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인터뷰on] 부지영 감독 "영화서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입력 : 2009-05-05 14:30:49 수정 : 2009-05-05 14:30: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가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이야기

 


[세계닷컴]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조금 간단하게 말하면 가족의 소중함을 알리는 평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가족의 비밀과 자매의 이야기에 몰입하다면 다양한 이야기가 튀어나온다. 관객들은 그녀들과 그녀들의 가족 이야기에 다양하면서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게 된다. 특히 남자 관객이 보는 시각과 여자 관객이 보는 시각이 다르게 드러나며, '가족'의 다양성에 대해 고민한 이와 '표준 가정'의 일반화에 묻혀있던 이들과의 시각도 다르게 나타난다. 자매 오명주 (공효진 분)와 박명은 (신민아 분)의 여행은 관객들에게 그렇게 다가갔다.

부지영 감독은 인터뷰 중간 중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몰랐어요"라는 말을 자주 했다. 남자 기자와 첫 인터뷰를 한다는 부 감독은 영화를 보는 '남자 관객'의 시각에 대해 신기해했다. 그리고 그 '신기함'은 영화가 다양한 사람에게 다양한 시각을 던져줄 수 있다는 영화의 영양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 부지영 감독 : 1971년생. 이화여대 교육심리학 학사. 한국영화 아카데미 수료.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의 연출부와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스크립터. 1997년 단편영화 '불똥'으로 데뷔. 2002년 제3회 대구단편영화제 특별상 수상 )

- 영화를 만든 계기가 언니하고의 여행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여행 부분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족의 이야기는 직접적으로 어떤 연관성이 있었습니까?

제가 원래 여자들끼리 여행하는 영화를 좋아했어요. '델마와 루이스'같이 여행을 하다가 예상하지 않은 사건들이 벌어지는 그런 류의 이야기들이요. 그러면서 둘이 제한된 조건과 공간 안에서 투닥거리기도 하고 다이나믹하게 여행하는 그런 것들을 재미있어해요. 특히나 여자들끼리 가면 성격이 같아도 많이 싸우잖아요. 그런데서 서로 모르던 것드이 튀어나오고 그러니까요. 굉장히 일상적이기도 하지만 평소 보기 힘들었던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것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언니랑 여행하면서 그런 경험이 있었고요. 유년 시절에 많이 싸우고 장난하고 그런 경험을 해보지만, 여자들끼리 여행가서 집어던지고 맞아보고 그런 경험들을 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장르 속에서 어찌되었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 하잖아요. 저희 집이 가족이 여자들끼리만 이뤄진 집이기도 했고요. 또 제가 기존의 가족 구성원을 벗어난 영화를 좋아해요. 그래서 제가 가족 영화를 만든다면 그런 류의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스스로 알고 있었어요. (웃음) 절대로 가족 내에서만 투닥거리는 것이 아니라, 더 확장시켜야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로드 무비와 가족 무비가) 묘하게 맞으면서 주제적인 접근이 가능했떤 것 같아요. 저는 우려했던 것이 혹시나 영화의 반전을 재미로만 보면 어쩌나라는 점이죠. 그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게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니까요. 그게 제대로 전달이 안되었다면 제 탓이죠. (웃음)

- 영화 후반으로 가서 가족에 대해 과거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보여지면서 사실 우리가 흔히 아는 부모님과 아이들이 있는 '표준 가정'에 대한 반발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저는 그러한 가정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그런 가정을 유일한 행복인 것처럼 선전하는 것에 대한 반발인 것이죠. 당연히 '표준 가정'은 행복하죠. 아빠, 엄마 다 있는데. 그런데 마치 그것이 모두인 것인양, 표준인양 선전하면서 그런 것을 광고를 하는 것이 사회가 굉장히 편협한 느낌이 드는거에요. 그렇지 않은 가족들은 이것을 보면 어떻게 느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에는 할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들도 있고, 이모랑 같이 자란 애들도 있는 등 너무 다양한데 이런 사람들의 존재를 알려면 책 등 간적 경험 밖에 없잖아요. 전 그 간접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싶은거에요. 그렇다고 저를 보고 여자만 있는 가정에서 상처 많이 받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 정말 상처 안 받았어요. (웃음) 저는 아빠가 왜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엄나는 열심히 돈 벌고, 할머니는 우리를 잘 보살펴주셨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엄마가 외롭겠구나라는 생각은 했어요. 그렇게 되면 약간은 저희가 엄마를 구속한 부분이 저도 모르게 있었던거죠. 나중에는 엄마가 외롭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것을 제외한다면 그 자체가 행복하다면 굳이 아빠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그렇다고 이런 것들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사회가 이런 다양한 것들을 인정하라는 것이죠. 저는 이렇게 목소리를 높히는 것이 굉장히 부끄러운 것이 그런 영화들이 많잖아요. 독립영화든, 해외영화든요. 그런데도 아직도 우리 사회는 굉장히 폐쇄적인 것 같아요. 일상에서 이런 일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 영화를 보다가 의문이 드는 것이 상황을 너무 몰고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없이 자란 오명주가 영화상에서 미혼모가 되잖아요. 아버지가 없는 딸이 다시 미혼모가 된다는 설정이 극단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명주가 아버지가 없는 것은 영화를 구성하기 위한 설정이지만, 꼭 오명주까지 미혼모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요.

물론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지만, 역사는 두 번 되풀이된다고요. (웃음) 저는 어떤 설정을 했다기보다는 명주와 명은이가 엄마와 이모 밑에서 자란 딸이잖아요. 가장 우리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일 벌어질 때 이 엄마와 이모는 어떻게 반응을 할까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명주는 명은이처럼 꼼꼼하지 못한 성격이기에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생각을 했고 그런 상황에서 엄마와 이모가 어떻게 보호해줄까라는, 저는 그런 부분이 좀더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에요. 명주가 그렇게 됐을 때 명주를 내칠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아이를 지울 수도 있지만 명주를 보듬어 안는 모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뭔가 작위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였다면 제가 부족한 것이고요. (웃음) 또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것이 단지 역사의 문제가 아니라, 저도 엄마의 삶을 이어가고 있죠. 물론 저는 남편이 있지만, 제가 어릴 적에 엄마의 모습을 보고 여자가 일은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안해봤어요. 여자가 집으로 살림하는 모습을 어떤 상으로서 그리지 못한거죠. 물론 폭력적인 남편 밑에서 폭력적인 아이가 생긴다는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다소 미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 흔히들 결손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다시 결손가정을 만든다는 식으로 잘못 주입시키잖아요. 가정이 저렇기 때문에 공효진이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효진이나 어머니에게 사회적으로 보자면 굉장히 가혹한 현실을 부여한 것인데, 그것을 스크린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보여지니까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부분이 '그것은 유전된다' '환경이 유전된다' 그런 것을 말하려는 것은 사실 아니었어요. 오히려 이런 상황들, 억압되고 구속되지 않고 좀더 자연스럽게 가족으로 껴안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 명주가 미혼모라도 그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물론 어떻게 보면 누군가는 상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죠. 명은이가 엄마와 싸우지는 못하니까, 명주랑 싸우는 이유가 명주가 엄마의 삶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런 것은 있는데 아까 말한 부분은 생각을 못했어요. 어쨌든 이야기 자체가 부정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긍정적으로 가는 것이니,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 내용 중 놀라웠던 것이 공효진의 딸이 아빠에게 칼을 들고가는 장면이었어요. 물론 나중에 아빠와 딸이 풀면서 앞의 장면이 희석이 되기는 하지만, 칼을 들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컸다는 것이 충격이었어요. 사실 신민아도 만일 아버지가 주변에 있었다면 저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시 남자라서 다른 모양이에요. 사실 그 장면은 놀라라고 만든 것이긴 하지만요. (웃음) 보통 여자분들은 그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잘 안하시거든요. 그런 것은 물어보죠. 그 칼을 든 아이가 여자니 남자니 하고요. (웃음) 하지만 흔히 남자들이 느끼는 그런 공포감은 안 물어보세요.  그 장면이 확실한 공포로 다가온단느 것은 굉장히 신선한 경험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모의 성정체성에 대해서는 기분이 나빠지나요?

- 나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30대 중반 이하로는 거부감이 없을 듯 싶습니다. 이미 동성애 등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미디어를 통해 접했으니까요.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놀라웠어요. 한편으로는 그것 때문에 앞의 모든 여행이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게 정말 어려운 지점인 것 같아요. 저도 영화를 만들면서 제일 많이 깨달은 부분이 이 여행의 반전과 가족이 서로 보듬어 안는 부분이 불균질하게  만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물론 그것을 알죠. 이것 자체의 충격이 강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잔잔하게 온 것과 다소 안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죠. 저는 그것을 회상과의 소통과 명은이의 감정, 이런 것들에 집중을 하면 관객들의 정서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앞부분은 이런데, 뒷부분은 저렇다 혹은 반대로 이렇다는 식으로 극단적으로 나눠서 반응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 부분은 저의 재능의 문제라고 밖에 말할 수 없죠. 저는 이 두 가지가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봐요. 이게 어떤 스킬의 문제일 수도 있고, 방법적으로 잘 녹여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 어떻게 보면 그런 부분은 영화가 알려지는 과정에 따로따로 나눠져 이야기된 것 때문인 듯 싶습니다. 자매가 여행한다는 것과 그로 인해 놀라운 가족의 비밀이 있다는 것이 나눠서 홍보가 되었거든요.

이를테면 굉장히 안정적인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지던 두 여배우가 독립영화는 아니지만, 약간 없어보이는 영화에 같이 하게 된 그런 것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불균형한 지점들이 있어요. (웃음) 이런 배우들이 이런 영화의 그림 속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흔들리는 카메라도 그렇고, 회상하는 부분도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툭툭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요. 이게 사실 제가 불편하게 하고 싶다 이런 것이 아니라, 개인저으로 회상이 틀에 맞춰서 들어간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된거에요. 영화에 기승전결에서 감정이 움직이는 것은 굉장히 계산을 하고 만든거지만, 카메라 워킹이나 회상 부분은 다소 생소한 경험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안정적인 영화보다는 투박하고 날것의 냄새가 나는 영화를 이 두 여배우를 데리고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앞뒤가 서로 따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 제가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한 것 같네요.

- 배우들 개개인들에게도 영화 개봉 타이밍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민아씨는 이전 작품이 키친이었는데, 사실 영화 찍는 순서는 앞뒤가 바뀌었죠. 이때문에 신민아씨에게는 이 작품에서는 모습이 앞 작품과 달리 의외의 모습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또 공효진씨는 미스 홍당무때문에 다소 이번 역할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었는데. 원래대로 작품이 개봉되었다면 캐릭터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이 영화가 제때 개봉을 했다면 서로에게 다 좋았을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효진씨도 사실 캐릭터가 강도가 덜했거든요. 앞서 워낙 센 것을 보여줘서요. (웃음) 민아씨같은 경우에는 나름의 캐릭터 역사가 보일 뻔 했었죠. 그게 어그러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림여대생 끝나고 이 영화가 개봉되었다면 더 반응이 좋았겠죠. 그런데 다른 성실한 캐릭터를 보여지고 이 영화가 개봉하니까 역시나 이것도 놀라움이 적게되었죠.

-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더군요. 왜 그런 오픈된 결과를 하셨는지 의문이에요. 차라리 결론을 내는 것이 깔끔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다들 신만아씨기 받아들였다고 인정을 하면서도 역시 궁금해하는 것은 어쩔 수 었더군요.

더 친절한 설명은 저로서는 영화를 도리어 저해하는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영화적으로 우리도 그렇지만 오랜 세월의 회한과 아픔이 있었던 것인데, 아무리 여행을 다녀오면서 조금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아빠의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사람의 캐릭터는 원래 잘 안 변하잖아요. 전 영화속의 캐릭터가 너무 변하면 안 믿겨지는 것이 있거든요. 어느 정도 다가갈 수 있긴 하지만, 그 이상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못 다가간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그 부분에서 명은이가 굉장히 망설이지만, 조금이라도 다가간다면 더 성숙한 거이다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반은 움직이고, 반은 안 움직였겠죠. 또 이 정도면 관객들이 보기에 아주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아예 다가가지 못했다면 '아이 뭐야' 이러겠지만, 어느 정도 다가갔기 때문에 그 정도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가족분들은 영화를 보셨나요? 반응들이 어떤지.

이건 여담인데, 이게 어디선가에에 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실렸어요. 물론 저의 경험이 모티브가 되긴 했지만, 실제 제 이야기는 아니죠. 그런데 그것을 보고 저희 엄마 친구가 '네가 남편이 둘이었니' 이렇게 말해서 깜짝 놀랐어요. (웃음) 이게 무섭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희 집 가족들은 그냥 영화로 받아들여요.

부지영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 대해 '충격'이 아니라 '비밀'이라고 써달라고 말했다. 그 '충격'이라는 말 때문에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반감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부 감독은 '가족', 그것도 다양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현재 부 감독은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중이라 정확한 내용을 말할 수는 없지만, 이 또한 가족 영화라고 말한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와는 다른 시각의 가족 영화이다.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사진 황재원 객원기자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