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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또 메르스… 검역체계 '구멍' [이슈+]

입력 : 2018-09-09 18:08:19 수정 : 2018-09-09 23: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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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서 귀국 61세男 확진/공항서 교육만 받고 그대로 통과/밀접 접촉한 22명 격리조치 중/위기경보 ‘관심’→‘주의’ 격상/李총리 “2015년 실패 반면교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3년여 만에 다시 발생했다. 환자 스스로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의료기관에 직행하면서 지역사회 내 접촉자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같은 비행기를 탄 승무원과 승객 등에게서 추가 감염자가 나올 수도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해당 환자 입국 시 공항 검역관이 전혀 의심하지 않고 통과시키는 등 여전히 메르스 검역체계에 구멍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메르스 대책지원본부’를 가동한 행정안전부는 밀접접촉자 관리에 나섰고 보건당국은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해외 메르스 국내 유입) 단계로 높였다.

9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남성 환자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정문에 메르스 관련 안내문이 붙은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병원을 드나들고 있다.
하상윤 기자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쿠웨이트 알주르에서 지난 7일 귀국한 61세 남성 A씨가 8일 오후 4시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16일 사업차 쿠웨이트에 갔던 A씨는 지난 6일 오후 10시35분 에미레이트항공 EK860편을 타고 7일 오전 1시10분 경유지인 두바이에 도착했다. 이후 같은 항공사의 EK322편을 통해 같은 날 오후 4시51분 인천공항에 들어왔다.

A씨는 공항 검역관에게 제출한 건강상태 질문서에 ‘10일 전 설사가 있었으나 기침과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없다’고 신고했다. 검역관도 A씨에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통과시켰다. 하지만 자신의 상태가 의심스러웠던 A씨는 아내와 함께 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으로 직행해 격리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삼성서울병원은 당일 저녁 보건당국에 메르스 의심 환자 발생을 신고했고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 결과 8일 오후 4시쯤 A씨는 메르스 양성이 확인됐다. 그는 국가지정격리병상인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A씨와 밀접 접촉한 사람은 이날 현재 승무원과 승객(A씨 좌석 앞뒤 3열), 공항근무자, 리무진 택시기사 등 22명으로 파악돼 자택 격리 상태다. A씨의 좌석 위치와 관계없이 기내 화장실 등을 통한 감염이나 비행기에서 내린 뒤 공항 내 이동과정에서 접촉자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자 격리조치 중인 서울대병원 9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남성 환자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의 출입구가 굳게 차단된 가운데 의료진이 병동 앞을 지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보건당국은 A씨의 이동경로 파악과 함께 항공기 승객 440명의 명단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수동 감시 중이라고 밝혔다.

수동감시는 메르스 잠복기(2∼14일) 동안 관할보건소에서 5회 유선·문자로 연락하고 의심증상 발현 시 보건소로 연락하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 국적의 여성 B(24)씨도 이날 오후 7시쯤 미열과 기침, 콧물 등 메르스 의심 증상으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 격리실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B씨는 최근 두바이를 경유해 한국에 들어왔으며, 확진 환자인 A씨와는 다른 경로의 의심 환자인 것으로 알려져 확진 검사 결과가 주목된다.

메르스는 기침 등 환자의 침을 통해 전파되는 만큼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2015년 메르스 대유행 때는 초기 대응 실패로 186명이 감염되고 38명이 사망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긴급 관계 장관회의’에서 “우리는 2015년 메르스를 겪어 의료진이나 정부당국, 국민이 모두 트라우마 같은 기억을 갖고 있다”며 “그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초동대응을 제대로 하고 모든 일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현미·김민순·이창훈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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