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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충격의 안희정, 위선으로 얼룩진 이미지 정치의 몰락

입력 : 2018-03-09 19:06:46 수정 : 2018-03-09 2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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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자진출석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반듯한 사람으로 통했다. 친근한 미소와 깔끔한 매너는 그의 상징이었다. 화려한 말솜씨와 말쑥한 외양에 젊은이들은 ‘충남의 엑소’라며 환호했다. 노·장년층마저 겸손한 태도와 운동권 출신답지 않은 균형감각에 박수를 보냈다.

공직 경험이 일천한 데다 뚜렷한 업적이 없었음에도 그는 기대주로 떠올랐다. 때마침 국정농단 사태가 빚어낸 촛불혁명은 그를 단번에 대권주자 반열까지 올려놨다.

그런 그가 정작 광화문에서 촛불이 타오를 때 여성 부하를 상대로 욕망을 불태우고 있었다니 국민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다. 대권주자의 이미지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미투(Me too) 파고에 무너진 안희정을 지켜보면서 다시금 생각해야 할 것은 ‘이미지 정치’다.

도지사로서 8년간 그가 입에 올렸던 단어는 ‘민주주의’ ‘정의’ ‘인권’이었다. 이런 거대담론을 앞세워 자신을 대권주자로 포장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자신이 책임져야 할 충남도의 살림살이에서는 ‘콘텐츠 없는 도백’이었다. 내실보다는 늘 구호가 앞섰다. 주민 갈등이 내재한 정책 결정은 뒤로 미뤄 공무원들을 답답하게 했다. 대신 잦은 외부강연과 해외출장으로 정치적 외연을 넓혀갔다. 대선을 거친 뒤에는 브레이크마저 없어졌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라는 위상이 더해져 도청에선 ‘NO’가 사라졌다. 지사실 옆에 있던 기자실은 멀찌감치 옮겼다. 민원인의 지사실 접근을 차단하려는 꼼수였다. 해외출장에도 껄끄러운 언론이나 의회의 동행을 피했다.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비서진은 측근들로 채웠다. 정책보다 보스의 이미지 구축에만 골몰하던 그들은 성추문이 터지자 야반도주하듯 꼬리를 감췄다.
임정재 기자

스스로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어 파탄을 자초한 셈이다. 안희정의 이미지 정치는 위선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행적을 감추기 직전, 그는 충남도 관계자에게 “(나는)깜냥도 안 되는 사람인데…”라며 자책했다고 한다.

안희정 파문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지방선거는 살림꾼을 뽑는 풀뿌리 자치의 꽃이다. 이번만큼은 이미지 정치의 허상이 득세하지 않길 기대한다. 이미지에 목을 맨 정치인이 어디 안희정뿐이겠는가.

임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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