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현지서 설사" 신고에도 검역대 통과… 격리때까지 무방비

입력 : 2018-09-09 18:24:13 수정 : 2018-09-09 23:55: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3년 만에 환자 재발 ‘비상’/당국 “호흡기 증상없다” 조치안해/공항서 휠체어 탈 만큼 몸 안좋아/스스로 공항서 병원 안갔다면/지역사회 감염 우려 더 커졌을 듯/중동서 귀국 매일 200여명 달해/검역 허점 여전… 앞으로 2주 고비 쿠웨이트를 방문한 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은 61세 남성 A씨는 설사 등 건강상태 이상을 공항 검역소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입국장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자신의 상태를 의심하며 스스로 공항에서 병원으로 직행하지 않았다면 지역 사회로의 메르스 전파 가능성은 더 높아졌을 것이다. 지역 사회 확산 여부는 2주 안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메르스 대유행 이후 국내 검역 체계가 상당히 개선됐지만 허점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3년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린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메르스 감염 주의 안내문에 스크린에 떠 있다. 연합뉴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A씨의 이동경로에 있었던 밀접접촉자는 22명으로 파악됐다. A씨를 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준 택시기사 1명과 입국 후 공항에서 A씨의 휠체어를 밀어준 도우미 1명이 이날 추가됐다. 택시 기사의 경우 공항 검역대에서 A씨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해 조치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접촉자다. 국내에 있다가 인천공항에 남편을 마중나간 A씨의 아내도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 일상접촉자는 440명으로 추가 조사에 따라 접촉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A씨는 지난달 16일 사업차 쿠웨이트를 방문했다가 현지에서 설사 증세가 나타나 쿠웨이트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7일 오후 에미레이트항공 비즈니스석을 타고 인천공항에 입국한 뒤에는 ‘10일 전 6회 설사를 했고 기침과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없다’고 건강상태 질문서에 기록했다. 그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휠체어를 빌리기까지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 발생 현황 및 관련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공항 검역대에서는 고막체온계로 측정했을 때 A씨의 체온이 36.3도로 정상이고 호흡기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메르스 관련 보건교육만 실시했을 뿐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메르스 감염 의심을 안 한 게 아니라 의심했기 때문에 A씨에게 ‘지금도 설사를 하는지, 복용 중인 약이 있는지’ 등에 대해 세밀히 물어봤다”고 해명했다.

메르스 관련 교육 자료를 보면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 곧바로 의료기관에 가지 말고 1339나 보건소에 신고하라고 돼 있다. A씨에게도 공항에서 이런 내용의 교육을 했다. 하지만 그는 택시에 탑승하자마자 삼성서울병원에 전화해 중동방문 사실을 알리고 병원에 갔다. 공항에서 휠체어를 탈 정도로 건강 상태가 나쁘고 현지 의료기관 방문 내역이 있는데도 검역당국의 조치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앞으로 중동 입국자 중 메르스 관련 증상이 하나라도 나타나면 의심환자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A씨를 처음부터 별도의 격리실로 안내해 진료했다.

3년 전과 달리 A씨에 대한 격리 조치 등 비교적 빠르게 메르스 대응에 나섰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해당 항공기에 동승한 인원은 총 409명으로 이 중 외국인이 115명이다. 신원과 주소지 파악이 쉬운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이동도 잦고 주소지 파악이 더 어려워 초기 관리가 쉽지 않다. 보건당국은 외국인 입국자가 검역당시 제출한 국내 체류지와 연락처 등을 확인해 시·도에 통보하고, 외교부와 공조해 주한 외국대사관들에 협조를 요청했다. 또 메르스 오염국가로 지정된 나라를 기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3곳에서 이날 쿠웨이트를 추가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