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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레드라인·철강 관세면제 지키고 자동차 일부 양보

입력 : 2018-03-25 21:51:12 수정 : 2018-03-25 23: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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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사실상 타결 / 미국산 부품 사용 요구 등 거부 / 기존의 관세철폐 후퇴도 없어 / 자동차업계 최악 상황은 피해 / 픽업트럭 관세부과 유지 수용 /현대차만 개발 추진… 타격 미미 / 車 안전기준 완화도 허용한 듯 철강 ‘관세폭탄’과 얽혀 고차방정식으로 변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결국 ‘원샷딜(일괄타결)’ 방식으로 타결됐다. 정부가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에 일정 부분 양보하면서 철강 관세면제와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상정한 농축산물 추가 개방 등을 막는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실익을 챙기고, 우리 정부는 대외 악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최악을 피하면서 명분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종 본부장 귀국 회견 미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철강 관세 면제를 연계한 마라톤 협상을 벌인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 결과에 대해 개괄적인 선에서 언급했다. 김 본부장이 말한 것은 모두 우리 입장에서 얻어낸 것들 위주인데 쟁점별로 나눠보면 농업과 자동차, 기존 양허안 변경 여부다.

우선 농업은 우리가 설정한 레드라인을 지켜 농업 분야의 추가 개방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배수진을 친 분야였던 만큼 성과인 것은 분명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기존 양허의 후퇴도 없었다는 점이다. 즉 지금까지 관세 철폐한 것에 대해서는 후퇴가 없다는 뜻이다. 이는 기존 한·미FTA에서 합의한 관세 철폐는 이번 개정협상을 통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자동차 업계 입장에서는 최악은 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부활을 가장 우려해왔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수출 비중은 2016년 기준 현대차 33.2%(33만5762대), 기아차 30.6%(33만2470대)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관세 부활에 따른 미국 시장 판매 축소는 현대·기아차의 총 판매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한미 FTA 재협상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재협상으로 관세 적용 시 국내 자동차 산업은 향후 5년간 약 101억달러(11조4200억원)의 수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 부품의 의무사용과 원산지 관련해서도 미국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점은 고무적이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자동차의 역내 부가가치 기준 상향(기존 62.5%에서 85%로)과 미국산 부품 50% 의무사용을 요구했으며, 자동차 부품의 원산지 검증을 위한 ‘트레이싱 리스트(tracing list)’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한·미FTA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한국이 미국에 준 것은 뭘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우리는 훌륭한 동맹과 훌륭한 합의를 할 것”이라고 흡족해했다. 뭔가 큰 것을 얻었다는 뜻이다.

일단 미국이 강점이 있고, 우리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픽업 트럭 시장에 눈길이 쏠린다. 미국은 그간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철폐할 예정이던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유지하도록 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에 수출하는 픽업트럭이 없다. 다만 현대차가 현재 산타크루즈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중소형 픽업트럭 정도가 있다. 결과적으로 이 조치로 당장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개발 중인 그 픽업 정도다. 현대차가 이번 관세 연장으로 미국 수출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면 국내 생산 대신에 미국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을 생산지로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현지생산이 실현된다면 ‘대박’인 셈이다.

실제로 자동차가 2017년 전체 대미 무역흑자(178억7000만 달러)의 72.6%(129억6600만 달러)를 차지한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에서 어느 정도 양보하지 않고서는 타결이 불가능하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이밖에 미국이 비관세장벽이라고 주장한 국내 환경·안전 기준 완화를 수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미국 기준을 충족하면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를 기존 업체당 2만5000대에서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가 미국에 요구한 ‘불리한 가용정보’(AFA)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무역 구제 남용에 대한 안전장치와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개선 등이 반영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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