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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나의 필름포커스] ­쉘 위 키스

입력 : 2009-06-11 18:40:04 수정 : 2009-06-11 18: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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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연애학’의 세계로 초대
세밀한 시선이 화면 장악
마음과 몸의 깊은 소통. 그 통합적 상태를 사랑이라고 한다면 키스는 그 길에 접어드는 입구이다. 바로 이런 키스의 오묘한 경지를 인간탐구 심리극으로 풀어내는 ‘쉘 위 키스’는 프랑스 특유의 에스프리 넘치는 대사로 96분을 풀어간다.

‘저 사람과 키스하고 싶다’라는 정념이 일어날 때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지금까지야 어떻게 대처했건,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함부로 키스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다. 그보다는 키스야말로 로맨스의 핵심이란 점을 새삼 깨닫게 될 확률이 높다. 그리하여 이전보다 더 소중하게 그 감정을 따라가면서 혼신을 바쳐 키스하게 될 수도 있다.

기억하는가?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키스에 대한 명대사. ‘입술은 기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줄리엣은 로미오의 키스를 거절한다. 로미오는 포기하지 않는다. 죄를 사하기 위해 순례자가 손에 키스하는 것을 입술에 하도록 해 달라며 로미오는 신앙을 빙자해 애걸한다. 그럼 자신의 입술로 죄가 옮겨 온다고 빼다가 마침내 줄리엣은 로미오의 언설에 설득당한다. 은닉된 에로스가 단 한 번의 키스로 점화된다. 거듭되는 키스들…. 프루스트 말처럼, 키스는 늘 또 다른 키스를 유발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일상적 친절로 두 남녀가 만난다. 가브리엘(미카엘 코엔)은 친절의 대가로 가벼운 작별 키스를 부탁한다. 그러자 키스를 거절하며 에밀리(쥘리 가예)가 풀어 놓는 친구의 엄청난 키스경험담이 극중 극으로 끼어든다. 키스소동극의 도입이다. 남편과 그럭저럭 잘 지내는 주디트(비르지니 르두아앵)는 애인과 헤어진 친구 니콜라(에마뉘엘 무레, 감독이기도 하다)의 요구로 키스를 허락한다. 이 키스로 인해 두 사람은 오랜 친구에서 연인감정이 이는 혼동에 빠져든다. 키스 한방의 매혹에 온갖 해프닝이 벌어진다.

솔직하게 속내 욕망을 털어놓는 변화무쌍한 감정의 객관화, 일상적인 익숙한 흔적조차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징표로 삼는 현미경 같은 세밀한 시선이 화면을 장악한다. 그리하여 사소한 감정의 편린도 철학적 인생관으로 소화해내는 ‘감정·언어’ 분석이 우리를 ‘키스 연애학’의 세계로 초대한다. 어찌 이 초대장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는 이전보다 키스를 더 잘 하고픈 당신이라면, 로맨스에 도취하고프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영화 팁 몇 가지. 드보르자크에서 시작하여 차이콥스키, 베르디, 섬세한 감정의 결을 달콤하게 분해하는 슈베르트의 선율이 키스심리학을 우아하게 장식한다. 모순되는 키스 감정학을 연기하는 쥘리 가예의 세련된 자태와 꾸밈없이 솔직한 태도, 그리고 세헤라자데 같은 말솜씨가 매혹적이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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