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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재앙에 눈물 글썽인 위안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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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3-16 15:10:20 수정 : 2011-03-16 1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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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정오 조기가 걸린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매주 수요일 똑같은 시각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이 모여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구호와 함성이 울려 퍼졌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961차 '수요시위' 대신 진행한 '추모 침묵시위'에서 참석한 할머니들이 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일본대사관을 바라보고 의자에 앉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초봄의 쌀쌀한 바람에 담요를 덮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희생자 명복을 빕니다. 재일교포 일본 시민 여러분 힘내세요'라고 적은 피켓을 들었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한 일본에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하는 뜻에서 추모 시위로 진행한다'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의 안내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길원옥 할머니(84)는 "그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는데 무슨 말을 하겠나. 죄는 밉지만 사람은 밉지 않다"며 "산 사람들이 마음을 합쳐 복구하고 빨리 힘내서 일어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야기현에 살다 소식이 끊긴 송신도 할머니(89)를 최대한 빨리 찾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이용수 할머니(82)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정신을 잃을 정도로 놀라 혈압이 높아지는 바람에 약을 몇 번이나 먹었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떨리고 눈물이 맺혔다.

이 할머니는 "일본에 우리가 당한 것은 굉장히 분하지만 미운 것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며 "희생당하신 분들을 위해 이 추운 날 나이 많은 할머니들이 나와 진심으로 명복을 빌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인터뷰 도중 '일본인 여러분 힘내세요'라고 큰 소리로 세 번 외쳤다.

정대협 윤미향 대표는 "할머니들의 제안으로 침묵 시위를 하게 됐다"며 "자연 재앙으로 희생당한 분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은 우리 모두 하나"라고 말했다.

1992년 1월 시작된 수요 시위는 19년 동안 단 한 번도 중단되지 않았으며 1995년 고베 대지진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추모 시위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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