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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거장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

입력 : 2011-09-16 03:52:48 수정 : 2011-09-16 03: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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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
대표작 ‘만춘’ 등 14편 한자리에
일본영화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거장 오즈 야스지로(1903∼1963) 감독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16일부터 10월2일까지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을 연다. 초기작부터 그의 마지막 작품까지 모두 14편을 상영한다.

안녕하세요
무성영화 초기 걸작인 ‘태어나긴 했지만’(1932)과 대표작 ‘만춘’(1949), ‘동경이야기’(1953)를 비롯해 ‘이른 봄’(1957), ‘맥추’(1951) 등 계절과 삶을 빗댄 흑백 영화들과 함께 그가 만든 최초의 컬러영화 ‘피안화’(1958), 소시민의 삶을 유쾌하게 그린 ‘안녕하세요’(1959), 유작 ‘꽁치의 맛’(1962) 등 컬러 작품들도 관객들과 만난다. 특히 척박한 세상을 그린 ‘무네카타 자매들’(1950)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품이다.

오즈 야스지로는 구로사와 아키라, 미조구치 겐지와 함께 일본 영화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힌다. 인간의 순환적 삶을 스크린에 담아내 영화 예술의 최고 경지를 보여준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영화사에서도 ‘위대한 감독’ 중 한 사람으로 기록된 그는 특히 한국 감독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오즈 영화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인식된 ‘다다미쇼트’는 사람의 앉은 키를 벗어나지 않은 정형화된 프레임으로, 일본의 좌식문화를 가장 적절한 형태로 보여주며, 일상의 가족 이야기가 바로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오즈 영화의 위대함은 가족의 일상에서 영화적인 순간을 이끌어내는 연출력에 있다. 평범하지만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가족. 오즈 감독은 복잡하게 꼬여 있는 그 미로를 누구보다도 단조롭게 그려냈다. 그러나 그 감정까지 단조롭게 그려낸 건 아니다. 그의 영화는 감정의 흐름을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게 포착해낸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시대의 변화는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시선 차이를 가져왔고 오즈는 여기서 ‘가족의 초상’을 그려내고 있다. 결혼 때문에, 취직 때문에, 가족의 방문 때문에 아버지와 딸은, 부모와 자식은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이 때문에 가족이 비극을 맞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서로를 이해하려고 한다. 특히 오즈 영화의 부모들은 자식을 이기는 법이 없다. 그런 부모의 심정은 그들의 등을 비추는 카메라에서 잘 드러난다.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있는 광경을 카메라는 종종 뒤에서 잡아내곤 한다. 거기에는 노부부의 지나간 세월이 있고 삶의 애환이 있으며 결국엔 무상함이 다시금 그들을 일으켜 세운다. 자연의 순환처럼 인간의 삶 역시 순환한다. 삶에서 죽음으로, 부모에서 자식으로, 유에서 무로. 오즈는 그런 삶의 진리를 그만의 방식으로 스크린 속에 새겨 넣어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것이다.

영화 속 페르소나였던 류치슈와 하라 세스코의 연기는 별다른 양념 없이 육수만으로 우려낸 냉면처럼 담담하지만 때가 되면 생각나는 연기로 당대를 풍미했다.

일본국제교류기금에서 제공하는 ‘태어나기는 했지만’ ‘무네카타 자매들’ ‘동경 이야기’ ‘이른 봄’ ‘부초’(1959) ‘고하야가와가의 가을’(1961) 등 6편은 무료 상영된다. 상영작 정보는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kr) 참조. (02)741-9782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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