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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순직·산재 '차별'… 관심 못 받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입력 : 2017-05-21 19:17:15 수정 : 2017-05-21 19: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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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만888명… 위탁·하청 구조 속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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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려다 세상을 떠난 김초원·이지혜 두 기간제 교사가 순직을 인정받는 길이 열리는 데 걸린 시간이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마저 고용의 형태에 따라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시간이기도 하다.

김·이 교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있기는 했지만 정부기관 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순직이 인정되지 않는 규정은 엄연하다. 공공기관의 업무를 대신하는 하청업체 직원의 경우에도 산업재해 급여, 보상금 등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각 부처 등 중앙행정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2만888명이다. 박근혜정부에서는 대통령 비서실에도 비정규직을 채용해 2014년 4명에서 2017년 10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정부기관에 일하지만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순직을 인정받지 못한다.
지난해 5월 9일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아버지인 김성욱·이종남씨가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오체투지 행진 선두에 나섰다.
자료사진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순직이 인정되면 국가유공자 대우를 받게 돼 유가족 보상금, 현충원 안장, 자녀 취업 가산점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며 “공무원 신분이 아니면 원칙상 순직 인정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용 불안, 급여와 복지 혜택 등에다 목숨을 잃는 최악의 상황에서마저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지난 4월 심근경색으로 숨진 충남의 한 우체국 소속 집배원 곽모(48)씨의 유족들은 순직은커녕 산업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그는 정부의 위탁을 받은 일반인이 자기 자본을 투자해 우체국과 같은 업무를 하는 ‘별정국’ 소속 집배원이었다. 공무원 신분이 아닌 데다 집에서 숨졌기 때문에 업무연관성을 인정받아야 산재 적용도 가능하다.

유족 측은 “평소 병도 없었고 약을 먹지도 않았던 사람인데 퇴근을 늦게 하는 날이 많았다”며 “부검 결과가 아직도 나오지 않아 그나마 할 수 있는 산재 신청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업무를 대행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의 사정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인천국제공항은 소방업무 일부를 민간소방업체에 맡기고 있는데, 한 업체의 경우 근무 중 사망하는 소방대원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은 100만원에 불과하다. 소방대원 이모(43)씨는 “오죽하면 노조에서 상조회비를 거둬 유족에게 200만원을 별도로 지급하기로 했다”며 “우리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을 수행하는데 이럴 수가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별도로 가입한 보험이 있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연장하지 못하고 있어 현재로선 단체협약에 명시된 사망보상금 100만원이 전부”라고 말했다.

산재 급여가 임금에 따라 책정되는 구조에 대한 불만도 높다.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 직원의 임금이 정규직 임금보다 적기 때문이다.

대한석탄공사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원모(54)씨는 2015년 4월 강원도 태백의 한 갱도에서 작업하던 중 떨어진 돌덩이에 맞아 목을 크게 다쳤다.

3개월간 병원 신세를 졌고 장애 판정까지 받았는데 산재급여가 낮아 생활이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 원씨는 “치료받는 동안은 산재 급여에 의존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임금 자체가 터무니없이 적으니 별다른 도리가 없지 않으냐”며 허탈해했다.

중앙대 이병훈 교수(사회학)는 “고용형태가 달라도 같은 일을 한다면 그에 맞는 정당한 보상과 예우를 해야 한다”며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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