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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밑에서 돼지 키우는 ‘제주 문화’

입력 : 2012-12-28 20:57:33 수정 : 2012-12-28 20: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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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똥 똥돼지∼, 동글동글 콩알똥 줄까? 물컹물컹 물똥 줄까? 똥똥 똥돼지∼, 우리 돼지 똥돼지∼!”

아홉 살 똥지의 원래 이름은 동지다. 배앓이를 자주 하는 동지를 엄마는 똥지라고 부른다. 배가 자주 아픈 똥지는, 요즘으로 말하면 화장실인 통시를 자주 들락날락거린다. 하지만 통시 밑에 사는 돼지가 자꾸 와서 똥을 먹는 바람에 똥지는 제대로 볼일을 볼 수가 없다. 화가 난 똥지는 어느 날 돌담을 무너뜨리고 돼지들을 모두 쫓아버리는데….

제주도에는 화장실 밑에서 돼지를 키우는 돗통시 문화가 있다. 사람의 똥을 받아먹으며 자라는 돼지를 보고 이방인들은 우스꽝스럽고 이색적인 광경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돗통시는 척박한 제주의 자연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겨난 문화다. 살림 밑천인 가축의 먹을거리가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조상이 만들어낸 지혜의 산물이다.

요즘에는 간편하고 질 좋은 화학비료가 나오면서 제주도의 돗통시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동화책은 똥지 이야기를 통해 제주 똥돼지가 단순한 재밋거리가 아닌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생활 문화라는 사실을 재미있게 전달한다. 토속적인 제주도 풍경을 정감있게 담은 삽화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이 책은 현재 제주도에 살고 있는 부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함께 완성했다. 삽화를 그린 김품창 작가는 “똥돼지는 제주를 지키고 살아온 우리 조상과 신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제주이야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라며 “1권 똥돼지, 2권 노리의 여행에 이어 앞으로도 제주도와 얽힌 이야기를 동화책으로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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