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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인터뷰] 박시후 “영화, 원래 이렇게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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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1-03 12:07:22 수정 : 2012-11-03 1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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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차가운 물에 18시간이나 들락날락 했는데, 영화에는 딱 30초 나오더라고요. 이래도 되는 건가요?”

배우 박시후(34)가 첫 영화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내달 개봉 예정인 ‘내가 살인범이다’(감독 정병길)에서 그는 공소시효 만료 후 ‘스타’가 된 연쇄살인범 이두석 역을 맡아 겉과 속을 대체 알 수 없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표현해냈다.

첫 영화, 게다가 데뷔 때부터 꿈꿔오던 사이코패스 악역. 이 두 가지 매력에 끌려, 지난 해 드라마 ‘공주의 남자’가 끝나자마자 이틀 만에 영화 촬영에 들어갔다. 배우로서 새로운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시나리오의 힘에 이끌려 덜컥 출연 제의를 수락하고 말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세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사이코패스를 막상 연기하려니, 어디 상담할 데도 없고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감독과 많은 상의 끝에 시종일관 미스터리하면서도 모호한 성격의 이두석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이두석 캐릭터 자체가 묘하면서도 미스터리한 인물이에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이 안 되는 인물이죠. 평상시 저한테도 친구들이 ‘넌 대체 뭔 생각을 하고 사니?’라고 물을 때가 많은데, 그런 모습을 표현하면 되겠더라고요.(웃음) 공소시효가 지났는데 왜 굳이 대중 앞에 나타났는지, 참회하려는 건지 반성하려는 건지, 혹은 다른 뭔가를 얻기 위한 건지 관객들이 보는 내내 의문을 갖고 집중할 수 있도록 포인트를 맞췄어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더할 새도 없이 신체적인 고통이 뒤따랐다. 액션스쿨 출신에다, ‘우린 액션배우다’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은 그에게 진짜 ‘생 날 것의 액션’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그냥 감독님이 ‘액션에 힘을 좀 주시는 구나’라고만 생각했죠. 막상 촬영에 들어가 보니, ‘설마 배우가 실제로 다할까’란 생각이 들었던 신도 정말 다해야 되더라고요. 그만큼 고된 촬영의 연속이었죠. 안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여서 나름 열심히 하긴 했는데, 연기하는 내내 ‘원래 영화는 이런 건가?’ ‘이게 맞는 건가?’ 머릿속은 계속 복잡했어요. 나중에야 정재영 선배님이 ‘(영화판이) 사실은 이렇게까지는 안 힘든데, 이번 영화가 유독 그랬던 거야’라고 말씀해주시더군요.”(웃음)

하지만 그의 고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액션신, 추격신 등을 제치고 가장 힘들었던 건 다름 아닌 ‘수영장신’이었다. 한겨울, 열장치 고장으로 인해 차가운 물이 담긴 수영장에서 다이빙하는 장면을 18시간 가까이 찍어야 했던 것. 박시후는 “누구라도 그 상황이 되면 포기하고 싶었을 것”이라면서 “그래도 노출신인데 몸 관리한다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나중에는 몸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더 억울한 건 당시 고생해서 찍은 신이 실제 영화에서는 30초 정도밖에 쓰이지 않았다는 점. 영화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며칠 동안 굶었는데 바스트 샷(머리에서 가슴까지)만 나온 것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어, 감독님께 슬쩍 풀 샷(전신)도 좀 넣어달라고 건의(?)드렸단다.

“저도 참 내성적인데 감독님도 만만치 않게 내성적이셔서 촬영 내내 답답한 마음이 좀 있었어요. 하지만 포인트를 짚어주실 때는 또 얼마나 예리하신지 그때 감탄했죠. 제일 먼저 촬영장에 나와 스태프와 배우들을 살뜰히 챙기고, 뚝심 있게 현장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니 신뢰가 가더라고요.”

영화는 이제 시작이만, 박시후는 지난 해 KBS 2TV 드라마 ‘공주의 남자’(공남)에 출연하며 배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SBS·2010) ‘역전의 여왕’(MBC·2010) 등에 출연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면, ‘공남’에 이르러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게 된 것. 이에 ‘공남’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의 인기는 결코 ‘하루 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어떤 친구들은 드라마 한 편에 ‘스타’가 된 케이스도 있던데, 전 그런 적이 없어요. 데뷔하고 나서부터 한 편, 한 편 출연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다 ‘공남’까지 온 거죠. 처음 연기 시작하고 나서 비중 있는 역할 맡기까지 쉽지가 않았어요. 매니저도 없이 무작정 극단에 찾아가서 길거리에 포스터도 붙이고 행인들에게 할인권 나눠주고 그랬어요. 엑스트라도 하고 간간이 CF모델도 하면서 10년을 버텼는데, 지금 생각하면 무슨 오기로 버텼는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언젠가 꼭 잘 될 거란 믿음이 있었나 봐요.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을 테니까 후회는 없어요.”

무명 시절에는 촬영장에 팬들이 찾아와 응원해주는 연기자들이 정말 부러웠다고. 한 작품, 두 작품 꾸준히 하다 보니 그런 그에게도 찾아와주는 팬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자기 시간을 쪼개 촬영장까지 온다는 게 참 힘든 일이잖아요. 너무 고맙더라고요. 이번 영화에서는 저의 팬들이 단체로 출연까지 해주셨어요. 극중 ‘이두석 팬클럽 회원’으로 나오는데, 한 겨울에 오랜 시간 떨었음에도 오히려 배우들 고생한다고 후기까지 남겨주셨더라고요. 그때 정말 감동했어요. 진짜 가족 같은 마음 아닌가요.”

박시후는 현재 ‘내가 살인범이다’ 홍보와 연말 방영 예정인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SBS) 촬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국민 여동생’ 문근영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 

영화에서는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을 연기했지만, 앞으로 판타지 멜로나 감성 멜로물에 도전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연기자가 됐을 때부터 큰 목표를 정해놓지는 않았다는 그는 하나의 목표를 이루고 나면 또 다른 목표를 위해 정진하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그의 목표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인정받는 배우가 되는 것. 그 꿈이 그리 멀지는 않아 보인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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