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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르모 슈팅’ 삶과 예술의 의미를 찾으려 떠나는 여정

입력 : 2010-04-22 21:53:04 수정 : 2010-04-22 21: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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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명성 모두 거머쥔 獨 사진작가 하지만 공허하고 무의미한 일상…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등 자연과 도시를 가로지르는 주인공들을 통해 인간의 불안, 소외, 결핍을 따뜻한 시선으로 다독여 온 빔 벤더스 감독. 그의 신작 ‘팔레르모 슈팅’(22일 개봉) 역시 인생의 길을 잃어버린 한 사진작가가 삶과 예술의 의미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창의적인 작품 활동으로 부와 명성을 모두 거머쥔 독일의 사진작가 핀(캄피노). 하지만 요즘 그의 일상은 공허하고 무의미하게만 느껴진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작품을 내놓겠다는 열정은 식었고 전처 등 주변 사람들은 일과 돈으로만 엮여 있는 것 같다. 자극을 얻기 위해 처음 수락한 패션지 화보촬영. 모델 밀라 요보비치로부터 ‘사진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말까지 듣게 된 핀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꿔볼 요량으로 ‘모든 항구의 어머니’라는 별칭의 이탈리아 팔레르모를 향한다.
‘팔레르모 슈팅’은 도시와 항구, 현실과 환상, 삶과 죽음, 실재와 예술작품 등을 넘나들며 인생, 예술의 본질과 의미를 탐구하는 영화다.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는 팔레르모에서 핀은 벽화복원가 플라비아(조오바나 메조기오르노)를 만나고 ‘신과 사랑, 생명’과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믿는다는 그녀에게서 동질감과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삶의 회의가 극에 달했을 때 어김없이 나타났던 정체 모를 인물은 여전히 핀과 플라비아 주위를 맴돌며 그의 생명까지 위협하기에 이른다.

부두, 골목길 등 팔레르모 풍광과 풍부하고 깊이 있는 배경음악, 마치 한 편의 비디오아트를 보는 듯한 시퀀스 등 영화의 디테일은 매우 정교하고 아름답다. 사진과 회화, 영화 등 각 예술분야의 서로 다른 매력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디지털 촬영에 대한 노장의 고집스러운 편견과 임신한 밀라 요보비치의 여전히 아름다운 몸매를 엿보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요소들이 주로 핀의 독백, 핀과 플라비아·죽음의 신(데니스 호퍼)과의 대화를 통해 전달되는 영화의 메시지와 겉돈다는 것. 훈계조로 늘어놓는 메시지는 얄팍하기까지 해 거장 감독이 마니아를 위한 팬서비스 혹은 만년에 내놓은 회심의 블랙코미디가 아닌가 싶은 의심이 정도다. 하지만 감독이 엔딩 자막에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잉마르) 베리만에게 바친다’는 문구를 집어넣은 걸 보면 이도 아닌 듯하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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