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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미스테리로의 초대, 뮤지컬 '후 Who'

입력 : 2008-01-11 15:42:11 수정 : 2008-01-11 15: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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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미스테리’ 장르는 공간·시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드라마나 영화를 떠나 무대 위에 오르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 관객들이 최근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웃음에 대한 요구가 커진 상황에서 이같은 ‘미스테리’는 눈길을 끌기 어렵기까지 하다. 그러나 정통 미스테리의 긴장감을 맛본 사람은 다시 무대 위의 미스테리 영역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관객 스스로가 미스테리의 참여자로 느끼기 때문이다.

이같은 긴장감과 수준 높은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살아있는 연기력까지 담보한 뮤지컬 ‘후Who'가 관객들을 흡수할 수 있는 매력을 발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한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뮤지컬'후 Who?'는 무대발견 시리즈 네번째 작품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한 살인자(재우)가 기억을 되짚어나가는 과정을 긴장감있게 이어나간다.

뮤지컬은 어두운 조명 아래로 들리는 여성의  노래소리, 뒤이은 섬뜩한 비명으로 시작한다. 교도소 안에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고자 노력하는 살인자 재우와 그에게 끊임없이 '너는 누굴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장호영 박사가 있다. 자신이 '살인'을 죄목으로 수감 중인 것만 알고 있는 재우는 누구를 왜 죽였는지 아무것도 기억해 내지 못하고,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장박사는 기억을 알 수 있는 '열쇠'를 주지 않고 재우에게 '기억해 낼 것'만을 강요한다. '기억을 회복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재우가 가석방이 되도록 도운 장 박사는 재우의 어린 시절 집으로 그를 데려간다. 그리고 그곳엔 재우를 형이라 부르는 '준서'가 있다. 자신의 과거를 하나씩 발견해 나가던 재우는 7년 전 사건을 다룬 신문을 접하게 된다. 이어 자신이 정신병자로 심리학연구소의 연구대상이었고, 실험도중 연구원 한 명을 살인했음을 알게 된다. 

뮤지컬은 알 수 없는 '여인의 목소리'와 비명의 실체, 끊임없이 등장하는 장유경과 진희라는 인물들의 존재를 따라가며 장박사는 왜 재우와 준서의 곁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미스테리 스릴러의 본능에 충실하듯 뮤지컬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알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의 기억(과거)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재우의 기억은 이미 삶의 굴레와도 같다. 그리고 동시에 장 박사가 재우에게 씌운 속박의 굴레이기도 하다. 그가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는 길은 곧 세상과 다시 만나고 소통하는 길이자 자신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자신의 목적(연구)를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장박사는 우리 사회 기득권자를 나타낸다. 진실의 피해자이자 기득권자들의 희생양이면서, 그에 맞서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준호는 현실의 모순에 맞서 싸우는 집단을 그리고 있다. 또한 진실을 알기 두려워하는(혹은 알면서도 묵인하는) 준서는 "착해야 돼",  "(장박사에게) 사랑받아야 돼" 라고 세뇌당한 채 살아가며 불의에 맞서지 못하는 일반 소시민 집단을 묘사한다. 재우와 준서는 똑같이 우리 사회 기득권 층의 희생양이면서도 현실에 대응하는 모습은 극단으로 나타난다.

뮤지컬 '후Who?'는 사건 전개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 다른 두 인물(장유경, 진희)을 끝까지 배후에 감춰 둔 채, 세 명의 남자 배우들만으로도 관객과의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최중민 연출의 미스테리 뮤지컬 '후 Who?'는 남문철, 최재웅, 이훈진 세 배우가 열연한다.

/ 임삼미 인턴기자 smlim@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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