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일 합작 '보트', 다른 언어·정서 탓 연기 겉돌아

입력 : 2009-05-28 17:04:54 수정 : 2009-05-28 17:04:5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거친 대사·흔들리는 앵글 불편
한일 합작 ‘보트’(감독 김영남)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이 영화는 하정우(‘추격자’)와 쓰마부키 사토시(‘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라는 양국 차세대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데다 각본은 일본, 연출은 한국 쪽에서 담당하는 식의 새로운 합작 형태를 제시하며 28일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양국의 서로 다른 언어와 정서, 문화는 화학적인 상승효과를 내지 못하고 물리적 결합에만 머문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여전한 듯하나 캐릭터에 녹아들지 않고 겉돌며, 가족에 관해 서로 다른 조건과 입장을 가졌던 두 청년의 교감과 변화는 상투적이고 단조롭다.

형구(하정우)는 7살 때 홀로 버려졌다. 스트립 댄서였던 엄마는 동생만 데리고 집을 나갔다. 천애고아가 돼버린 그를 거둬준 이는 재일 마약 밀매상 보경 아저씨(이대연)다. 보경 아저씨를 위해서라면 “개가 되어도 좋다”는 형구는 오늘도 부산항에서 니가타항까지 보트를 몰고 김치독을 나른다. 일본에서 그를 맞는 이는 토오루(쓰마부키 사토시)다. 그는 형구가 가져온 김치독에 마약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돈을 모아야 한다. 이 일을 관두면 내일 당장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몸파는 것 외에 아무런 재주가 없는 여동생, 조카들을 건사할 생활비가 없다.

아주 약간의 포기로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일상을 꾸려가던 이들에게 사건(혹은 기회)이 터진다. 보경의 돈 2억엔을 빼돌린 아버지를 대신해 잡혀온 지수(차수연)가 둘에게 보경을 배신하고 자신을 아버지에게 데려다주면 5000만엔씩 주겠다고 제안해온다. 보경 일당을 피해다니는 과정에서 형구는 토오루의 가족과 동행하게 되고, 자신에겐 늘 그리움인 가족이 도루에겐 엄청난 짐이란 것을 알게 된다.

가족에 대한 두 청년의 서로 다른 조건과 절망 그리고 위안에 관한 에피소드를 느릿한 속도로 차곡차곡 쌓아가는 이 영화는 초반 양국에서 각광받는 두 배우를 동시에 만난다는 기쁨을 아낌없이 선사한다. 하지만 그 반가움은 이내 씁쓸함으로 바뀐다. 사토시의 서툰 우리말 연기는 안쓰러움을 자아내고, 자주 등장하는 형구의 유머 코드는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한없이 망가지는 두 배우의 모습에서 영화 장르가 코미디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신랄한 현실을 보여주려는 의도였겠지만 느닷없이 등장하는 거친 대사와 흔들리는 앵글 역시 관객의 불편함을 더한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