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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위의 편집국, 네이버는 ‘슈퍼 울트라 갑’?

입력 : 2012-07-12 21:21:53 수정 : 2012-07-13 09: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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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미디어 생태계 변화에 언론사들이 미흡하게 대응했기 때문…네이버가 공생방안 내야 한다는 지적도
뉴스캐스트 출범 이후 첫 공개토론회 열고 개편 착수

“네이버로 뉴스 소비가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진짜 중요한 뉴스들이 사라지고 있다. 만약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뉴스캐스트 기사를 편집할 경우 가치중립적, 가치배제적인 기사들만 노출되는 등 심각한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선정적 제목이나 사진을 올리면 네이버로부터 바로 연락이 온다. 2중·3중의 감시체제를 갖춘 네이버는 편집국 위의 편집국, ‘울트라갑’이다. 또 실시간 검색어가 진정으로 포털에 필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서정아 머니투데이 본부장)


뉴스캐스트를 둘러싸고 언론과 네이버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언론정보학회와 NHN가 개최하는 공동세미나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12일 ‘뉴스캐스트의 전망과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된 세미나는 약 200명의 언론인과 학부모 단체 등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박용규 상지대 언론정보학회 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NHN이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현황과 문제점 및 발전방향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총 2부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네이버의 책임’과 ‘언론의 각성’을 요구하는 열띤 토의가 이루어졌다. 또한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자 마련됐다.

지난 2009년 1월부터 시작된 뉴스캐스트는 네이버 메인화면에 주제별로 언론사 뉴스가 노출되는 박스를 말한다. 뉴스캐스트에 노출되기 위한 언론사 간 경쟁이 과열되며, 선정적 기사와 낚시성 제목 등이 수차례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 온라인 저널리즘 출현에 언론사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먼저 발제자로 나선 이동훈 배재대학교 교수는 현재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통해 현재 언론의 위기와 현황을 지적하고, 포털과 언론이 공생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대표 뉴스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만큼 내부 경쟁을 통한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점에 공감을 나타냈다.

또 이 교수는 국내 언론의 위기론이 오래 전부터 제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스캐스트와 관련한 국내 언론 위기론은 결국 2000년대 초부터 변화하기 시작한 뉴스미디어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언론계 전반의 문제가 더 크다는 입장이었다. 즉, 온라인 저널리즘 출현에 국내 언론사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 현재 드러난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

따라서 그는 포털과 언론의 공생적 관점의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털과 언론이 이미 동일한 생태계 내에 유기적 관계로 묶인 존재인 만큼 수평적, 공생적 관계를 가져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동호 교수는 “뉴스캐스트를 통해 본 저널리즘 위기 담론은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처럼 포털과 언론이 서로 방어적인 논리와 프레임을 갖고 담론에 임하다 보면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방안에만 집착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1부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서정아 머니투데이 본부장은 뉴스캐스트의 문제점을 꼬집어 말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로 인한 인력과 시간 낭비가 심하다는 문제 제기였다. 서 본부장은 “또 하나의 편집국인 뉴스캐스트에게 2중·3중 감시를 받고 있다”며 “수직관계에 놓인 포털과 언론의 현 구조를 깨기 위해 네이버 측에서 공생방안을 내 달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패널인 이성규 뮤즈어라이브 대표는 수용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뉴스캐스트 언론사들이 더 나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자들이 품질 높은 콘텐츠를 평가해 이 매체들이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는 방안도 네이버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 뉴스캐스트 폐지 및 신규매체 개방엔 ‘반대’

NHN은 1부와 2부 휴식시간에 지난 몇 주간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뉴스캐스트에 대해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뉴스캐스트 제휴 언론사 51곳 중 37곳이 응답한 가운데 ‘뉴스캐스트 폐지’ 반대가 34개사였고, 찬성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유보나 기타 의견을 밝힌 나머지 3곳 역시 “‘단계적 개선’이나 ‘폐지’가 맞지만 제도 영향력 고려해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상 반대 의견이었다.

언론사들은 ‘대안 없어 폐지하는 것은 공적 플랫폼으로 무책임한 행위’라거나 ‘폐지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용의 묘를 살리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일부 폐지 주장이 ‘일부 종이신문에서 자사의 이슈 주도력이 약화되자 제기된 편협하고 이기적 의견’이란 지적도 있었다.

최근 ‘사이비 인터넷언론’ 문제를 들어 ‘뉴스캐스트 폐지론’에 불을 지핀 조선·동아 등 보수 매체들은 정작 이날 세미나 패널 참석요청이나 설문조사엔 응하지 않았다.

◆ 기사에 대한 신뢰도를 잃은 콘텐츠의 위기

2부 세미나 패널인 김동윤 대구대학교 교수는 현재 언론의 본질적인 위기를 기사에 대한 신뢰도를 잃은 콘텐츠의 위기로 봤다.

과도한 클릭 경쟁이 뉴스캐스트를 훼손 시켰고, 결국 많은 기사들이 선정적이고 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했다. 아울러 정치적 편향성이 심한 부분이 선정성 문제보다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 작금의 뉴스캐스트, 마치 ‘퀴즈프로그램’ 같아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뉴스부장은 “언론사의 다양성을 살려준다는 측면에서 뉴스캐스트는 역기능 보다는 순기능도 있다”며 “뉴스캐스트에 속한 언론사간 모임을 만들어 기준과 원칙을 세워 자정기능을 갖추자”고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뉴스캐스트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한 뒤 폐지를 주장한 패널도 있었다. 촤상국 슬로우뉴스 대표는 “뉴스캐스트는 웹 2.0과 합쳐져 만든 창의적인 모델”이라며 “언론사는 뉴스기사의 경쟁을 유도하고, 이용자는 한 곳에서 뉴스기사를 선택하게 하는 세계적으로도 획기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의 뉴스캐스트를 보면 제목을 클릭해서 볼 수 있는 퀴즈프로그램과 같다”며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뉴스캐스트를 폐지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네이버 “선정적인 매체에 불이익 주는 방안 검토”

이 외에도 뉴스캐스트 문제로 네이버의 높은 점유율 때문에 하나의 기사에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과 낚시성 제목 및 책임성 회피 등이 거론됐다.

유봉석 네이버 뉴스팀장은 선정성 문제와 관련 “잘 하는 매체에 힘주고 못하는 매체에 채찍을 주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며 “그동안 축적한 정량적 자료가 있어 반영할 수 있다면 구조적 관점에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윤영찬 NHN 미디어서비스 이사는 “지난 3년 6개월간 뉴스캐스트 서비스가 진행돼 오면서 많은 뉴스 편집 언론사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각 언론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보고자 세미나를 개최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양한 의견과 조사를 통해 뉴스캐스트 개편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사진=경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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