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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 도지원 “연기자 그만두고 ‘비구니’될 뻔”

입력 : 2008-02-28 16:52:28 수정 : 2008-02-28 16: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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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첫 인상이 도도해 보여 얼음공주 같다는 얘기 많이 들어요. 근데 저 실제로는 정말 털털한 성격이에요. 상대가 불편해 하는 걸 안좋아 하고 (제가) 못 참아요. 살면 얼마나 살겠다고… 둥글게 둥글게 살고 싶은걸요.”

작은 얼굴에 커다란 눈망울. 어렸을 때 별명은 왕눈이, 소(牛)눈(目)이었다. 실제로 눈이 너무 커서 파리가 들어간 적도 있단다. 그럴 땐 파리를 이해해(?) 준다. ‘그래, 니가 호수에 빠지고 싶어서 그랬구나’.

요즘 ‘막돼먹은 영애씨’ 출연 이후, 주위에서 ‘코믹한 역에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녀가 맡은 변지원 역은 연애경험도 풍부하고 이혼이라는 인생의 풍파를 겪은 인물로 뛰어난 외모를 지녔지만 방안에 발 디딜 곳조차 없는 지저분한 역할이다. 쇼파 속에는 병 뚜껑, 스타킹 등이 묻혀 있으며 냉동실에선 2002년에 산 고등어가 발견되기도 한다.

“처음 맡아 본  ‘푼수’ 역할이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어요. 아, 나한테 정말 잘 맞는구나, 나한테 이런 성격이 있구나, 싶어요.”

1996년 드라마 ‘사춘기’로 데뷔해 오랫동안 방송활동을 했지만 아직도 ‘도지원’하면 중견연기자와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리틀 도지원’, ‘작은 도지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때 ‘도지영’이라는 예명을 쓰기도 했지만 곧 다시 본명 ‘도지원’으로 돌아왔다. 본명으로 다시 바꾸고 나니 일이 잘 풀린다.

“몇 년전 소속사 문제로 활동이 뜸할 때가 있었어요. 독실한 불교라 마음이 복잡할 때 절에 가곤 했었죠. 불경 읽고, 기도하고, 절하고 매일 그곳에서 살았어요. 스님 밥도 짓구요. 어느 날, 한 스님께서 많이 힘들어 하는 저를 보시고는 ‘비구니 될래? 연기자 할래?’하시더군요. 제가 깜짝 놀라 쳐다보니 비구니 될 자신 없으면 열심히 일해라 하시더군요. 이상하게 마음이 정화되고 욕심을 버리게 됐어요.”

도지원이 꼭 해보고 싶은 것은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것. 이유는 ‘자비로운 부처님께 감사한다’는 말을 꼭 해보고 싶어서라고. 그만큼 힘들었을 때 기대고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용의 눈물’을 비롯 최근 ‘한성별곡’까지 도지원은 사극과 인연이 깊다. 쪽진 머리가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큰 눈과 뚜렷한 이목구비 덕분에 공포 영화와 잘 어울린다는 평도 듣는다.

“전설에 고향에 출연한 적도 있어요.(웃음) 10년전 쯤에요. 정말 하고 싶은 연기는 순박한 시골 처녀 역이에요. 장쯔이가 출연했던 ‘집으로 가는 길’이나 전도연씨가 열연한 ‘내 마음의 풍금’ 같은.”

‘막돼먹은 영애씨’에 캐스팅 될 때는 고민이 많았다.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훨씬 많은 30대 이혼녀역이라 제작진도 많이 미안했다고. 하지만 도지원은 ‘이혼녀면 어떤가 난 미혼모도 할 수 있다’ 싶었단다. 첫 촬영 하루 전날 연락이 와서 합류하게 됐고 뜻하지 않은 인기를 얻게 됐다. 감독이 드라마 홈페이지를 보며 ‘이렇게 악플 없는 게시판 처음 봤다’고 칭찬을 할만큼 드라마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다.

“혹시 악플을 감독님이 다 지우시는거 아닐까 싶었으니까요. 지상파에서 볼 수 없었던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때문에 인기가 있지 않나 싶어요.”

도지원은 아직도 화장실에서 대본을 연습할 만큼 발음을 중요시한다. 대사만 듣고도 ‘저 사람 연기 잘한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무엇이든 읽을거리가 있으면 화장실로 들어간다. 이유는 잘 울리고 잘 들리기 때문. 그보다 더 욕심을 내는 것은 눈빛 연기다. 눈빛 하나로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자가 최고의 연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도지원은 온라인 쇼핑몰에 도전했다. 귀금속 쇼핑몰인 '수아린'을 론칭한 것.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도전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라지만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걱정은 되지 않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똑부러진다.

“연예인 쇼핑몰이 처음에 안되는 경우는 없대요. 하지만 얼마나 좋은 제품을 선보이느냐, 결국은 상품이 좋아야 한다는 거죠. 처음에는 연예인 쇼핑몰이라 한 번씩 사보겠지만, 나중에는 배우인 저에게 대해 오히려 더 실망하게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부담감이 컸죠. 심플하면서도 적절히 화려함을 갖춘 악세서리로 가격도 저렴하게 정했어요. 업데이트가 정말 중요하더군요. 몇몇 상품만 올려놓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구입한 손님은 다시 구입하지 않고는 못베기도록 끈기를 가지고 할 예정이에요.”

도지원이 가장 좋아하는 코디법은 ‘내추럴’이다. 청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포인트로 커다란 링 귀걸이를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귀걸이만 잘해도 코디를 잘한 것처럼 보이거든요. 야구 모자에 귀걸이가 빠지면 정말 허전하구요. 그럴 때 액세서리가 정말 중요하구나, 느껴요. 한가지 팁이라면 링이 클수록 얼굴이 작아보여요!”

도지원은 최근 평소 꼭 맡고 싶었던 배역을 맡게 됐다. 4월 개봉 예정인 영화 ‘모던보이’에서 ‘게이샤’ 역할을 연기한 것. 1930년이 영화의 배경으로 인기가 많은 일본 여자로 등장한다. 홍콩배우 장쯔이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녀는 소원을 이루자 또다른 욕심이 생겼다. 사투리를 쓰는 역이다. 집에서는 아직도 부산 사투리를 쓰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연기가 묻어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다.

"배우들은 촬영할 때 많이 지치고 힘들어하는데 이상하게 저는 한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캐스팅 돼서 연기하는게 너무 행복하고요. 특히 제가 맡은 배역을 놓고 여러사람이 오디션이 떨어졌을테고, 다 모니터 할텐데 미안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일매일 외쳐요. ‘오늘 하루 보람차게 잘보냈다!’고."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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