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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철의 영화음악 이야기] 펄잼 트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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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3-15 21:20:11 수정 : 2012-03-15 21: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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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지막에 흐르는 ‘얼라이브’ 심금 울려 그룹 펄잼의 결성 20주년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펄잼 트웬티(Pearl Jam Twenty)’는 그저그런 밴드 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클럽싱글즈’와 ‘제리 맥과이어’,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의 감독 캐머런 크로가 연출하면서 달라졌다.

‘클럽싱글즈’에서 이미 펄잼을 영화에 출연시켰던 캐머런 감독은 이 밴드의 궤적을 탐구할 만한 자격이 있었다. 캐머런 감독은 음악 저널리스트이기도 했다. 그룹 더 후의 ‘키즈 아 얼라잇’과 롤링 스톤즈의 ‘김미셸터’ 등 특정밴드를 소재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들처럼 이 영화 역시 밴드를 잘 모르더라도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작품은 지난해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했다.

보컬 앤디 우드가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후 ‘머더 러브 본’의 멤버들은 샌디에이고 출신의 새로운 보컬리스트 에디 베더를 맞이하고 펄잼을 결성한다. 앨범은 전례없는 대성공을 거뒀지만 유명해지는 것을 경계했던 에디 베더는 갑작스러운 성공에 당황한다. 펄잼은 대중에 휘둘리기보다는 레코드 회사와 미디어의 유혹에 맞서 그들의 주장을 묵묵히 관철해 나갔다. 영화는 개성 있게 살아남은 이 밴드의 성공 비결을 조명한다.

영화는 자유분방한 편집을 활용해 펄잼 멤버에게 각인된 사건을 전달한다. 그룹 너바나의 보컬 커트 코베인의 자살과 공연 도중 압사사고가 일어났던 로스킬드 페스티벌, 정당한 티켓 가격을 주장하며 펼쳤던 티켓마스터와의 법정 투쟁 등 밴드의 주요 사건이 공연 모습과 교차편집된다. 위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멈춰서 고뇌하는 밴드의 모습에서 성실한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들은 압사사고 이후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펄잼을 비난했던 커트 코베인의 비판 덕분에 밴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며 자기성찰을 한다. 위기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해법을 모색한다. 이런 모습은 그룹 펄잼의 인간미를 관객의 심장으로 전달한다.

감독은 영화의 리허설 장면과 펄잼의 데모 음반, 원곡과 다른 버전으로 연주된 음원들을 두 장의 음반에 수록했다. 영화를 본 이들에게 이 음반은 라이브 모임집이나 미공개 음원을 담은 음반, 영화의 사운드트랙 등과 같을 것이다. 영화에 흐르는 라이브 곡뿐만 아니라 멤버가 혼자 연주하거나 무대 뒤에서 흥얼거렸던 배경 음원까지 모두 담았다. 각각의 노래를 들으면 20여년의 활동기간 중 해당 곡이 세상에 알려졌던 특정시기가 떠오르게 된다. 영화는 펄잼이 사적으로 녹음한 음원까지 소개하고 있어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곡들은 영화 진행 순서대로 음반에 정렬되어 있다.

앤디와 커트, 그리고 팬들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넘어 살아남은 펄잼은 여전히 착실하게 록의 왕도를 걷고 있다. ‘살아남는’ 것과 ‘살아나가는’ 것의 의미를 곱씹은 채 이 성장과 영광의 역사는 감정적이고 드라마틱하게 함께 살아남은 이들에게 전이된다. 영화 마지막에 울려퍼지는 곡 ‘얼라이브’는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이 밴드의 생채기와 같다. 펄잼의 생존을 알리는 신호음이기도 하다.

한상철 불싸조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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