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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성 '민주화' 발언, 단순 말실수라기엔…

입력 : 2013-05-22 13:56:42 수정 : 2013-05-22 13: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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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시크릿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전효성은 지난 14일 SBS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해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라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화'는 극우보수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에서 다른 소수를 집단으로 폭행하거나 언어 폭력을 하는 것을 일컫는 은어로 쓰이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전효성이 '일베' 회원으로 활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비쳤고, 논란은 일파만파 번졌다. 

전효성은 이날 곧바로 자신의 트위터에 사과 글을 올린데 이어 20일 오후 재차 사과 글을 올렸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급기야 축제에 초청됐던 서강대와 한양대, 성균관대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전효성은 사과 글을 통해 "특정 사이트와 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민주화'가 긍정적인 의미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에게 권유하는 뜻으로 쓰이는 건가하고 무의식중에 받아들였다가 한 사이트에서 의미가 변질되어 사용되고 있던 사실을 이 일이 일어나고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나흘 앞둔 상황에서 나와 파장이 더 컸다. 이에 전효성은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를 입으셨을 유가족 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이렇게 웃으며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5·18 희생자 유가족을 향해 사과했다. 한 대학축제에서는 "경솔한 발언으로 심려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전효성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걸그룹 멤버가 단순 말실수를 한 것 뿐인데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민주화'의 부정적 의미를 모르는 상황에서 무심코 사용해 오해를 불렀을 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전효성이 '일베' 회원인지, '민주화'의 왜곡된 의미를 알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일로 청소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걸그룹의 역사의식에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힘들다. 한 걸그룹 멤버의 역사의식 부재가 아이돌을 우상시하는 청소년들에게 적지않은 파급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관대한 시선은 위험하다. 

마음 속 뿌리깊게 자리잡은 잘못된 역사의식이 무의식중에 '민주화' 발언으로 발현됐다면 이는 '실수'로 보아넘기기 어렵다. 하지만 거듭 눈물로 자신의 경솔함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전효성의 모습에서 역사의식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번 논란은 그릇된 역사관에서 비롯된 말 한마디가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파장과 분노를 그대로 보여줬다. 

어떻게 보면 전효성으로서는 이번 일로 한 번 호되게 아프고 성숙해지는 편이 앞으로 그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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