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이 맑아지는 사찰음식…마음까지 정갈

연꽃 같은 밥상

광우병, 조류 인플루엔자(AI) 등으로 채식 위주의 웰빙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기류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사찰 음식은 대표적인 웰빙음식으로 꼽을 만하다. 사찰 음식은 말 그대로 절에서 스님들이 먹는 음식을 말한다. 육류나 해산물, 고기와 오신채(五辛菜· 자극적인 다섯 가지 채소류 음식), 화학조미료 등을 넣지 않은 채식 위주의 담백한 식단이다. 부족한 기름기는 깨나 콩, 부각 등으로 보충하고 계절마다 산야에서 나오는 냉이나물, 취나물, 씀바귀, 고사리, 도라지 등 각종 싱그러운 나물을 주로 이용한다. 여기에 오이·고추·깻잎·산초 같은 여러 장아찌류에 버섯구이·도토리묵무침 등 반찬과 잡곡밥·청국장이 곁들여진다. 미국의 한 유력언론이 사찰음식을 ‘몸을 건강하게 하고 마음을 맑게 하는 음식’이라고 소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육미와 삼덕이 조화된 사찰음식

사찰음식 전문 강좌를 운영하는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www.templefood.co.kr)의 적문 스님은 “요즘 웰빙이라고 말하는 모든 것들이 전통 생활 방식과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사찰음식 역시 우리가 어렸을 적에 먹던 음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채소 중에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며, 음식을 만들 때 불교에서 정한 법도를 따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찰 음식은 육미와 삼덕의 조화를 우선으로 한다. 육미(六味)는 신맛, 쓴맛, 단맛, 짠맛, 매운맛에 부드러움을 더한 것이고 삼덕(三德)은 청정(淸淨·깨끗함), 여법(如法·조리순서를 지킴), 유연(柔軟·맛의 조화)을 뜻한다.

육미의 핵심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마늘과 파, 부추, 달래, 흥거(무릇) 등 산성식품을 일컫는 오신채는 ‘몸에서 냄새가 나고, 성내고 탐내고 어리석게 만드는 마음이 생겨나기 때문’에 스님들 수행에 방해가 된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중시하는 것은 사찰음식의 가장 큰 특징이다. 봄에는 제철 나물 위주로 생채를 만들어 먹고, 여름에는 채소를 살짝 데친 숙채, 가울과 겨울엔 말린 나물과 같은 저장식품을 주로 사용한다.

인공조미료 대신 다시마와 버섯, 들깨, 콩가루로 만든 천연조미료를 사용해 시원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 식재료 각각의 궁합도 철저히 따진다. 다소 투박할 수 있는 맛을 보완키 위해 짭짜름한 장아찌를 함께 내놓고 쑥·연근이나 당근, 감자 등으로 모둠전을 만들 때 오장에 고루 양분이 가도록 색깔을 맞추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인공조미료와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우리가 집에서 직접 사찰음식을 만들어 먹기란 쉽지 않다. 천연조미료 등 음식을 만드는 데 시간과 품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재료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석가탄신일(12일)을 맞아 인근 사찰에 들러 담백하고 깔끔한 음식을 맛보는 게 좋겠지만 그것이 번거롭다면 서울 시내 사찰음식 전문점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적문 스님은 서울에서 가볼 만한 사찰음식점으로 삼청동의 감로당(www.sachalfood.com, 02-3210-3397)과 인사동의 산촌(www.sanchon.com, 02-735-0312), 대치동의 채근담(www.chaegundaam.com, 02-555-9173) 3곳을 추천했다.

#서울 가볼 만한 사찰음식 전문점

감로당은 좋은 재료와 정성스런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퓨전 사찰음식 전문점이다. 장류는 직접 담그고 새송이·연근·참마·우엉 등은 산지에서 직접 구입한다. 재료를 다듬을 때도 정수기로 걸러진 물만 사용한다. 사찰 음식 기본대로 오신채를 쓰지 않고 고기, 생선 등 육류 음식도 없다. 천연조미료만 사용하고 밀가루 대신 국산 감자전분과 찹쌀가루를 섞어 사용한다. 다만 모양까지 신경 쓰는 현대인 취향에 맞게 백봉령 구절판, 칠보 수삼 등 새콤달콤하면서 화려한 퓨전 메뉴를 다수 개발해 내놓고 있다. 

전식 개념인 자연송이 발아 현미죽과 백련잎차로 시작해 월과채, 두부조림, 산약초 소스 샐러드, 특선 별미 모둠전, 산나물찬, 약선 장아찌 등으로 이뤄진 반찬에 잡곡밥과 우거지 된장국을 먹을 수 있는 정식 코스의 가격은 2만3000∼9만8000원이다. 이외에 산약초 소스 샐러드, 모둠 버섯 잡채, 표고버섯 유자 탕수육, 수삼 곶감 탕수 등 3∼4인이 먹을 수 있는 일품요리를 1만8000∼2만원에 내놓고 있다.

산촌은 스님 출신 사찰음식 연구가로 유명한 정산 스님이 20여년 전 문을 연 최초의 사찰음식 전문점이다. 북춤과 부채춤 등 전통공연을 즐기며 정통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일곱 가지 산나물을 각기 다른 양념으로 무친 산채 모둠나물과 빙(무, 버섯, 빨간고추 등 갖은 양념을 메밀전병에 싼 것), 겉절이 등 정식 메뉴가 점심에는 2만2000원, 저녁에는 3만9600원이다.

채근담은 정통 사찰음식에 현대적 요리법을 가미해 인근 젊은 직장인에게 인기가 높다. 백련초, 치자, 청포묵을 무친 오방식 묵채와 우엉 곁들인 잡채, 유기농 두부구이 등이 포함된 정식을 점심에는 2만1000∼4만2000원, 저녁에는 3만5000∼6만2000원에 맛볼 수 있다.

한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1층에 위치한 ‘그랑 카페’(02-559-7614)도 18일까지 점심시간에 한정해 사찰음식을 뷔페로 내놓는다. 산마밥을 비롯한 삼색 비빔국수, 두릅 물김치, 향긋한 향의 새송이버섯조림, 전통 삼색전, 독특한 향의 산초 장아찌와 고수 겉절이, 밥맛 도는 깻잎 된장 장아찌 등을 골라 즐길 수 있다.



글 송민섭, 사진 이제원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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