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시론]파병외교 가치를 재인식하자

입력 : 2007-11-07 15:28:00 수정 : 2007-11-07 15:28: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자이툰 부대의 철수 문제가 다시 대선 현안이 되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은 지키고 싶었지만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연내 철수라는 본래 입장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년 12월까지 주둔을 1년간 연장하는 대신 병력은 절반으로 줄여 12월 말까지 도합 590명을 철수시킨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대통령의 고육지책조차 국회를 통과할지 자신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이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고 시민사회 역시 곱지 않은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야당 후보는 전후 재건사업의 참여나 이라크 현지 입장을 고려, 주둔 연장에 찬성한다고 했지만 여권 후보는 미국에 대한 맹종적 자세를 비판하며 즉각적인 철군을 주장하고 있다.

왜 미국은 소위 깜도 안 되는 소수의 자이툰 부대에 그다지도 집착을 보이는 것일까. 미국 연방 회계 감사원(GAO)에서 최근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아이티(Haiti)에서 1년간 활동한 미군과 유엔평화유지군의 비용을 비교해보니, 미군이 높은 인건비 탓에 대략 2배가 더 들었다고 한다. 이를 다시 한국의 이라크 파병을 기준으로 비교한다면, 한국군은 유엔평화유지군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성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문제로 세계의 안전을 지킬 만한 병력 파견이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유엔평화유지군을 잘 훈련시켜 활용하거나, 동맹국들 중 효율성이 높은 군대와 협력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육군협회 연례총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 육군은 향후 새로운 형태의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외국군을 훈련하고, 협력할 준비 태세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의 대선주자로 나선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대선공약으로 군대가 아닌 민군이 함께하는 새로운 형태의 ‘안정화 및 재건사업단’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라크 파병은 바로 이런 새로운 국제수요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PKO나 다국적군 파병은 반드시 군대만 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창의적으로 활용한다면 유엔외교는 물론 자원외교와 한미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파병외교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창이다. 오늘날 PKO(평화유지활동)는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같은 제3세계권 국가들이 주로 담당한다는 점에서 절대적인 한계가 있다. 국제사회가 아르빌에서 활동하는 자이툰 부대를 주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한국은 OECD 국가이며, 세계 11위의 경쟁력을 갖는 국가이다. 국가의 위상에 맞는 품격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없이 미래의 이익을 창출할 수 없으며 보다 안전한 세계를 만드는 데 책임과 희생을 감내하지 않는다면 결코 중심국가가 될 수 없다. 현재 한국의 유엔분담금 지급은 11위에서 12위를 오가며, 전체 예산의 약 1.8%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엔정규예산이 총 20억달러 정도인 점을 고려한다면, 4000만달러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PKO 분담금도 정규예산과 같은 비율로 내도록 되어 있어 1.8%에 해당하는 4000만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유엔 PKO의 소요 증가에 따라 만약 PKO 예산이 40억달러로 정규 예산의 2배 정도 늘면, 우리의 지원금도 두 배가 되어야 한다. 이왕 적지 않은 예산을 낼 바에는, PKO 파병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이 분야 최고의 선진국이 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원하기에 할 수 없이 보낸다는 주장은 이 정부가 주장한 창의적 외교에도 역행하는 길이다. 반전평화의 수사보다 평화조성을 위한 희생과 행동이 요구되는 시대임을 정치권은 직시해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