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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막돼먹은 영애씨' 정다혜 "제 연기의 속도는 7km"

입력 : 2008-02-05 16:21:50 수정 : 2008-02-05 16: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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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2001년 SBS 드라마 ‘피아노’로 데뷔, 신데렐라로 급부상한 정다혜. 이후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실물을 보고나서야 ‘아! 그 배우였구나’라는 말만 들을 뿐이었다.
 
정다혜에게 2007년은 연기자로서 재도약을 할 수 있었던 해였다. tvN의 리얼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채널CGV ‘커플 브레이킹’으로 다시 한 번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알렸다. 독특한 제목과 소재, 개그우먼 김현숙 주연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영애씨(김현숙) 동생 영채로 출연한 정다혜는 이를 통해 그동안 부진을 만회하고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피아노’ 이후 너무 비슷한 역할만을 해왔다. 지난해에 비로소 정다혜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었다. 2008년에는 조금 더 발전되고 색다른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지니는 의미

정다혜가 ‘막돼먹은 영애씨’를 선택한 이유는 독특했다. “당시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였고 슬럼프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방송에 목이 말라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발적으로 시작했다”고 그는 밝혔다.

긴박한 심정에 시작은 했지만, 수월했던 작업만은 아니었다. ‘여자의 몸’에 초점을 맞춘 케이블 드라마의 특성 때문에 망설임도 많았다.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극 초반부에 수영복 장면도 많아 ‘이 작품도 혹시 상업적으로 가는 건가’하고 생각했다. 특히 스타화보를 통해 S라인 몸매를 드러냈지만 방송 카메라 앞에서 수영복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라 두려움도 컸다. 드라마가 끝난 지금은 큰 만족감에 빠져있다.

“처음 시도되는 장르고, 초반의 우려와 달리 점점 가족드라마로 흘러가 안심됐다. 예쁘지 않은 언니에게 피해를 받는 사람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일상 이야기가 시트콤처럼 그려졌다. 잔잔한 내용을 다루면서 시청자 반응도 좋아졌고, 든든한 울타리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피아노’로 데뷔했을 당시에 내 모습 그리고 지금

정다혜는 2001년 조재현, 고수, 조인성, 김하늘 등이 출연한 SBS 드라마 ‘피아노’에서 막내 동생이라는 작은 역할로 나왔지만, 스타배우들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렸다. 2008년 지금도 당시 정다혜를 기억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정말 겁 없이 열심히 했다. 사투리 연습하다 혀에 피가 나고, 영하의 날씨에 얇은 티 한 장만 입고도 춥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춥더라(웃음). 미칠 듯 빠져서 연기했고, 솔직히 그 후론 당시의 감정을 느껴보질 못했다.”

‘피아노’ 이후 감정이 사라졌을까? “그때는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들판의 꽃이었는데, 그런 점을 좋아해주셨다. 그런데 그 상태가 계속된다면 배우가 아니다. 카메라 앞에 서는 법도 알았고, 감정도 필요한 순간에 쏟아낼 수 있는 요령도 생겼다”고 그 이유를 대신했다. ‘피아노’ 때 우는 장면을 찍기 위해 하루 종일 울고 있어야만 했다면, 현재는 감정을 유지한 채 울어야 할 상황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그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무식함(?)도 훌훌 털어냈다.

연기란 그리고 연기자의 길

“남들은 할 줄 아는 게 없다지만 연기는 저에게 천직이다. 올해 만으로 22살인데 인생의 반을 연기자로 살았다.” 간단명료하게 들리지만, 이보다 정확한 표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연기는 나의 삶’ 등과 같은 수식어를 따로 들이대지 않아도 의미가 통했다.

정다혜는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을까. 독특한 발상으로 한마디 건넨다. “완벽한 연기는 없고 다만 속도의 차이만 있다. 연기한지 1년 됐으면 1km, 2년 됐으면 2km, 40년을 했으면 40km라고 생각한다. 대신 중간에 오르막이 있으면 좀 더 늦어지고, 내리막길에선 빨라진다. 전 현재 7km 정도다.”

그가 가고자 하는 연기자의 길은 행복한 연기자다. 그렇다고 밝은 역할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이나영처럼 우울한 역할에서도 얼마든지 행복함을 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연기자의 길을 감에 있어 대중의 사랑은 필수다. 단 한편으로 스타덤에 오르는 배우들을 보면서 정다혜는 어떤 생각을 할지가 궁금했다. “어릴 땐 데뷔하면 나도 곧바로 스타가 될 줄 알았다. 부족함을 모르고 철없이 생각했다”며 “정상을 향해 가는 것은 똑같지만 어떤 길로 가는지는 다르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내 일에 충실할 뿐이다”고 말했다. ‘피아노’ 이후 찍은 작품이 조기 종영돼 현실의 쓴맛(?)을 일찍 봤던 것이 성숙함을 만들었다. 물론 앞으로 연기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쯤은 정다혜도 잘 알고 있다. 이는 곧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가 될 수 있는 여지도 그만큼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장소=린(lynn) 스튜디오, 한복협찬=박경숙 한복

/ 황성운 기자 jabongdo@segye.com 사진=황재원 객원기자, 팀블로그 http://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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