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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직원이 갑니다"… 대담하고 뻔뻔해진 '그놈'들

입력 : 2015-11-10 18:52:27 수정 : 2015-11-11 00: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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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취약층이 위험하다] 약자만 노리는 금융사기
날로 진화하는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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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경찰서입니다. 선생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으니 계좌에 있는 돈을 알려드린 안전한 계좌로 송금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눌한 한국어를 쓰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범죄 수법은 개그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로 인한 금전적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금융사기 수법이 진화하면서 노인 등 금융취약계층은 신속한 대처를 하지 못하다 보니 피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금융사기인 피싱은 1세대 보이스피싱을 시작으로 2세대 피싱사이트와 3세대 파밍(Pharming), 스미싱(smishing)을 거쳐 현재는 파밍과 보이스피싱, 파밍과 스미싱이 결합된 4세대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1∼3세대 금융사기

피싱사이트를 통한 금융사기는 보이스피싱을 통해 피해자가 직접 송금·이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2012년부터 발생한 수법이다. 사기범들은 위조 인터넷뱅킹 사이트 등을 해외 서버(중국 홍콩 남아공 등)에 구축한 뒤 문자메시지(SMS) 등을 통해 접속을 유도하여 개인금융거래 정보를 가로채 피해자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다.

2012년 초 이모(25·여)씨는 경찰 수사관을 사칭한 자에게 “최근 사기범을 검거했는데 당신 명의의 통장이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개인정보가 유출돼 신속히 경찰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개인정보 침해신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가 알려준 가짜 경찰청 홈페이지에 거래은행명, 계좌번호 및 계좌비밀번호, 이체비밀번호, 보안카드번호 및 비밀번호 등을 입력했다. 이후 사기범은 이씨 개인정보를 이용해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은 뒤 이씨 명의로 카드론 2000만원을 대출받고,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1300만원을 빼내 모두 3300만원을 가로챘다.

그나마 피싱사이트는 인터넷뱅킹 사이트 등의 주소가 가짜여서 판별할 수 있지만 파밍 수법은 개인이 위조 사이트임을 식별하기 어렵다. 개인 컴퓨터에 미리 악성코드를 유포한 뒤 기존 인터넷뱅킹 주소와 동일한 주소로 접속하지만 피싱사이트로 접속되기 때문이다. 2012년 11월 본인 컴퓨터의 ‘즐겨찾기’에 등록된 거래 은행 사이트에 접속한 김모(47·여)씨는 인터넷뱅킹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는 팝업창이 나타나자 의심하지 않고 개인 금융정보를 입력했다. 이후 사기범은 김씨 계좌에서 5회에 걸쳐 1039만원을 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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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금융사기로 진화

파밍에 대한 대응이 강화되자 그동안 범죄 방식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수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3세대 수법은 전화, 인터넷 등 주로 한가지 매체로만 사기가 이뤄진 데 반해 4세대는 검경을 사칭한 뒤 자동응답시스템(ARS) 인증을 유도하거나 상황극을 연출하는 방식으로 더욱 교묘하고 치밀한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5월 정모(53)씨는 “당신 신분증으로 누군가가 돈을 찾아가려 한다. 경찰에 신고해주겠다”는 은행 직원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는 은행 객장을 연상케 하는 도장 찍는 소리, 벨소리, 고객을 부르는 소리 등이 들려왔다. 이후 신고를 받은 경찰이라며 걸려온 전화를 받은 정씨는 전화기를 통해 동료 형사를 부르는 소리, 키보드 타이핑 소리 등이 들리자 보이스피싱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게 됐다. 경찰을 사칭한 사기범이 “거래 내역 추적을 해야 하니 불러주는 계좌로 돈을 이체하라”고 하자 정씨는 그 계좌로 1250만원을 이체했다.

보이스 피싱 수법도 날로 대담해지고 있다. 피해자 집에서 직접 현금을 가져가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기범으로부터 신분증이 도용돼 예금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며 돈을 인출해 자택 냉장고에 보관하라는 전화를 받은 한 피해자는 주민센터를 방문해 도용된 신분증을 재발급 받으라는 사기범의 지시를 그대로 믿었다. 이어 집을 비운 사이 금감원 직원이 안전조치를 할 수 있도록 현관문을 열어두라는 사기범의 말에 따라 집을 비웠다가 냉장고에 보관한 4000만원을 털렸다.

대출사기도 보이스피싱 등과 결합해 대출 및 취업 등을 빙자한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고 있다.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위한 수수료가 필요하다거나, 대학 추가 합격에 따른 등록금 입금이나 취업에 따른 은행계좌 개설 명목의 수수료 이체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사기방식이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며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피해 가능성 큰 금융취약층

금융사기의 희생양은 주로 노인, 여성 등 금융취약계층이 많다. 금감원의 전자금융사기 현황 자료를 보면 2012년 이후 올해 7월까지 금융당국을 사칭한 금융사기 피해자는 2866명에 달했다. 피해자 중 60대 이상 고령층은 1025명으로 35.8%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40대 피해자는 529명으로 18.5%였다. 30대는 17.9%, 50대는 17.6%로 뒤를 이었다.

고령층은 피해 규모도 크다. 지난해 1∼10월까지 발생한 1억원 이상의 고액 금융사기 피해 52건 중 70세 이상 피해자가 31%, 60대는 23%로 나타났다. 고액 금융사기의 절반 이상이 퇴직 후 목돈을 보유하고 있는 고령층에서 발생한 것이다.

금감원이 1∼8월 금융사기 피해구제 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 피싱사기 1만8141건 중 여성이 1만1266건으로 남성(6875건)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기가 날로 교묘해지고 치밀해지고 있다”면서 “가정주부 등 사회경험이 부족한 여성들과 금융사기에 신속히 대응하기 곤란한 고령층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ie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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