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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 '휘청' '마비' '혼란'… 공포의 밤

입력 : 2016-09-12 23:44:02 수정 : 2016-09-12 23: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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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선 80층짜리 건물 ‘흔들’… 전국이 공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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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발생한 지진으로 전국이 혼란속으로 빠져들었다. 진앙지와 가까운 경북과 경남은 물론이고 전남, 충청, 경기, 서울에서까지 건물 흔들림과 진동이 감지돼 국민들이 밤늦게 까지 불안감에 떨었다.

지진에 놀란 노인과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대피하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와 카카오메신저가 불통돼 큰 불편을 겪었다.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12일 밤 심한 흔들림이 감지된 부산지역에서 시민들이 집에서 나와 해운대 복합문화센터 앞 잔디밭에 대피해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날 지진으로 경주시에서는 추령터널 입구 일부에 낙석이 발생했다. 황성동 청우아파트의 지상저수조(물탱크)가 파손됐고, 시청 앞 석등이 넘어지기도 했다.

경북 건천읍 한 아파트에서는 방안의 TV가 떨어져 할머니가 가슴을 다쳤다. 울산에서는 담벼락이 지진 진동에 무너지면서 차량을 덮쳤다.

지진대응매뉴얼에 따라 KTX 열차 등 열차 38대가 정차 지령을 받고 멈춰섰다.

이들 열차들이 서행하면서 경부선 대전 이남 구간에서 상·하행 열차 운행이 1시간 이상 지연되고 있다. 경북 칠곡에서 부산 인근 노포 구간의 열차 운행이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가량 지체될 것으로 코레일은 추산했다. 부산 도시철도도 일시적으로 멈췄다. 

12일 오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포항시 남구 4층 건물 내 사무실의 TV 등 집기가 떨어지고 부서져 난장판이 됐다.
12일 오후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으로 경주시 건천읍의 한 사찰 건물이 무너진 모습.
1차 지진이 발생했을 1∼4호선이 5분가량 멈췄고, 본진인 2차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2분간 운행을 멈췄다.

부산에서는 80층짜리 고층 건물이 휘청거리는 등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폭주했다.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20층에 사는 김모(73·여)는 “10초가량 바닥이 덜덜덜 떨리면서 식탁 위에 있는 등이 흔들거려 급히 식탁 밑으로 몸을 숨겼다”고 말했다.

중구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문모(34·여)씨는 “이전 울산에서 발생한 지진보다도 훨씬 심하게 느껴져 오후 7시48분쯤 남편과 함께 집 밖으로 일단 뛰쳐나갔다”며 “좌우 뿐 아니라 위아래로도 흔들렸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두 번째 지진 흔들림이 느껴진 이후 주민들이 앞다퉈 계단으로 대피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12일 오후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시내 한 상가 건물 전면 유리가 파손된 모습.
울산과 대구에서도 심한 진동이 감지됐다. 울산 남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 4층에 사는 주민 이모(28)씨는 “처음 진동 때는 5초여간 진동이 있었지만 두 번째에는 20여초간 천장과 벽이 흔들렸다”며 “무섭게 느껴져 집 밖으로 나왔더니 다른 주민들도 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8시35분쯤 지진이 또다시 강하게 발생하자 울산지역 일부 주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아파트를 빠져나오기도 했다. 오후 10시 현재에도 각 아파트에는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이웃과 추기 피해를 걱정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대구에서는 수성구 황금동 들안길 식당가에서 식탁과 식탁 위 그릇이 흔들리자 식사를 하던 손님들이 놀라 자리에 일어나는 등 혼란이 일었다.

쏟아진 물건들 12일 오후 7시 44분부터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지역에서 규모 5.1과 5.8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자 경주시 성건동의 한 가게에 쌓여 있던 상품들이 진동에 흔들려 바닥에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지진이 발생한 12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감상하던 시민들이 관람을 중단하고 상영관 밖에 나와 있다.
수성구 황금동 이봉화추어탕에서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던 이모씨(52)는 “갑자기 1층 건물이 감짝 놀랄 정도로 흔들리며 식탁에 놓여 있던 맥주잔이 출렁거려 놀랐다”며 “태어나 대구에서 이런 지진은 처음”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파트가 밀집한 경북 포항시 항구동, 이동, 양덕동 주민들은 지진으로 창문이 소리를 내며 크게 흔들리자 아파트를 빠져나와 불안에 떨었다. 울산의 한 고교에서는 야간 자율학습 중에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부산에서는 보통 오후 9시와 오후 10시에 각각 야간자율학습을 마치는 1·2학년생과 3학년생들은 오후 8시 40분 이후 서둘러 귀가했다.

전남 화순군 등 전남 일부 지역에서도 고층 아파트가 흔들리는 등 지진이 감지됐다. 손모씨(34)는 “식구들과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아파트가 흔들려 깜짝 놀랐다”며“충격이 생각보다 커서 무슨 일인가 싶어 한동안 밖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진이 발생하자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와 고리원자력본부는 직원들을 비상소집했다.

한수원은 “현재 원자로 가동에는 아무런 문제없이 정상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며 “정밀조사를 벌이는 한편 모든 사항에 대비,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진이 난 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 상에서는 불안과 공포감을 호소하는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트위터 이용자 ‘rlar****’는 “집 옆 동사무소에서 자주 방송을 해왔지만, 오늘은 대피문자는 커녕 사이렌도 안 울리고, 문자 한통 오지않았다”고 했다.

대피요령을 두고도 혼란이 일었다. 국민안전처 등이 평소 공개한 지진시 대피요령에서는 지진발생시 유리창 등이 깨져 다칠 수 있으니 집 밖으로 나와선 안 되며 책상이나 식탁 밑으로 피신했다가 지진이 멈추면 대피소로 이동해야 한다고 밝힌다. 그러나 트위터에서는 “목조주택이 대부분인 일본 대피요령대로 식탁밑이나 책상 밑으로 숨는 건 안 된다. 집밖으로 빨리 나와야 한다”고 알리는 글이 퍼지기도 했다.

한반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센터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지진발생 위치와 규모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재난시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이날 오후 8시 23분부터 접속 불가 상태에 들어간 이후 일시 회복됐다가 오후 8시 30분 이후 먹통이 됐다.

안전처는 또 지진발생 9분 뒤에 일부지역에 긴급재난문자를 보내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안전처는 첫번째 지진인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하자 오후 7시 53분에 매뉴얼대로 진앙에서 반경 150㎞ 지역에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또 오후 8시39분에는 규모 5.8의 본진이 발생해 전국에서 진동을 느꼈지만, 서울과 경기 등지에는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았다.

김예진 기자, 포항·울산=장영태·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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