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유지나의 필름 포커스] >>디스 이즈 잉글랜드

입력 : 2009-08-13 22:24:42 수정 : 2009-08-13 22:24:4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민족주의·인종차별 극단적 이슈
스킨헤드족 통해 재밌게 녹여내
‘이것이 잉글랜드’란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영화를 보노라면 그건 마치 ‘바로 이런 것이 잉글랜드 민족주의 정체이다’라고 고발하는 선언처럼 보인다.

이 영화는 스킨헤드문화를 전면에 내걸고, 12세 소년 숀의 변모를 통해 잉글랜드 민족주의와 인종차별 사태를 담담하게 드러낸다. 실업률과 경제난이 겹쳐 우울한 80년대, 포클랜드전쟁과 대처총리의 시대, 영국 변두리가 무대이다.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한 아버지의 전사 이후 숀(토머스 터구즈)은 어머니와 군색한 일상을 영위한다. 철지난 나팔바지를 입었다고 또래 애들에게 놀림을 받는 왕따 숀에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자체가 지루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 숀을 또래들의 폭력으로부터 스킨헤드 소집단의 대장 우디(조 길건)가 구해준다. 친구조차 없어 무료하고 외롭던 숀에게 우디는 마음씨 좋은 맏형 같은 존재가 된다. 

이제 숀은 본격적으로 우디와 어울리기 위해 머리를 밀고 스킨헤드 복장을 하고 형, 누나 집단의 막내가 된다. 닭벼슬처럼 정수리만 세우고 삭발한 헤어 스타일, 가면을 쓴듯한 진한 화장, 특히 붓글씨처럼 그린 여자들의 눈화장, 쇠장식이 철렁이는 가죽옷 등…. 기괴한 차림새의 스킨헤드는 별종으로 보이는 아이콘이지만, 셰인 메도스 감독의 카메라를 통해 담겨진 그들은 착하고 인정 많은 청년들이다.

그런데 출옥한 콤보 (스티븐 그레이엄)가 등장하면 파쇼적인 잉글랜드 민족주의와 인종차별 사태가 벌어진다. 사내다운 카리스마를 내뿜는 콤보는 가난과 실업을 외국인 노동자 문제로 연결시켜 우디집단을 분열시킨다. 아버지 문제로 상심한 숀은 콤보에게 반해 따라가지만 애국애족을 내건 광기어린 폭력까지 목격하게 된다. 자신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려 자행되는 폭력 속에 애국심 과잉과 차별이 한 쌍으로 돌아가는 적나라한 상황은 황당한 것이 아니다. 12세 소년 숀의 마음을 따라 가노라면 그런 황당한 일들이 자연스럽게 목격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문제이기도 한 민족주의와 인종차별이란 극단적 이슈를 메도스 감독은 스킨헤드문화 속에서 흥미롭게 녹여낸다. 느슨한 뮤직 비디오 같은 이미지들로부터 스킨헤드 누나와 나누는 숀의 첫 키스와 데이트 장면에 담긴 파격적 유머에 이르기까지 독특하고 즐거운 영화보기를 보장한다. 토머스 터구즈는 마치 숀 자체가 된듯, 소년의 우울과 외로움, 낭만과 분노를 절절하게 표현하는 내면 연기 경지까지 보여준다.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을 비롯하여 유수한 영화제들에서 격찬을 받은 생각 있는 스킨헤드 영화의 기발한 탄생이다.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