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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 칼춤' 김지연 女펜싱 금빛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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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8-03 08:59:31 수정 : 2012-08-03 08: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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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김지연 女펜싱 금빛 반란
“로또 맞은 기분… 꿈꾸는 것 같다”
“로또 맞은 기분이예요.”

그럴 만도 했다. 김지연(24·익산시청)은 지금껏 살면서 1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펜싱 대표팀에서도 늘 ‘만년 후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다. 그는 목에 건 금메달을 만지작거리며 “이러고 있어도 실감이 안 난다”며 “꿈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펜싱 국가대표 김지연이 2일(한국시간)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여자펜싱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러시아의 소피아 벨리카야에 15-9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펜싱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지연은 2일(한국시간)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소피야 벨리카야(러시아)를 15-9로 꺾었다. 한국 펜싱사의 첫 번째 여자 올림픽 금메달이자 펜싱 사브르 종목에서 남녀 통틀어 최초로 나온 메달이다. ‘숨은 진주’의 신선한 반란이었다.

김지연은 선수단 내에서 메달 후보에 끼지 못했다. 대표팀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어리고 본격적인 국가대표로 뛰기 시작한 지도 1년을 갓 넘긴 애송이기 때문이다. 김지연도 “32강부터 계속 ‘이겨놓고 가자’는 생각으로만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만큼이나 말할 때에도 거침이 없었다. 부산 재송중학교 1학년 때 플뢰레 선수로 펜싱을 시작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사브르로 종목으로 바꾸었다. 그는 “찌르기만 하기보다는 마구 후려치는 것이 더 재미있겠다 싶어 바꿨어요”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장점이 빠른 발이라고 설명했다. 학창 시절 별명이 ‘발발이’였다고 한다.

후보선수 생활을 오래했던 김지연은 2009년까지 세계랭킹 포인트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무명이었다. 2010년부터 국제무대에 나서 경험을 쌓은 뒤 지난해 모스크바 국제그랑프리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2009∼10시즌까지만 해도 174위에 불과했던 세계랭킹 순위가 2010∼11시즌에는 11위, 올림픽을 앞둔 이번 시즌에는 5위까지 오르며 기량이 급성장했다.

“펜싱은 나의 전부”라며 “칼을 잡고 있으면 자꾸 휘두르고 싶어져요”라고 ‘펜싱 사랑’을 이야기하는 김지연. 만년 후보로 슬픔의 눈물을 흘렸던 그는 이제 세계 최고의 ‘여검객’으로 우뚝 섰다.

런던=유해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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