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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단편영화의 진수 만끽

입력 : 2012-05-03 17:36:39 수정 : 2012-05-03 17: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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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단편영화제 10~14일…22개국 60편 상영
단편영화는 메시지가 뚜렷하고 지루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데다 강렬한 인상이 매력적인 단편영화, 그 빛과 환상의 세계로 떠나보자. 제29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가 10∼14일 닷새 동안 부산 영화의 전당과 롯데백화점 광복점 아쿠아몰 문화홀에서 열린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1980년 ‘한국단편영화제’로 출범한 국내 최초의 단편영화 축제다. 초기에는 국내 작품만을 상영했으나 2000년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로 범위를 늘린 뒤, 2010년부터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로 개편하면서 지금의 규모로 확대됐다. 이 영화제는 세계 영화계에서 변방에 지나지 않던 우리나라의 단편영화를 활성화시키는 데 주력하며 장편영화 시장을 탄탄히 다진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강제규, 이정국, 양윤호, 김태용, 민규동, 임필성, 류승완, 정윤철 등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감독들의 상당수가 여기서 수상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연보라빛 새
올해 영화제 예심에는 역대 최다 기록인 74개국 1783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약 30대 1에 달하는 경쟁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작품은 모두 60편. 한국, 프랑스, 미국, 중국, 독일을 비롯해 시리아와 이집트, 그리고 아르헨티나 등 총 22개국 작품이 골고루 포진했다. 

본선작과 심사위원

본선 진출작 중에는 10대 패션 블로거로 유명한 타비 게빈슨과 관록 있는 연기파 배우 크리스토퍼 로이드, 캐시 베이츠가 목소리 연기를 한 ‘카데버(Cadaver)’, 영화배우 오광록이 연출하여 화제가 된 바 있는 ‘연보라빛 새’, 가수 출신 연기자 소이가 출연한 ‘오하이오 삿포로’ 등의 작품이 눈에 띈다. 

‘카데버’는 해부학 실습실에 누워 있던 시체가 되살아나 아내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집에 가는, 블랙 유머가 돋보이는 애니메이션이다.

이누도 잇신 감독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 일본의 이누도 잇신 감독과 ‘Folle embellie’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도미니크 카브레라 감독, ‘화차’의 변영주 감독, ‘러브픽션’의 전계수 감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본선 진출작 가운데 최종 수상작 11편을 가린다.

수상작에게는 최우수작품상 1000만원을 비롯한 총 2600만원의 상금과 후지필름이 제공하는 35㎜ 필름 8000ft가 주어진다. 또한 최우수작품상과 우수작품상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온라인 극장’에서 상영된다. 

프랑스 단편전

영화제는 올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면서 주빈국 개념을 도입했다. 첫 번째로 선정된 국가는 프랑스. 프랑스에서 가져온 40여편의 초청작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감독들이 초창기에 작업한 중·단편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시인의 피(1932)=작가이자 예술가로 다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장 콕토가 생애 최초로 연출한 중편영화. 각각 1949년과 1960년에 제작한 ‘오르페’, ‘오르페의 유언’과 더불어 일명 ‘시인 삼부작’으로 꼽힌다.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는 시인을 실험정신 가득한 영화에 그려냈다. 초현실주의 영화에서 손꼽히는 걸작이다.

▲어느 광대의 하루(1946)=프랑스 누벨바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장 피에르 멜빌의 단편영화이자 첫 작품. 그가 범죄물의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것과는 달리 이 영화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두 광대들의 하루를 비춘다. 잘 알려진 장 피에르 멜빌의 영화와는 여러모로 다르지만 한편 그래서 흥미롭다.

빨간 풍선
▲빨간 풍선(1956)=
비교적 이른 나이에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알베르 라모리스의 대표작. 파리를 배경으로 한 소년과 살아 움직이는 듯한 빨간 풍선 사이에 오가는 우정 어린 교감을 담고 있다. 대사라곤 거의 없는 이 영화로 알베르 라모리스는 칸국제영화제 단편부문 대상,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소개 혹은 샤를롯과 그녀의 스테이크(1960)=교사 출신으로 소설가를 거쳐 장 뤽 고다르, 프랑소와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 등과 함께 누벨 바그를 주도한 에릭 로메르의 초기작이다. 남자가 자신의 연인으로 하여금 질투심을 유발하고자 한 여자를 소개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뜻대로 나오지 않는다. 남자 주인공인 월터를 장 뤽 고다르가 연기했다.

▲쓸모없는 것들(1989)=마크 카로와 함께 연출한 ‘델리카트슨 사람들,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로 전 세계적 주목을 얻은 바 있는 장 피에르 주네의 단편영화다. 그의 영화에서 오래도록 호흡을 맞춘 도미니크 피뇽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나열한다. 주네다운 이미지와 편집이 돋보이는 영화.

오퍼레이션 키노

영화제는 부산영상위원회 후원으로 올해부터 ‘오퍼레이션 키노(Operation Kino)를 신설, 젊은 영화학도들의 직접적인 영화제 참여를 도모한다.

부산시내 5개 대학의 영화학과 학생들이 단편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경성대, 동서대, 동의대, 부산대, 영산대 등 5개 대학에서 제작팀을 선발해 팀당 1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한다. 각 팀에서는 ‘시네포트 부산’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72시간 내에 단편영화를 제작해야 한다. 완성된 영화는 영화제의 폐막일인 14일에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상영된다.

지금은 세계적 톱스타와 작업하는 이누도 잇신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알리게 된 것은 1979년 단편영화 ‘분위기 바꿀까?’를 일본 독립영화제인 ‘피아영화제’에서 상영하면서부터다. 이런 배경 덕분에 차세대 감독들을 발굴하고 지원한다는 취지를 수용한 그가 ‘오퍼레이션 키노’에 참여해 지도와 조언을 한다.

홍보대사

영화배우 정준호와 탤런트 장다윤이 영화제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정준호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며 젊은 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는 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감독들이 대거 참여하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를 적극 응원하는 마음으로 홍보대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장다윤은 부산 출신 탤런트다. 고향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에 참여하게 되어 감회가 색다르기도 하지만,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홍보대사를 맡아 더욱 어깨가 무겁다. 장다윤은 부산이 세계영상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개막식은 10일 오후 7시30분 영화의 전당에서 정준호, 장다윤의 사회로 열린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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