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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감독·배우·평론가가 추천하는 '최고 영화' 다시보기

입력 : 2009-01-28 09:40:43 수정 : 2009-01-28 09: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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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부터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
누구에게나 ‘내 마음속의 최고 영화’가 있다. 영화 목록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의 철학이나 지향점을 짐작할 때도 있다. 하물며 그들이 우리 영화계를 이끌어가는 감독이나 배우라면 어떨까. 그들의 삶은 물론이고 연출과 연기 스타일에 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흥미로운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29일부터 약 한 달간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얻을 수 있다. 박찬욱 김홍준 김지운 배창호 봉준호 홍상수 등 감독들과 정성일 김영진 등 평론가들 그리고 배우 권해효 문소리 안성기 하정우 황정민 등 국내 영화계를 주도하는 스타들이 앞다퉈 자신들의 ‘강추’ 영화를 내놓는다. 더불어 영화제 동안 이들의 ‘예술 사진’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대화의 시간’도 예정돼 있다.

(왼쪽부터)
◇박찬욱 감독이 추천한 영화 ‘그랜드 뷔페’.
◇‘시네마엔젤’이 돈을 모아 구입, 기증한 ‘무셰트’.
◇배우 안성기가 추천한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
◆“내 최고 영화, 함께 볼래요?”


배우 안성기는 ‘미드나잇 카우보이’(1969)를 강추했다. 안성기는 “필름으로는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본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존 슐레진저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인 이 영화는 당시 통념으로서는 파격적인 성 묘사로 X등급을 받기도 했다. 텍사스에서 접시닦이를 하던 조가 돈 많은 여자의 잠자리 상대로 나서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뉴욕으로 향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말아톤’ 등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은 난니 모레티 감독의 ‘4월’(1998)을 추천했다. 정 감독은 “십 년 전 IMF 시절에 봤던 영화로 마음에 매우 와닿았는데 예전과 비슷한 지금의 사회, 경제적 상황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굉장히 의미 있고 가슴에 와닿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이 제작과 각본, 연기까지 담당한 이 영화는 10여 년 전 이탈리아의 정치사회상을 꼬집은 영화다. ‘밤과 낮’의 홍상수 감독은 성공과 돈 앞에서 어쩔 수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의 심성을 리얼리즘 형식으로 담아낸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 감독의 ‘탐욕’(1923)을 ‘내 마음속 영화’로 소개했다.

배우 권해효는 화려한 할리우드 이면의 모습을 빌리 와일더 감독 특유의 누아르로 살려낸 블랙코미디 ‘선셋대로’(1950)를, 하정우는 전계수 감독(‘삼거리 극장’)과 함께 1940년 미국 영화 ‘히스 걸 프라이데이’를 함께 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 영화는 “두 주연 캐리 그랜트와 로잘린드 러셀이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말들을 통해 성적 긴장감과 지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박찬욱 감독(오른쪽)과 전계수 감독이 15일 낙원동 한 카페에서 열린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표 영화인들이 고전 영화를 소개하고 관객과 함께 보고 대화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영화 축제”라고 소개하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 제공
◆매력적인 악당들을 만나보자


박찬욱 감독(‘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과 오승욱 감독(‘킬리만자로’)은 영화제에 객원 프로그래머로 참여해 직접 ‘최선의 악인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엄선했다. ‘최선의 악인들’은 영화에서 특정 원칙과 신념을 갖고 때로는 비루하게 때론 참혹하게 관객을 충격 속에 빠뜨리는 악당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 6편을 모았다. 박 감독은 런던 거리를 헤매는 야심찬 사기꾼이 등장하는 ‘밤 그리고 도시’(1950), 유럽 사회의 천박한 소비주의를 묘사한 ‘그랜드 뷔페’(1973), 파괴적이고 소름끼치는 정신이상자가 나오는 ‘퍼제션’(1981)을, 오 감독은 죄수들의 탈옥 영화 ‘구멍’(1960)과 광폭하고 악랄한 복수극 ‘겟 카터’(1971), 기묘한 분위기의 ‘들판을 달리는 토끼’(1972)를 추천했다. 박 감독은 최근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오 감독이 고른 작품들이 미국·마초 취향이라면 내가 선택한 것은 유럽·여성·정신병자 중심”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공간의 발견, 행복의 시네마테크’란 슬로건으로 개최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막작 ‘선라이즈’(1927)를 필두로 각 스타 감독·평론가·배우들이 고른 26편의 고전영화가 상영된다. 또한, 부대행사로 임권택 봉준호 김지운 최동훈 김태용 임순례 하정우 류승범 등 30명이 넘는 영화인들을 촬영한 사진전이 열리고 지난해 각각 ‘사과’와 ‘미쓰 홍당무’로 주목받은 강이관 감독과 이경미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도 마련됐다. 또 배우 이나영 정재영 김주혁 신하균 박해일 김강우 하정우가 참여한 후원모임 ‘시네마엔젤’이 돈을 모아 구입한 영화 ‘무셰트’(1967) 기증식과 상영도 열린다.

◆시네마테크(cinematheque)

프랑스어로 ‘영화보관소’를 의미하는 ‘시네마테크’는 일종의 영화 도서관이라고 보면 된다. 특정 사회나 문화, 시대 그리고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영화들 중 특히 교육적·문화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된 작품들에 대한 자료와 필름을 축적하고 정기적인 상영과 교육 등 그 활용까지 고민하는 공간을 일컫는다. 프랑스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와 미국 뉴욕의 ‘필름포럼’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낙원동에 위치한 ‘서울아트시네마’ 등이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지향하며 관련 영화제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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