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20년째 붕어빵 장사하며 지적장애 딸 돌보는 노부부

입력 : 2017-12-13 19:42:40 수정 : 2017-12-15 14:57:4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0년째 한 자리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며 지적장애 딸을 돌보고 있는 60대 노부부의 사연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최근 방송된 EBS '나눔 0700'에서는 겨울나기를 준비 중인 애틋한 붕어빵 가족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경북 상주의 한 시골 마을, 무너질 것 같은 50년 된 낡은 집에 단란한 세 가족이 산다. 올해로 61세가 된 노부부와 딸 성일(38)씨다.

노부부에게 딸 성일씨는 아픈 손가락이다. 지적장애 3급을 앓고 있어 벌써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에도 노부부의 손길이 필요하다.

아버지는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하니까 시집도 못 가고 있으니까 불쌍하다"며 딸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붕어빵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노부부는 아침부터 분주하다. 일찍 좋은 자리를 잡지 못하면 하루 장사를 허탕 치기 때문에 부지런을 떨 수밖에 없다.

딸 성일씨도 일찍 일어나 바삐 움직인다. 부모님이 씻을 따뜻한 물을 데우는 것이 성일씨의 첫 일과다.

성일씨를 근처 장애인 복지관으로 보낸 뒤 노부부도 차를 끌고 서둘러 장사에 나섰다.

젊은 시절 광산에서 일했던 아버지는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숨이 차는 바람에 다른 일을 하기 어렵다.

고정적인 수입이라곤 기초생활수급비 50만원이 전부다. 어떻게든 돈을 벌기 위해 노부부는 20년 전부터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

트럭에서 붕어빵, 핫도그, 어묵 등 간식거리를 팔지만 이마저도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벌이가 시원치 않다.

그사이 성일씨는 장애인 복지관에서 직업 훈련을 받고 있다.

와이퍼 조립 같은 간단한 일을 배우는 성일씨는 일이 재밌다며 한 눈 한 번 팔지 않고 열심히 일에 집중한다.

복지관 선생님들도 성일씨의 성실함만은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어스름이 내려앉은 저녁, 가족들이 밥상 앞에 둘러앉았다. 묵묵히 밥을 먹는 딸 성일씨를 보며 어머니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들이 없으면 혼자서 어떻게 살까 싶어 언제나 걱정이 앞서는 부부다.

어머니는 "남한테 해코지도 안하고, 장사 하면서 열심히 산 것밖에 없는데"라며 막막함에 하늘을 한 번 원망해본다.

언젠가 혼자 남겨질 딸이 걱정된 어머니는 얼마 전 부터 음식, 청소 등 살림을 하나씩 가르치기 시작했다.

여러 번 알려줘도 잘 까먹고 손도 느리지만 하나하나 배우려는 딸을 볼 때면 답답함보다 기특한 마음이 앞선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딸이 해준 음식을 맛보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는 노부부다.

오늘도 어김없이 노부부는 붕어빵 장사를 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아버지가 만든 붕어빵을 입에 물고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짓는 딸 성일씨. 아버지는 그런 딸에게 "사랑한다.많이 먹어"라며 붕어빵을 하나 더 쥐여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아끼며 살아가는 모습이 붕어빵처럼 꼭 닮은 가족.

이 가족이 보다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따뜻한 겨울을 맞을 수 있도록 기도해 본다.

뉴스팀 new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