과 73%의 암흑에너지로 구성돼 있으며 사람 몸을 이루는 것과 같은 보통 물질은 겨우 4%에 불과하다. 이런 사실은 근래 10여년 동안 잇달아 실현된 우주망원경들과 대형 천체망원경에 의해 밝혀지게 됐다. 흥미롭게도 그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꼭 400년 전에 일어난 작은 발명품에서 비롯됐다.

1608년 네덜란드의 안경 기술자 리페르헤이는 렌즈 두 장을 이용해 멀리 있는 사물을 볼 수 있는 망원경을 만들었다. 이듬해에 이탈리아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약간의 연구를 보태 천체를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을 발명했다. 그 결과 인류가 우주를 보는 시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2000년, 톨레미 이후 1400년 동안 인류는 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있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망원경은 우주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라는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이 사실임을 보여 주었다.

그 이후 기술적 발전에 힘입어 천문학은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간단히 말해 천체망원경의 구경 크기에 따라 인류의 지식이 발전해 왔다고 볼 수도 있다. 과학기술 선진국들은 앞다퉈 대형 망원경을 만들었고, 현재 남·북반구에는 구경 8m 이상의 망원경이 16개나 가동되고 있다. 구경 30m 정도 되는 거대 천체망원경 제작도 시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 현재 가동 중인 8m급 망원경에 이어 아주 특수한 임무만을 수행하는 8m급 기능성 망원경이 건설되고 있다. 그 전형적인 예는 2014년까지 남아메리카 칠레의 쎄로 파촌에 세워질 LSST 망원경이다. 구경 8.4m에 3.2기가픽셀(1기가 픽셀은 10억 화소)의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를 갖춘 이 망원경은 사흘에 한 번씩 보이는 하늘 전체를 촬영할 수 있다. 하룻밤에 나오는 이미지의 양이 30테라바이트(1테라=1조)로서 PC용 하드 디스크 100개 정도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이다. 이 방대한 데이터를 칠레에서 미국으로 실시간 전송해 화상 처리를 한 뒤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배포하는 것이 이 망원경 사업의 목표이다. 이것을 구현할 기술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똑같은 문제를 고민하던 인터넷 검색 업체인 구글이 LSST의 과학기술자들과 힘을 합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현재 총 20개 이상의 미국 국내 연구소, 대학, 기업이 힘을 합치고 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이 이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참여한 ‘연구회사(Research Corporation)’란 독특한 이름을 가진 공익법인이다. 이 법인은 과학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스미소니언 재단에 이어 1912년 미국 두 번째로 설립된 재단이다. 재단을 세운 프레드릭 코트렐(1877∼1948년)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공장 굴뚝의 매연을 줄이는 전기식 집진 장치를 개발한 사람이다.

코트렐의 나이 34살이 되던 해, 자기 삶을 되돌아본 그는 젊은이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해 보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창조적 과학기술 연구를 지원하는 독특한 비영리 재단을 만든 것이었다. 지금까지 혁신적인 과학연구 아이디어에 15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온 이 재단이 차세대 사업으로 LSST에 거액을 투자한 것이다.

구글 역시 자선사업으로 LSST에 참여하고 있는 게 아닐 것이다. 또 코트렐의 재단은 과학의 사회봉사와 인류의 지적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 과학을 세계 최고로 유지하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 이들이 과연 ‘실용적이지 못한 천문학 연구’에 그렇게 돈을 물 쓰듯 하고 있는 걸까. 그 물음에 이제 막 첫 우주인을 배출한 우리가 답할 차례다.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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