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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는 사단장 자녀 과외, 경비원은 잡부… 잡무에 시달리는 약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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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8 07:03:00 수정 : 2018-05-07 2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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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스토리-甲甲한 직장3-ⓑ] 사회 약자에 집중된 잡무 갑질 ‘잡무는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이제 창의적 업무에 집중하자.’

산업 최전선을 강타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비전이나 모토 가운데 하나다. 듣고 있다보면 그럴 듯한 말이지만, 대한민국의 상황을 둘러보면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다.

대한민국 직장 곳곳에서 아직 수많은 잡무가 ‘힘’ 없고, 나이 어리며, 사회적 약자들에 의해 처리되고 있어서다. 잡무 갑질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4차 산업혁명의 비전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병사들 “사단장 속옷 빨래, 자녀 과외… 간부 자격시험 대리도”

조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병사들이 각종 잡무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군 고위 간부의 관사에서 근무하는 공관병과 조리병들이 각종 잡무 갑질에 시달렸다는 지적이 나와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7월 군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육군 간부와 그 가족들이 관사에서 근무하는 공관병과 조리병에게 가족의 속옷 빨래, 블라인드 치기 등 사적 업무를 시키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관병과 조리병 갑질 비리가 언론이 잇따라 보도되자 인터넷 등에서는 군 생활 도중 겪었던 각종 잡무 갑질 제보가 쏟아지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따르면 서울대 출신의 한 사단장 공관병은 2000년대 사단장 관사의 개밥을 주는 것을 물론 사단장 자녀의 과외를 해줬다고 증언했다.

특히 2000년대 군 생활을 했다는 한 남성은 자신의 부대 간부 자격증 시험에 대리로 출석해 대신 치렀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단순 잡무 갑질이 아닌, 범죄에 동원한 셈이다.

또 1999년 5월 입대해 군 생활을 경험한 한 남성은 “2000년 신교대의 의무병으로 군 복무 중이었는데 일병이 되면서 대대장의 고1 아들의 과외를 했다”며 “처음에는 오후 8시에서 10시까지 공부를 봐줬지만, 나중에 대대장 아들이 야간자율학습을 하면서 밤 10시부터 12시까지 과외했다”고 분노했다.

◆경비원은 만능 잡부...환경미화원, 비정규직 여성도 각종 잡무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각종 잡무 갑질에 노출돼 있다. 우선 아파트 경비원들은 법적으로는 아파트의 경비 순찰이 주요 업무이지만 현실적으로 아파트와 관련한 모든 잡다한 일을 도맡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아파트 경비원은 “순찰 경비나 안전관리뿐만 아니라 주차관리, 분리수거 환경관리, 택비 인수 관리, 관리사무소에서 지시하는 업무 등 온갖 잡다한 업무를 다하고 있다”며 “경비원인지 잡부인지 모르겠다”고 통탄했다.

다행히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되면서 이제는 입주자나 관리사무소 등이 경비원에게 본연의 업무 외에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거나 명령하는 게 금지됐다.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의 환경 미화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부 경찰서에서 환경미화원 업무가 아니지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개인 빨래나 화단 정리 등 각종 허드렛일까지 맡겨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일선 학교의 비정규직 여성들도 잡무 갑질을 당하고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 여성이라는 이유로 호칭이나 차 심부름 등 잡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호소한다.

이와 관련,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인천지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는 지난해 인천 일선학교 비정규직의 95%에 달하는 여성 근로자들이 일선 학교현장에서 여성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잡무처리식 업무 전가 행위가 빈번히 발생한다며 차 심부름 근절과 차별 없는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시 교육청이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정호 기자 southcross@segye.com
세계일보·직장갑질 119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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