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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여배우는 찬밥신세… 男風 이유는?

입력 : 2013-02-05 18:28:13 수정 : 2013-02-05 18: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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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건달’ ‘마이 리틀 히어로’
화제작마다 남자배우들 앞세워
개봉예정인 ‘신세계’ ‘용의자’등도
한국영화 라인업을 보면 올해도 남풍(男風)이 거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신년 벽두 개봉한 ‘박수건달’(박신양) ‘마이 리틀 히어로’(김래원) ‘7번방의 선물’(류승룡) ‘베를린’(하정우·한석규)에 이어 2월 개봉하는 ‘남쪽으로 튀어’(김윤석) ‘신세계’(이정재·최민식·황정민)까지 큰 제작비가 들어간 화제작은 모두 남자배우들을 ‘앞세워’ 흥행에 나서고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 배수지
개봉 예정인 ‘감시’(설경구·정우성) ‘감기’(장혁) ‘동창생’(최승현) ‘용의자’(공유) ‘관상’(송강호·이정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달리 말하면 충무로는 지금 여배우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여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울 만한 작품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1990년대 후반 심은하·고소영·전도연으로 대표되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가 저물고, 2000년대 들어 충무로에 이들의 뒤를 이을 간판급 여배우가 없다는 지적은 줄곧 있어 왔다.

멀게는 ‘칠수와 만수’(1988)에서 가깝게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에 이르기까지 두 명의 남성을 톱 주인공(투톱)으로 하는 오래된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

영화 ‘코리아’ 하지원
◆충무로는 왜 남자 주인공 선호하나?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비단 한국영화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그는 “미국 할리우드를 보더라도 오랫동안 액션·스릴러·첩보 등 장르영화가 강세였고, 한국도 마찬가지”라면서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 주제가 깊어지거나 작가주의로 흐르는 경우가 많은데, 관객들은 주로 오락성 위주로 작품을 선택한다. 영화제작사는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 굵은 남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장르영화에 눈 돌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배우 주연 영화는 멜로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 등 장르가 한정돼 있고, 예산이 적게 들어간 ‘작은 영화’인 경우가 많다.

영화 ‘미나문방구’ 최강희
국내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여전사 캐릭터’로 입지를 굳힌 배우 하지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가 톱으로 나선 액션 블록버스터 ‘7광구’(2011)나 스포츠 대작 ‘코리아’(2012)는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성적을 거두면서 많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또한 여성관객은 여자보다 남자주인공에 더 관심을 보이게 마련이다.

투자배급사 쇼박스 최근하 홍보과장은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20∼30대 여성이 남자친구나 가족을 이끌고 극장을 찾는 경우가 많아 주 관객층으로 분류된다”면서 “여성 관객은 주로 잘생긴 남자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과거와 달리, 액션이나 스릴러 등 규모가 큰 장르영화에 열광하는 여성도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영화 ‘반창꼬’ 한효주
◆20대 여배우 기근 ‘심각’


지난해 스크린을 수놓은 여배우의 면면을 살펴보면 ‘러브픽션’ 공효진(33), ‘원더풀 라디오’ 이민정(31), ‘내 아내의 모든 것’ 임수정(34), ‘코리아’ 하지원(35)·배두나(34), ‘도둑들’ 전지현(32)·김혜수(43), ‘피에타’ 조민수(48) 등이 떠오른다.

20대 여배우로는 ‘반창꼬’ 한효주(26), ‘은교’ 김고은(22), ‘늑대소년’ 박보영(23) 등이 있다. 30∼40대에 비해 앞으로 ‘충무로 대표선수’로 성장할 20대 여배우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안방극장(드라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은 10대 아이돌 여가수들의 연기 진출을 부추겼다. ‘건축학개론’의 배수지(19·미쓰에이)가 대표적이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 불릴 정도로 관객들로부터 사랑받은 작품이 많았지만, 유독 여배우들의 활약은 아쉬웠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대구사이버대 교수)는 “주인공을 맡기려면 연기력은 기본이고, 어느 정도 티켓 파워도 보장돼야 한다”면서 “심은하·이영애 등 여배우들이 결혼과 함께 활동이 줄었고, 그들의 빈자리를 메워줄 티켓 파워를 지닌 20대 여배우가 별로 없다. 배수지, 한효주 등은 현재 티켓 파워를 검증받는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영화‘ 남자사용설명서’ 이시영
◆그래도 여배우를 주목하라


쇼박스는 이시영 주연의 ‘남자사용설명서’(감독 이원석·2월14일 개봉)와 하지원·강예원·가인 주연의 ‘조선미녀삼총사’(감독 박제현·5월 개봉) 등 여배우들이 중심이 된 두 편의 영화를 개봉 준비 중이다. 또 다른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전도연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감독 방은진)이 지난 1월26일 크랭크인했다고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배우 최강희를 전면에 내세운 ‘미나문방구’(감독 정익환)를 상반기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심재명 대표는 일종의 틈새시장 전략으로, 올해 두 편의 여성영화를 찍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년여성판 섹스 앤드 더 시티’로 불리는 ‘관능의 법칙’(제1회 롯데시나리오 공모대전 대상작·이수아 작가)이 그중 한 작품이다.

심 대표는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부족해진다는 것은 관객층의 욕구 변화와 한국영화 제작환경의 문제일 뿐 여배우들의 자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2002)나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같은 작품은 여성영화도 충분히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사례”라고 말했다.

현화영 세계닷컴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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