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WE+인터뷰] 평범한 역할도 김명민이 연기하면 특별해진다, 왜?

입력 : 2012-01-07 14:42:38 수정 : 2012-01-07 14:42:3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배우는 뭐라도 창조해야 한다.”

김명민(39)처럼 출연작마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배우가 또 있을까.

곧은 성정의 이순신 장군, 천재 의사 장준혁, 괴팍한 강마에,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종우, 조선 최초의 명탐정까지. ‘메소드 연기의 대가’답게 김명민은 맡은 배역마다 완벽히 동화된 모습으로 화제가 되고는 한다.

처음에는 김명민이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특이한 캐릭터에 집착하는 게 아닐까 의심도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를 만나보니 역할이 특이한 게 아니라, 평범한 역할도 배우 김명민을 만나면 특별해진다는 단순한(?) 진실을 깨닫게 됐다.

지난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명민을 만났다. 이번에는 어떤 인물에 ‘빙의’됐나 봤더니 비쩍 마른 마라토너 주만호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페이스 메이커’(감독 김달중)에서 그는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달려온 페이스 메이커를 연기했다.

앞서 실시한 시사회에서 공개된 주만호의 모습은 볼품없는 데다, 한 마디로 못생겼다. 비쩍 마른 몸에 돌출된 앞니, 거친 피부, 어눌한 말투까지. ‘대체 이 캐릭터 어쩔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이에 김명민 역시 영화를 보고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 못생겼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돌출된 앞니는 만호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것 같다. 배우라면 얼굴로 먹고사는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김명민은 스스로 인공치아를 끼고 망가져 보이겠다고 감독과 제작진에 선언했다. 그렇게 결정하기까지 사실은 김명민의 철저한 계산이 숨겨져 있었다.

러닝타임 2시간여 동안 뛰는 장면이 거의 주를 이루더라는 것. 그런데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주만호 캐릭터가 너무 평범한 마라토너가 아니냐는 주변의 지적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김명민은 “아무 것도 없이 뛰기만 하면 관객들이 보시기에 지루할 수도 있고, 만호의 절박한 마음을 표현하려면 내 고른 치아 가지고는 안 되겠더라”며 본심(?)을 드러냈다. 만약 영화에서 인공치아 때문에 어색했다는 등 문제가 된다면 모든 게 자신의 책임이라고도 덧붙였다.

팬들이 싫어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는 말에 그는 “이런 사람의 팬이 됐으니 어쩔 수 없다. 감수하고 가야할 부분 아니겠느냐”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인다. 왜 매번 연기할 때마다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라며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배우는 뭐라도 창조해야 한다.” 김명민은 자신의 이름 석 자 앞에 붙은 ‘메소드 연기의 달인’이 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배우의 연기를 보며 희망을 얻어가는 관객이나 시청자들을 생각한다면 한시도 한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어쨌든 ‘페이스 메이커’의 주만호는 그렇게 해서 특별해졌다. 진짜 주만호가 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다 보니. 병든 말의 거친 숨소리를 형상화하기 위해 인공치아를 끼다 보니. 배역에 완벽히 몰입한 그의 연기는 두말 할 것 없다.

“지금도 대한민국 어딘가에서는 주만호란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다. 그분을 위해 배우로서 역할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게 치면 배우란 직업은 엄청나게 책임감 있는 직업 아니겠나.”

스포츠 휴먼드라마 ‘페이스 메이커’는 오는 19일 개봉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WE+]는 Weekend와 Entertainment의 합성으로, 세계닷컴이 만든 '주말 웹진'입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