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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술술] 서울 연희중학교 정여민양 ‘1학년 생활 이렇게 보냈다’

입력 : 2014-01-19 19:41:33 수정 : 2014-01-19 19: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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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탐색 집중학년제 통해 방송국 문화부 기자 꿈 생겼어요” “초등학교 때까지는 사실 진로나 직업 이런 것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았어요. 중학교에 올라와서 조금이라도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주변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이 뒤처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바심이 들었죠.”

정여민(14) 양이 다니는 서울 연희중학교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중1 집중학년제) 연구학교였다. 중1 집중학년제는 1년간 중간고사를 보지않는 대신 진로직업체험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친구들은 중간고사를 보지 않는다고 좋아했어요. 저도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은 좋지만 과연 제 진로에 도움이 될지 솔직히 매우 의문스러웠어요. 하지만 1년을 지내보니 저도 모르는 새 나만의 나침반이 제 내면에서 만들어지고 있더라고요.”

시교육청은 지난해 11개였던 연구학교를 올해 134개교(서울 전체 중학교의 35%) 이상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여민 양의 지난 1년을 통해 중1 집중학년제에 대해 들여다봤다.

◆“방송국 문화부 기자가 꿈”


여민 양은 원래 법률이나 의료 계통의 직업군에서 일할 생각이었다.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그 길을 강력히 추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원해 결정한 꿈이 아니었기에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나 삶의 목표를 찾지 못했다. 단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서기 위해 삶을 산다는 것 역시 와닿지 않았다.

다행히 학교가 중1 집중학년제 연구학교인 덕에 다양한 진로발달 검사부터 일터 방문, 진로체험 캠프, 진로 콘서트 등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방으로 난 갈림길에서 여민 양에 맞는 길을 찾기란 여전히 어려웠다.

그러다 여름방학이 됐다. 방학 중에도 직업체험의 기회가 있었는데, 다른 점이라면 학교 주최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일터를 찾아 방문하는 자기주도적 직업체험이라는 것이었다. 고민이 깊어졌다.

여민 양은 먼저 다중지능검사와 평소 진로수업 시간에 받은 진로발달검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자신이 언어지능이 뛰어나고, 글을 잘 쓰고, 국어책 읽기·말하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관련 직업으로는 시인과 언어학자, 방송 기자 등이 있었는데, 그 중 방송계가 가장 끌렸다. 기자와 아나운서, 리포터 가운데 어떤 게 좋을지 구체적인 그림까지 그리진 못했지만 방송계 일을 하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체험 장소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미디어 센터 ‘스스로넷’으로 정했다. 여민 양 스스로 기자가 됐다는 생각으로 뉴스 보도국 사람들의 근무환경과 팀원과의 소통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과 대립, 해결과정 등을 조사했다. 인터뷰에 응해준 스스로넷 운영자의 얼굴에는 행복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묻어났다.

여민 양은 “직업을 잘 선택한다는 것은 자신이 그 일을 하면서 정말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큰 깨달음 하나를 얻은 날”이라며 “흥분되고 가슴 뛰는 직업인지, 내가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일인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 여민 양에게는 방송국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여민 양은 “문화부 기자가 된다면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능력 발휘와 자아계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한 명 한 명에 집중하는 진로체험 많아졌으면…”


지난 1년 간 진로직업 체험을 하면서 얻은 소득은 장래 희망만이 아니다. 꿈이 생기니 진로·진학 목표가 생기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정보와 방법을 찾아내는 힘도 함께 길러졌다. 주변 사람의 권유에 쉽게 흔들리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 있고 긍정적인 자아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었다.

여민 양의 어머니도 “다른 학교보다 진로체험 기회가 많았고, 그런 만큼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꿈에 한 발 더 접근한 것 같다”며 만족해 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2학기 때도 방송직과 관련이 있는 곳으로 진로체험을 가고 싶었지만 희망자가 많아 은행으로 나갔는데, 이곳도 역시 학생이 많아 강의처럼 자리에 앉아서 설명만 내내 듣다 왔기 때문이다.

여민 양은 “다른 대기업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이뤄지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며 “학생들이 한 명 한 명 제대로 된 진로체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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