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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 총선 출마 랩퍼 김디지 "폭탄주에 성추행이 정치입니까?"

입력 : 2008-04-01 09:59:03 수정 : 2008-04-01 09: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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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국회의원 출마하니 전직 국회의원 나에게로 다가와서 한다는 말이 "정치가 장난이냐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이…" / 김디지 궁금해서 물어보지 그럼 전직국회의원 폭탄주에 성추행은 장난 아니고 정치에요 ??"

이번 18대 총선에 출마한 김디지(김원종)의 앨범에 있는 '김디지를 국회로'의 한 구절이다. 그냥 노래만 들으면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랩퍼 한명이 쏟아내는 '평범한(?)' 노래일 수 있지만, 이 노래를 부른 당사자가 '진짜로' 총선에 출마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들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디지의 총선 출마 선언은 분명 '가십꺼리' 이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다양해지는 시대에 걸맞는 특이한 후보일 뿐, 정말 당선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김디지의 반박은 대한민국 정치의 한 실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했다.

"당선가능성이 있어요. 강남구의 투표율이 높아지고 그 안에서 20~30대 투표율이 70~80%를 차지하며 다시 그 중 반만 저를 찍어주면 저는 당선이 됩니다."

한 마디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의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선거에 제대로 참여하면 기존 정당들의 후보가 떨어질 확률이 크고, 참여하지 않으면 이들이 당선될 확률이 높은 희한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디지 역시 이런 상황에 대해 블랙코미디라고 말한다.

가수가 아닌 총선 출마자로서 이야기를 들으려니 당연히 그가 바꾸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우선 총선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매니페스토를 내세워야 하는 것을 법제화시킬 겁니다. 지금은 이것이 권고사항이거든요. 당적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나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그래서 전 공약 제출을 하지 않으면 출마 자체를 막아버리자고 주장합니다.  그 다음으로 주장하는 것이 즐거운 선거 만들기입니다. (기자님은) 선거 재미있으세요? 전 재미없어요. 전 이번 공천에서 전·현직의원들이 떨어지면서 눈물 흘리는 거 보고 어이가 없어요. 자신들이 과거에 했던 일은 생각이 안나나봐요. 왜 눈물을 흘립니까. 축제같은 선거가 시작도 하기 전에 눈물을 왜 흘리는지"

디지는 그렇다고 정치를 희화화시키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하루 몇 시간씩 뉴스를 보는 디지는 정치인들이 연예인보다도 많이 브라운관에 등장하는 전 국민의 스타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스타인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웃기고 재미있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디지는 비판한다.

"제가 나오자 사람들이 총선이 아니라 앨범 홍보하러 나왔다고 말하는데, 맞아요. 저 앨범 홍보하러 나왔어요. 오죽하면 랩퍼가 출마했겠나 하면서 제 노래도 듣고 선거에 대한 관심도 가지면 전 그것으로 만족해요. 저 찍지 마시라고 공약에도 있어요. 하지만 투표는 했으면 합니다."

1시간 여의 이야기 내내 디지의 최대 관심은 선거를 즐기고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자신은 강남 한복판에 계란 한 판 놓고 "내 말이 틀리면 던져라"식의 유세도 감행할 생각이라고 한다. 자신이 안되어도 좋으니 투표에는 반드시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끊임없이 했다. 적어도 인터뷰 시간에는 선관위 홍보대사가 원더걸스가 아닌 디지로 바뀌어 있었다.

이야기를 하던 중 디지의 불만이 갑자기 관용차로 향했다. 유류세 높으니 낮추자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국회의원 등 관용차부터 2000cc이하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이들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이 3500cc급 자동차를 타고다닐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디지의 발언은 어느 새 공약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제안하고 있었다. 1500만원의 공탁금을 내고 정책 제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제가 선거비용을 2500만원 잡았어요. 그중 공탁금 빼면 1000만원이죠. 이것으로 선거 치룰 수 있다는 거 보여줄 꺼에요. 이 돈이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음반판매만으로 충당이 가능해요. 제 음반 홍보하고 잘 팔리면 이거 다시 정치 자금으로 들어가는 선순환 구조 만들거에요. 이 음반 사서 선거에 관심 가지면 좋잖아요"

디지의 경력은 화려하다. 외국계 회사에서 컨설턴트와 마케팅을 담당했고 어린 나이에 꽤 높은 지위까지 올랐다. 대학을 중퇴했지만 이미 이 때 일과 음반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은 2001년이다. 아마 나이가 되었으면 2004년 대통령 탄핵 시기의 17대 총선에 나왔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 디지는 24살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공탁금을 모으고 이제는 나이까지 되었기에 총선 출마를 선언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나와보니 '신인 정치인'을 가로막는 것이 있단다. 바로 선거법 93조 1항. 이 항목 때문에 디지는 앨범 홍보를 위한 뮤직비디오도 방영할 수 없음은 물론 총선 이후에나 자신을 홍보(?)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는 자신의 개인 홈피 이외에는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게시조차 하지 못한다.

"선거법 93조 1항 자체가 정치 신인들에게 불리한 법이에요. 물론 저같은 랩퍼가 선거 출마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법은 거기까지에요. 코에 걸면 코걸리, 귀에 걸면 귀걸이식이죠"

디지에게 정치란 예술가의 의무인 듯 싶었다. 예술가가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 디지는 총선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임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진짜로 그가 무대 위에서 바라는 점은 전혀 뜻밖이었다.

"정치 문제든 위안부 문제든 언론 문제든 제가 필요하다면 이야기를 쏟아내야죠. 다만 바라는 것은 제가 더 이상 무대 위에서 대통령 욕하고 국회의원 욕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지금 이것 말고도 욕할 꺼리가 많거든요"




사진제공=이테이블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segye.com

 동영상 취재·편집 김경호 PD stillcut@segye.com 



매니페스토 : 선거에 임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당선되면 실천하겠다고 문서로 제시하는 공약

선거법 제93조 1항 :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보궐선거 등에 있어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창당준비위원회와 정당의 정강·정책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 다만, 선거운동기간 중 후보자가 제60조의3(예비후보자 등의 선거운동)제1항제2호의 규정에 따른 명함을 직접 주거나 후보자가 그와 함께 다니는 자 중에서 지정한 1인과 후보자의 배우자(배우자 대신 후보자가 그의 직계존·비속 중에서 신고한 1인을 포함한다)가 그 명함을 직접주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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